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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자수첩

장군님, 별(★)판이 뭐길래

성판’(星板·일명 별판)이란 무엇인가. 장군 차량에 다는 이 성판 때문에 신년 초부터 말들이 많다.

군이 당초 장군 권위주의 청산을 위해 승용차 성판(별판)을 떼어내기로 했다가 이를 번복하면서 군 개혁의 후퇴라는 비판이 나오자 국방부는 오해라고 해명에 나섰다.

한국군에서 대령이 장군으로 진급해 별을 달면 달라지는 것이 많다. 먼저 집무실의 출입구 위에는 성판(별판)이 부착된다. 장군이 근무중이면 출입구 성판의 불이 켜지고 출타하면 꺼진다. 집무실 책상 위에는 별이 새겨진 성판과 함께 별이 그려진 장성용 메모지가 놓여진다.

차량에도 승용차와 지휘용 전투차량에 일반 번호판과는 별도로 성판(별판)이 지급된다. 육군은 빨강, 해군은 청색, 공군은 하늘색 바탕에 별이 새겨진 성판을 단다.

또 장성을 상징하는 깃발인 장성기(將星旗) 게양과 행사시 장성곡 연주, 장군용 권총·허리띠·전투화, 전담 운전병, 장군 전용 식당·이발소·목욕탕, 관사 공관병 등 등이 따른다.

그러던 것을 지난 연말 김상기 육군참모총장이 장군단에게 보내는 이메일 서신을 통해 “우리 장군단이 가장 변하지 않는 집단이라고 대통령께서 언급하셨다”며 2011년 1월 1일부터 장군 허리띠, 장군 전투화, 권총 가죽벨트는 의식행사시에만 착용하고, 평소에는 일반장병과 동일한 일반 요대, 전투화,  탄띠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 야전적 사고(思考)에 부합되지 않는 책상용 성판과 승용차 및 버스 성판은 부착하지 않음으로써 전투적 부대 기풍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해·공군에서는 “육군이 저렇게 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국방부에서 관련 지침을 내려줄 것을 건의했다.

이러는 과정에서 예비역 장성들이 성판을 떼기로 한 것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고, 일부 인사들은 김관진 장관 집무실로까지 전화를 걸어 “성판은 국민들이 장군들에게 보내는 무한 신뢰를 상징하는 것으로 장군의 상징이다. 아예 계급장도 떼지 그러느냐”라며 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국방부는 승용차 성판은 ‘공식적 활동’에 한정해 달 수 있도록 조치하면서 “그때 그때 융통성을 발휘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이전의 관행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어서 군의 개혁의지가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방부는 장군들에게 운전병을 배치하지 않고 스스로 운전하도록 권고한 조치도 완화해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동성 있게 조치해야 할’ 지휘관에게는 운전병을 배치하기로 했다.

결국 승용차의 성판을 떼는 문제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난 셈이었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국방부가 장군들에게 오히려 ‘장군 승용차에는 반드시 성판을 부착할 것’을 지시했어야 맞다고 판단했다.

성판은 ‘신뢰의 상징’이라는 의미에도 동의한다. 그렇기에 장군 승용차에 자랑스럽게 성판을 부착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찬성한다.

단, 운전병이 운전하고 성판을 부착한 차량에 장군이 탑승할 경우 군복을 착용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은 장군들이 오히려 군복을 입고 승용차를 타는 것을 꺼린다. 거기에다 출퇴근할 때 장군차에 성판을 부착하는 것은 더더욱 기피한다.

그래서 지금도 장군들은 국방부의 지시가 아니더라도 지극히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승용차에 성판을 달지 않는다.

군복도 마찬가지다. 국방부나 합참에 근무하는 장군들도 대부분이 사복으로 출근한 후 군복으로 갈아입는 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굳어졌다. 그리고 퇴근 때는 다시 사복으로 갈아입는다.

심지어 국방부와 합참의 장군 차를 운전하는 운전병들도 죄다 사복 차림이다. 운전병은 모시는 장군의 출퇴근 길을 포함해 국방부 청사 밖으로 나갈 일이 생기면 통상 승용차의 ‘성판’도 떼고 일반 번호판으로 갈아 끼운다. 특별히 그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름대로 납득할만한 이유도 있겠지만 아마도 행동의 제약을 피하기 위해서도 그중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가령 술집 앞에서 군복입은 운전병이 성판을 부착한 차량의 운전석에서 장군을 기다리고 있다면 금방 일반 시민들의 눈에 띄게 될 것이다.

또 골프장 주차장에서 장군 차량들이 앞뒤로 별판을 붙인 채 장군들이 라운딩을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보기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장군 승용차의 휴일날 군 골프장 이용은 국정감사의 단골 지적 메뉴였다. 그때마다 국방부는 비상상황이 발생, 부대로 긴급하게 복귀할 경우를 대비해 장군들은 운전병이 모는 관용 승용차를 탈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왔다. 국방부가 이번에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기동성 있게 조치해야 할’ 지휘관에게는 운전병을 배치하기로 했다고 한 것과 유사한 논리다)

그렇다면 장군차에는 반드시 성판을 부착하도록 하면 장군들이 지극히 사적인 모임을 가면서, 또는 골프장을 가면서 군 차량을 계속 이용할까. 또 장군의 가족이 이용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추정하기 전에 우리와는 문화적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사례를 한번 소개하겠다.

미 육군 대장인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의 장군 승용차는 최고급 BMW이다.(그 BMW가 샤프 사령관을 태우고 국방부에 나타날 때는 별 4개짜리 성판이 조수석 앞쪽 창문에 붙어 있다)

샤프 사령관은 BMW 차량을 공식적인 일정에만 사용한다. 그가 퇴근할 때는 관사가 용산기지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개인 승용차로 갈아 탄 후 본인이 운전해 귀가한다고 주한미군 관계자는 전했다. 이런 관행은 그전 주한미군 사령관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다른 주한미군 장군들 역시 동일한 패턴이다.


또 다른 사례 하나를 보자. 위 사진에 배낭을 메고 등장하는 인물은 현역 미 공군 중장이다. 지난해 10월 초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당시 펜타곤(미 국방성) 건물로 출근 중 우연히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힌 인물이다.(굳이 계급장을 확인하고 싶으면 사진을 더블 클릭해 나오는 확대 사진을 보면 된다)

이 3성 장군은 펜타곤 건물 앞 주차장에 자신이 운전해 몰고온 차를 주차한 후 배낭을 매고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이었다.(그의 왼손에는 자동차 키가 쥐어져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미군들에게는 승용차에 성판을 떼라느니 붙이라느니 하는 미 국방성의 지시같은 것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