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은 몇 명인가. 한·미 국방당국이 밝히고 있는 주한미군 병력은 2만8500명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이후 줄기차게 주한미군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병력 숫자를 3만2000명이라고 하고 있다.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3월14일에는 “지금 남북한 사이에 우리 군인 3만2000명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보자”고 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주한미군이 증원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고 이는 언론보도로 이어졌다.

 

논란이 일자 크리스토퍼 로건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지난 4월14일 “공식적인 주한미군 수는 여전히 2만8500명이며, 일본 주둔 미군의 수는 5만명”이라면서 “병력 규모는 훈련과 다른 전개 상황에 따라 오르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국방부도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SCM(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을 통해 주기적으로 재확인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다만, 주한미군 병력 수는 순환배치 및 훈련 등으로 일시적으로 일부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그러나 순환배치에 따른 교대를 핑계로 대는 한·미 군당국 해명이 군색하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최근 내놓은 ‘전략 다이제스트’ 2018년판을 통해 주한미군 병력이 3만명 이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한미군 ‘전략 다이제스트’는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현황과 기지 실태, 훈련 종류까지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공식 문건이다. 그동안 미국이 주한미군 숫자를 고무줄 셈법으로 계산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미군 ‘입맛’대로 달라지는 ‘고무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사안은 주한미군 병력만이 아니다. 미군이 발표하는 한·미 연합훈련 참가 미군 병력도 고무줄이다. 대표적인 게 올해 훈련이 취소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에 참가하는 미군 병력 숫자다.

 

UFG가 처음 실시된 2009년 당시 훈련에 참여한 미군 병력은 1만여명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이 일어나자 한미연합사령부를 겸하는 주한미군사령부는 UFG 훈련에 해외 미군 3000여명을 포함한 미군 3만여명이 참가한다고 발표했다. ‘해외 병력 3000여명을 포함한 미군 참가 병력은 3만명’이라는 발표가 사실이라면, 주한미군은 2만7000명이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게다가 시뮬레이션 훈련인 UFG에 1만명이던 참가 병력 숫자가 순식간에 3배나 늘어난 것은 누가 봐도 비현실적이다. 이 수치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응징 차원의 액션을 기대하는 한국민들에게 내놓은 ‘립서비스’ 차원이었다. 이는 안보 무능을 숨기기 위한 한국 보수 정권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

 

2015년 이후에는 참가 병력을 5000여명 줄여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UFG가 지휘소 훈련임을 감안하면 상식에서 벗어난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UFG에 실제 참가하는 미군 병력 숫자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군이 전략커뮤니케이션(SC)을 앞세워 거짓 숫자를 발표해 왔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에 통보나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결정하고 이를 먼저 북한에 통보했다. 그러다보니 8차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남측 대표가 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해 북측 대표한테 “남한 대표 준비 좀 잘해 와라” 하는 훈계를 듣고 반박조차 하지 못하는 불편한 일까지 일어났다. 그동안 한·미는 ‘빛 샐 틈 없는(No Daylight)’ 동맹관계라고 강조해 왔지만 이쯤 되면 (진실을 밝히는) 빛이 못 들어오는 ‘깜깜이 동맹’이라고 비판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앞서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연합훈련을 ‘로키(low-key)’로 진행하기로 했다. 8월로 예정된 UFG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전략자산 전개의 경우 비공개하고 훈련 전반에 관한 사실도 나서서 홍보하지 않겠다는 합의였다.

 

당시 송 장관은 “(한·미관계는) 0.1㎜, 즉 한 치의 오차도 없다”고 말했지만, 양국 합의는 열흘 만에 깨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다. 물론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디딤돌로 삼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의 일시 중단을 바라고 있었다는 점에서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었다. 미국의 일방적 발표가 보수층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 점도 유리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주한미군이나 다른 연합훈련에 관한 중요 사항도 일방적으로 통보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불균형 군사동맹인 한·미관계가 갖는 한계이기도 하다.

 

문제는 키리졸브와 독수리, UFG 등 3대 한·미 연합훈련뿐만이 아니라 다른 연합훈련까지 북한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설 경우 대비책이 있냐는 것이다. 만약 이런 훈련조차 중단된다면 한·미 군사동맹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고, 다시 한번 ‘깜깜이 한·미동맹’의 일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향후 북한이 미국의 조치에 상응하는 행동을 이어나간다면 한·미 군사동맹의 미래는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주한미군의 향후 역할도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하거나 중국을 견제하는 ‘동북아 기동군’으로 급속하게 무게중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한·미 군사동맹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연합훈련 중단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철수도 공공연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는 한·미동맹의 이완을 통해 북한의 긴장고조 행위를 막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 한·미 군사동맹에 의존해온 한국 사회가 이런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주목된다. 사실 정확한 주한미군 병력 숫자조차도 어긋나는 한·미 군사동맹에서 ‘빛 샐 틈 없다’는 전제는 허구였다는 현실을 일찌감치 받아들였어야 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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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한·미동맹에 내세운 ‘돈의 논리’는 사실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주한미군에 적용하고 있는 ‘돈의 논리’는 사실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과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 비싸다고 잇따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는 “이렇게 큰 비행기(미 폭격기)가 (괌에서) 한국까지 훈련하러 가고, 폭탄을 떨어뜨리고 괌으로 돌아오기에 긴 시간이다. 내가 항공기에 대해 많이 아는데, 아주 비싼 것이고 나는 그게 싫다”고 발언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에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우리가 수백만달러를 비행기와 모든 것을 위해 지불하고 있다”며 “훈련은 아주 비싸다. (훈련 중단으로) 내가 많은 돈을 절약했고, 그건 우리에게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 괌의 미국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오후 ‘죽음의 백조’ B-1B 1대가 출격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대해서도 수차례에 걸쳐 비용과 연계해 거론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나는 적절한 시점에 가능한 한 빨리 (주한미군) 병력을 빼고 싶다”며 “우리는 많은 비용이 들고 있고, 한국이 (주둔 비용) 전액을 지불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지난 3월에는 “우리는 한국에서 (무역으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고 있다”고도 말했다.

 

■죽음의 백조 ‘13억5700만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들어가는 금액이 얼마인가’ 하는 궁금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싼 훈련 비용 대상으로 주로 비행기를 언급하고 있다. 이는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폭격기 ‘3종 세트’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와 B-2A 스텔스 폭격기, B-52H 폭격기가 그것이다.

 

국내 대다수 언론 매체들은 군 당국자나 군사전문가들의 추정이라며 이들 3종류 폭격기가 괌에서 한반도를 한 차례 다녀가면 총 120억원가량의 비용이 든다고 보도했다. B-1B는 공중급유기와 호위 전투기 출격 비용까지 포함해 20억~30억원가량의 비용이 소요되고, B-2A 폭격기는 한반도 상공으로 1회 출격하는 데 연료비와 스텔스 도료비 등 60억원가량 들어간다는 것이다. B-52H 출격비용은 20억~30억원으로 유사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추정치는 연료비에 다른 지원 비용 등을 더했다 하더라도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 순수한 연료비만 보면 민간 항공사가 괌과 인천을 운항하는 중형기인 767 기종은 약 3000만원이고, 대형기인 B747 기종은 약 6000만원이다.

 

미 공군의 분석은 한국 언론이 보도하는 액수의 3분의 1이 채 안된다. 미 CBS 뉴스는 지난 13일 “한국에서 워 게임을 중단하면 미국은 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하나?(How much money would the U.S. save by ending Korean ‘war games’?)”라는 기사에서 미 공군 장교가 전략무기 출동 비용을 계산한 기사를 실었다.

 

B-1B의 한반도 1회 출동 비용은 13억5700여만원으로 계산됐다. B-1B의 1시간 작전비행 비용을 1억400여만원(9만5758달러·환율 1090원 기준)으로 잡은 후 괌~한반도 왕복에 걸리는 13시간을 곱한 수치다. 마찬가지로 B-2A ‘스피릿’의 1시간 작전비행 비용은 1억3300여만원(12만2311달러)으로, 한반도 출격 비용은 17억3300여만원이었다.

 

B-52H는 1시간 작전비행 비용이 5300여만원(4만8880달러)으로 다른 전략폭격기에 견줘 저렴한 편이었다. 괌에서 한반도까지 비행에는 6억9300여만원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3종 폭격기가 한꺼번에 한반도에 총출동한다고 가정해도 훈련비용은 총 347만337달러(37억8000여만원) 정도다. 서울 강남의 대형 아파트 한 채 가격이다. 이는 출격에 동원된 병력 인건비와 운영비, 유지·보수비, 지원비, 시스템 개선비 등이 모두 포함된 액수다. 미국의 2019 회계연도 국방예산인 6811억달러(742조3990억원)에 견주면 0.0005%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게다가 미 전략폭격기 3종류가 한꺼번에 한반도에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CBS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대로 (전략폭격기) 비행이 취소된다 해도 실제로 돈이 절약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전략폭격기는 한반도 비행이 취소되면 대신 다른 임무에 투입돼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엄청난 비용 절약’이라는 주장은 일방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또 있다. 핵항모나 폭격기 등 미 전략무기가 단순히 북한만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에 전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미 전략무기는 한반도 인근에서 중국이나 러시아를 겨냥해 단독훈련이나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비용을 나누는 계산은 더 어렵게 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단하겠다고 한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본래 미 전략무기가 투입되는 훈련이 아니다. 미군의 경우 미 본토나 태평양사령부 등에서 증원되는 전쟁수행요원 2000~3000명이 지하 벙커에서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해 시뮬레이션 워 게임을 숙달하는 훈련이다. 실제 기동훈련이 아니기 때문에 항공모함이나 이지스함, 전략폭격기 등이 올 이유가 없다.

 

투입되는 비용도 주로 병력 인건비 위주다. 여기에 수송비, 피복비, 부식비, 의료용품 등 훈련 기본 비용과 장비 가동에 필요한 유류비와 수리부속비 등이 포함된다. 연합훈련에 소요되는 비용은 자국 부담이 원칙이다. UFG에 전략무기를 투입하지 않는다면 미측이 부담하는 비용은 확 떨어진다. “훈련비가 아주 비싸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다.

 

■한반도 주둔이 더 경제적

 

트럼프 대통령의 “군대(주한 미군)에서도 돈을 잃고 있다”고 한 발언 역시 트럼프 취임 직후부터 논리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미 싱크탱크 ‘아메리칸액션포럼(AAF)’은 2016년 11월 발간한 ‘동맹과 방위비 분담: 예산 현실 조사’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은 한국·일본·독일에 미군을 주둔시켜 군사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을 미국 본토에 배치하는 것보다 한국에 주둔시키는 것이 더 큰 비용 절감이 된다는 의미다. AAF는 미 보수매체 워싱턴프리비컨이 소유한 싱크탱크다. AAF 보고서는 또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이 만약 독일 공군 기지를 이용하지 못했다면 군사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많은 나라를 보호하지만 얻은 것은 전혀 없다’는 트럼프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밝혔다.

 

로렌스 코브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지난 14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해산시킨다면 모를까, 주한미군을 귀환시키면 그들을 위한 시설을 짓는 등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46%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면 미국이 결국 모든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2016년 4월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상당 부분 부담하고 있다”면서 미군이 미국 본토에 재정착하는 것보다 한국에 있는 것이 “절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특히 미군의 해외 단일 기지 중 최대 규모라는 평택 험프리스 기지는 한국이 총 이전 비용 107억달러 중 92%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건설됐다. 험프리스 기지는 미국 수도인 워싱턴과 비교하면 알링턴 국립묘지, 국회의사당, 내셔널스 야구장까지 덮을 수 있는 규모다. 또 험프리스 기지는 주한미군 기지이자 중국을 겨냥한 미군의 ‘동북아 기동군’ 기지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장은 사실과 다른 레토릭을 앞세운 ‘장삿속’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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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와 주한미군, 언론 오보에 모르쇠···잘못된 정보 확산에 일조

·보고서에 사드 발사대 4기 숫자 빠졌다면 이를 넣도록 지시해야 하는게 상관 임무

·윗선이 두리뭉실하게 얘기하면 부하가 책임을 안고가는 관행, 이번엔 깨지나

 

사드 발사대 4기의 국내반입 보고 누락 파문이 확산일로다. 이를 놓고 국방부 실무진들이 청와대 조사에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은 이미 한 방송사에 보도돼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무진들은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이 이미 널리 알려져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도 “사드 1개 포대는 6개 발사대로 이뤄져 있고 4기가 이미 들어와 있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확인된 지가 언제인데 대통령이 이제 와서 알았다는 것부터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성주 골프장 터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그러나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된 사실을 군사보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단 한번도 언론에 확인해준 바 없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각종 추정 보도만 나왔을 뿐이다.

 

지난 4월 26일에도 한 방송사가 ‘사드 발사대 이동’을 보도했지만, 국방부는 이에 대한 다른 언론사들의 사실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이후 유사 보도가 이어졌지만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확인 거부로 일관했다.

 

공식적으로는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의 실체가 단 한번도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청와대가 언론보도와 정식보고는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언론 보도로 먼저 알려진 내용이라면 해당 부처가 그 진위 여부는 물론 사안에 대해 더욱 자세히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 보도는 이번 보고 누락 파문으로 사실인 것으로 판명됐다. 하지만 그동안 정 반대의 경우가 다반사였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잘못된 언론보도에 대해 ‘모르쇠’로 대응하면서 오보를 확대 재생산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 심지어 오보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언론의 오보가 SC(전략 커뮤니케이션)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식이었다.

 

■주한미군 포로심문부대가 북파공작원 부대로 둔갑

 

주한 미8군 524정보대대는 오는 10월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미8군 공보처는 이같은 사실을 지난 3월 1일 발간한 ‘ROK Steady’ 2017년호에 게재했다.

 

‘ROK Steady’ 발간 두달 후에 국내 언론들은 524정보대대가 오는 10월 창설된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심지어 한 신문은 ‘주한미군, 북파 공작원 부대 만든다’는 기사를 내보기까지 했다. 평시에는 탈북자, 유사시에는 포로 심문 등을 통한 휴민트(인적 정보)를 주로 수집하는 부대가 북파공작원 부대로 둔갑한 것이다.

 

미8군이 2017년 3월에 발간한 ‘ROK Steady’ 표지

 

게다가 524정보대대는 새롭게 창설되는 게 아니라 활동을 재개하는 부대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ROK Steady를 번역하는 카투사가 활동 재개를 창설로 잘못 옮긴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주한미군은 국내 언론의 오보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을 관행처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잘못된 보도가 사실인 것처럼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3월에는 미 2사단이 순환배치 병력으로 배속된 미 육군 66기갑연대 3대대원들이 지하갱도에서 실시한 기지 방호훈련 모습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이 갱도 훈련의 실상은 지휘소를 포함한 주한미군 기지의 지하시설 등을 보호하는 게 주목적인 미군의 일상적 훈련이다. 미 2사단은 경기 의정부 ‘캠프 스탠리’ 기지에서 이 훈련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많은 국내 언론매체들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겨냥한 ‘참수훈련’을 미군이 이례적으로 공개했다고 보도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기갑부대원들이 졸지에 참수부대원들로 변신한 것이다.

 

이런 일들은 국내 신문과 방송매체들이 미군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미군이 일방적으로 올린 홈페이지 내용을 받아쓰면서 살붙이기에 급급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른 프로파간다(선전·선동)”라고 말하는 미군까지 있다. 그러면서도 국방부와 미군측은 이런 보도를 오히려 북한을 압박하는 도구로 이용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한국 기자들의 미 항모 페이스북 친구맺기

 

최근 들어서 국내 기자들이 미 항모전단의 페이스북에 친구맺기를 하는게 유행처럼 됐다. 페이스북이 칼 빈슨함과 같은 미 항모의 한반도 전개상황에 관한 정보를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 항모 움직임은 신문과 방송에서 크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나 미군측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돼 있다. 그러다보니 미 항모의 페이스북을 매일 들여다보며 중계방송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이다.

 

미 육군 66기갑연대 3대대 병력이 지난 3월 경기 의정부 미군기지인 ‘캠프 스탠리’ 갱도에서 기지 방호훈련을 하고 있다. 미2사단 홈페이지

 

일부 언론은 미 항모 페이스북에 실린 항모전단의 훈련 모습을 전달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미군이 페이스북에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는 식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군 고위 장성은 “미 항모전단이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가장 큰 목적은 항모 승조원들의 가족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것이 한국 기자들의 기사 소스로 활용되고 있는 걸 보면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병들이 장기간 먼 바다에 나가 이혼률 높기로 유명한 미 해군이 이를 줄이기 위한 방편중의 하나로 페이스북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가족들에게 장병들의 훈련모습이나 항모의 이동경로를 전달해주면서 서로간의 ‘끈’을 이어주고 있다는 의미다.

 

미 항모전단의 페이스북뿐만이 아니다. 주한미군이 국내언론에 보도자료를 제공하는데 인색하다 보니 기자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펜타곤(미 국방성)이나 미 태평양사령부 홈페이지까지 뒤져야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국방부의 ‘입맛’대로 공보

 

이번 사드 발사대의 추가반입 보고누락 파문에 대한 국방부 민간인 직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군인들이 SC(전략 커뮤니케이션)란 이름하에 평소에 외부에 알려지게 되면 불편한 사안에 대해서는 축소하거나 숨기고, 알리고 싶은 것만 적극적으로 내놓는 행태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방부에서는 윗선이 두리뭉실하게 또는 딴 얘기를 하면 군인으로서 부하가 책임을 안고가야 하는 게 그동안 분위기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국방부 보고서 초안에는 ‘사드 발사대 6기 반입 모 캠프 보관’이라는 문구가 있었으나 강독 과정을 거치며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국방부가 청와대에 보고할 문건에서 관련 내용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것이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청와대 발표에 대해 “제가 지시한 일 없다, 지시할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고서는 실무선에서 만든 것”이라며 “실무자들은 표현 속에 포함됐다고 봐서 숫자 표기를 안 했다는 것(으로 본다)”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한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 직원들은 새정부 출범 후 첫 공식 보고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보고이기 때문에 사드 문서의 경우 강독을 포함해 한민구 장관에게까지 보고되는 과정에서 수차례 수정이 이뤄지는게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무자들이 보고서에 ‘발사대 4기’ 표현을 넣지 않았다면 결재라인에 있는 상관들이 오히려 나중에라도 추가해야 하는 게 상식인데 ‘표현속에 포함됐다고 봐서 숫자 표기를 안했다’는 한 장관의 해명 자체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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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드·심일 신화·지소미아 알박기···‘소신’과 ‘무소신’ 평가 엇갈려

· 북의 연평도 포격 때는 소신 없이 ‘머뭇거리다’ 보복 타격 시기 놓쳐

 

주한미군이 대선을 불과 13일 남긴 지난 26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를 전격 배치했다. 차기 정부에서 뒤집을 수 없도록 하는 일종의 ‘알박기’ 성격이었다.

 

이를 놓고 한 신문은 국민의 알권리나 정치적 합의보다도 안보가 더 중요하다는 한민구 국방장관(66·육사31기)의 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나 국방부가 잇따른 ‘말바꾸기’를 해왔던 과정을 보면 한 장관의 소신이 작용했다기 보다는 미국 측의 일방적인 통보를 수용해 수동적으로 따른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또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실장으로 있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지시에 충실히 따른 것이다.

국방부는 사드 배치 시기를 놓고 지난해부터 춤추듯이 여러차례 입장을 바꿔 왔다. 지난 16일에는 미 백악관 외교정책 참모가 사드 배치가 한국 차기 정부의 몫임을 시사하면서 미국이 중국의 대북 압박을 이끌어내는 대가로 사드 배치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빅딜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그러자 “대선 전 사드배치 마무리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맞장구쳤던 곳이 한국 국방부였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연평도 해병대 부대에서 북한군 동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한장관의 대선 전 ‘국방 알박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5일에는 ‘가짜 신화’ 논란을 빚은 심일 소령(1923~1951년)의 북한군 자주포 파괴 전공이 사실이라고 기정사실화했다. 이 역시 심일 소령 논란이 군 역사 바로잡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새 정부 출범 전에 ’대못박기‘를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군 안팎에서는 1949년 개성 송악산 전투의 ‘육탄 10용사’와 월남전 앙케패스 전투의 태극무공훈장 조작 의혹등 ‘가짜 영웅’ 논란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최호근 사학과 교수는 “심일 소령 신화는 지금까지 나온 증거만으로도 사실이라고 결론내는 것은 무리”라며 “게다가 차후에 배치되는 문건 하나라도 등장하면 쉽게 깨지는 사안으로 국방부가 서둘러 결론내리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의 승인 없이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줬다는 평가를 받는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23일 전격적으로 체결된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은 한국 정부가 광복 후 최초로 일본과 맺은 군사협정이었다. 이 역시 국정 공백 상황에서 졸속으로 추진·결정된 사안이었다. 국방부는 졸속 협정이라는 비난이 들끓자 서명식 자체의 공개를 거부했다.

 

게다가 한일 양국은 군사기밀 등급 분류 방식이 달라서 교환할 정보의 수준이 다르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일본이 제공할 군사 비밀정보는 한국군의 대외비 정도 수준의 저급인데 반해 한국군이 일본 자위대에 제공할 정보는 고급 정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은 이명박 정부가 2016년 10월 27일 정부 내부 논의 과정인 차관회의를 거치지 않은 채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처리했다가 비난여론이 끓어오르자 서명식 50분을 남겨놓고 무산시킨 사안이었다.

 

F-15K 무장.

 

한 장관의 이같은 ‘국방 알박기’ 결정은 안보와 군심을 앞세우며 국민 의사를 무시한 일방적인 결론 내리기란 공통점이 있다. 그러면서 본인의 결단 보다는 미국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눈치보기나 부하들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한다는 점이다. 군 관계자는 “한 장관이 부하들의 의견을 두루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민주적인 리더십으로 비쳐질 수 있으나, 이를 뒤집어 보면 나중에 책임 논란이 될 경우를 대비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 합참의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상황조치를 적시에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보복 타격 시기를 놓쳤다. 이때문에 한 장관은 본인의 소신과 결단을 보이지 못해 상황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장관측은 나중 청문회 등에서 초계 비행중이던 F-15K가 슬램 이알(SLAM-ER)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하지 못한 상태여서 즉각적인 보복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합참의장이었던 한 장관의 결심만 있었으면 슬램 이알이 아니더라도 공군 전투기가 장착한 JDAM (Joint Direct Attack Munition·합동정밀직격탄) 공격이 얼마든지 가능했다고 군 관계자들은 증언하고 있다.

 

당시 한민구 합참의장과 군 수뇌부들이 전투통제실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북한군 방공시스템이 작동해 JDAM 폭격은 수포로 돌아갔다는 게 중론이다. 이후 군은 원거리에서 공격이 가능한 슬램 이알을 장착한 F-15K를 띄웠으나 ‘사후 약방문’이었다.

 

이처럼 한 장관은 좋게 말하면 신중함이지만, 본인이 결단하지 못하고 주로 부하들이 모아준 의견이나 상부의 지시에 따르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한 장관의 이같은 스타일을 놓고 그의 측근으로 꼽히는 한 고위 장성은 “그래도 무난하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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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군이 함께 하는 키 리졸브(Key Resolve) 연습은 2주 일정으로 지난 24일 끝났지만, 4월 말까지 진행하는 독수리(Foal Eagle) 훈련은 28일 현재까지 한창이다. 키 리졸브는 전쟁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하는 지휘소연습(Command Post Exercise)인 반면, 독수리 훈련은 야외기동훈련(Field Training Exercise)으로 진행된다.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 항모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한미연합사는 “올해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은 한국군 주도, 미군 지원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모습에서 한국군의 존재감은 사실상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신 미군들의 ‘맹활약’은 한국 언론에 두드러지게 보도되고 있다. 주한미군이 이례적으로 자신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반도에 전개된 미군의 전력 자산과 훈련 모습을 잇따라 공개한 결과다.

 

미군은 니미츠급 항모 CVN-70 칼빈슨(Carl Vinson)함을 선두로 미 전력 자산을 속속 소개했다. 대전차미사일과 소형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한 최신형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 중대의 한반도 배치, 주일 미 제3해병원정군 소속 F-35B 라이트닝II 공격기와 괌에서 날아온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의 한반도 출격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훈련중인 미 F-35B

 

주한미군은 또 경기 파주 사격장에서 사린으로 만든 화학무기를 제거하는 ‘워리어 스트라이크 6’ 훈련과 의정부 캠프 스탠리 미군기지에서의 갱도 내 훈련 장면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훈련과 관련한 정보가 부족한 국내 신문과 방송매체들은 주한미군이 일방적으로 올린 홈페이지 내용을 받아쓰면서 살붙이기에 급급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미군이 공개한 것 가운데 실제로 키리졸브·독수리훈련과 연관된 것은 항모 칼빈슨의 동해상 훈련 뿐이었다. F-35B 스텔스기 6~8대가 강원 태백의 필승사격장에서 실시한 훈련은 한미 해병대 교환프로그램인 케이멥(KMEP)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키리졸브·독수리훈련과는 관련이 없다.

 

주한미군이 한국군과 함께 진행한 ‘워리어 스트라이크 6’나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 중대의 미 2사단 예하 2항공여단 배속, B-1B 랜서의 등장도 키리졸브·독수리훈련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경기 의정부 캠프 스탠리 미군기지에서 이뤄진 갱도 내 훈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이 갱도 훈련의 실상은 지휘소를 포함한 주한미군 기지의 지하시설을 보호하는 게 주목적인 일상적 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훈련에 대해 ‘지하에 은신한 북한 수뇌부 제거를 가정한 훈련’이라는 과장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터무니없는 해석에 대해 주한미군들은 “사실과 다른 프로파간다(선전·선동)”라고 한국군에게 말했다.

 

주한미군이 지하 갱도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그 동기야 어찌됐든 미군의 이례적인 훈련 장면의 잇따른 공개는 한국민들에게는 마치 키리졸브·독수리훈련에 엄청난 미 전력이 투입되고 여차하면 미 특수부대가 북한 수뇌부를 제거할 듯 비춰지게 하는데는 성공했다. 대신 올해 훈련을 주도했다는 한국군의 존재감은 찾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는 한미 군당국이 순수한 방어적 목적의 훈련이라고 주장해온 키리졸브·독수리훈련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 및 핵실험 시도에 대한 강력한 경고·응징·보복 목적의 다른 훈련을 겹쳐 실시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또 툭하면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보내 달라”는 한국군의 요구에 편승해 미 본토까지 위협하는 북한을 겁박하기 위한 미군의 무력시위가 빚은 현주소이기도 하다.

 

문제는 전쟁이 나기 전에는 쉽게 모일 수 없는 어마어마한 무기와 특수부대들이 한반도에 수시로 출몰하는데 익숙해지면서 국민들이 전쟁 위기에 둔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한반도 전쟁의 트리거(방아쇠)는 북한 뿐만이 아니라 미국도 당길 수 있다는 점을 외면한 채 미군 전략무기의 등장에 환호하는 팬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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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에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글이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이 반드시, 머지 않아 도발할 이유’라는 글에서 “한국은 이번 포격훈련 이후 다소 호전적이고 자축하는 분위기”라며 “북한이 한국의 단호한 태도와 군사력 사용 의지 앞에서 주춤했다는 것이 서울의 주된 여론”이라고 전했다.

란코프 교소는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북한은 무서워서 대응을 못한 게 아니라 냉철한 전술적 면모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은 자신이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갑작스럽게 공격한다. 불리한 싸움은 피하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국방부를 10여년간 출입하면서 북한의 도발을 여러차례 취재한 경험으로 볼 때 란코프 교수의 의견에 동의한다.

북한은 나름대로 전략적, 또는 전술적 판단으로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한 보복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특유의 ‘살라미 전술’‘치고 빠지기 전술' 차원에서 더 이상 군사적으로 붙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북측이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나선 남측의 무력 시위에 겁을 먹고 꼬리를 내린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우리군의 확고한 서북도서 방어 및 영토주권 수호 의지를 보인 것이 훈련성과였다”며 “중·러 등 요청과 북한의 위협적 언동에도 불구하고 단호하고 일관된 군사적 조치로 국민 안보 불안감을 해소하고 일체감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평도 사격훈련 이후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청와대와 여당을 중심으로는 자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게다가 군의 잇따른 훈련을 통해 무력과시를 즐기는 분위기다.(보수층의 표를 다지는 데는 매우 효과적인 이벤트다)

군은 연평 사격훈련의 여세를 몰아 130㎜ 다연장로켓포와 K1 전차, K-9 자주포, F-15K, KF-16 등을 동원한 최대 규모의 공·지합동훈련을 실시한다. 도하 언론에도 전차와 자주포, 다연장로켓포가 불을 뿜는 화력시범을 대대적으로 공개한다.(대대급 훈련으로 예정됐던 것이 연평도 사격훈련 이후 갑작스럽게 규모가 크게 커진 것이다)

또 동해 바다에서는 구축함과 잠수함을 동원한 해상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다음주에는 서해 바다에서도 해상훈련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굳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지 않더라도 조용히 북한을 압박하면서 효과적으로 훈련을 실시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군 당국은 최근의 무력 시위성 훈련을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공·지합동훈련에는 취재진을 위한 헬기까지 이례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금 한반도 전체는 북한을 향한 무력과시의 장이 돼버린 느낌이다.

그렇다고 이같은 무력과시에 겁먹어 북한이 앞으로 도발을 하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은 원하는 것을 요구하고 얻기 위해서는 ‘틈새’를 노려 반드시 도발한다. 이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번 연평 도발이 그것을 증명했다. 앞서 군당국은 천안함 사건 이후에도 미 항모까지 참가하는 한미연합 무력 시위훈련을 대규모로 실시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생했다)
 
국방장관도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의 ‘성동격서’식 도발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북한군은 전면전까지 가지 않을 정도로 ‘히트 앤드 런’ 작전을 구사하는 게 특기다)

그런면에서 우리 군은 ‘사후약방문’식 처방에 매달린다는 느낌이다. 지난 20일 실시한 연평도 해상사격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정부는 사격훈련을 통해 단호한 의지로 북한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보여 군의 사기와 국민적 신뢰를 높였다고 여기고 있다.

또 전 세계에 북방한계선(NLL) 수호 의지를 크게 과시했다.(대신 NLL이 국제분쟁수역임을 홍보하려는 북한의 의도에도 말려들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무엇이 바뀌었나. 연평도에서 전사한 해병 용사 2명과 무고하게 희생당한 민간인 2명의 복수를 공언한대로 ‘천배 만배’ 되갚아준 것도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 사격훈련으로 ‘때린 놈’에게 피해를 준 것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때린 놈’인 북한은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한다.(게다가 주목을 받은 K-9 자주포는 12문을 배치해 놓고도 4발 쏜 것이 전부다. 지난번 훈련 때는 60발을 쐈다)

어찌보면 무척이나 약올리는 발언이다. 마치 개인간 싸움에서 두들겨 맞은 후 상대방을 때리지도 못하고 눈앞에서 ‘쇠파이프’만 휘두르다 만 꼴이다. 그리고 ‘때린 놈’은 피해자가 쇠파이프를 휘둘렀어도 맞지 않았으니 그냥 무시해버리겠다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예비역 장성이 전화를 했다. 그리고는 사격훈련 한번 하고 북한이 저지른 도발을 응징한 것처럼 착각하는 정치권과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쏟아 냈다)

청와대 고위 관리가 말했듯이 북한은 우리 군의 사격훈련에 대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자칫 어설픈 대응을 했다가 전면전으로 갈 경우 김정일 정권의 몰락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에서) 전면전에 이르려면 전면전 하기 위한 징후가 나타난다”며 “그렇기에 연평도의 국지도발 가지고는 전면전으로 이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도 연평도에 배치된 대대급 부대의 해상 사격훈련을 할 때마다 전략부대인 유도탄사령부(9715부대)까지 포함한 육·해·공 제병합동전력과 주한미군까지 나서는 상황을 반복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연평도 포격이 그랬듯이, 도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예측 불가능한 시점을 택해 도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북의 행태로 봐서 우리가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의 도발은 군사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 시내 한복판의 지하철에서 ‘가스 테러’를 저지르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슬그머니 전염병 세균을 퍼뜨리지 않으리란 확신도 없다. 군 안팎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이경우 행위자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구체적인 군사 도발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를 잡기도 매우 어려울 것이다)

결국 군의 잇따른 무력과시 차원의 훈련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언제라도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국민들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군도 이것을 잘 알고 있다. 정부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표심을 결집하기 위한 전시행정 차원의 보여주기식 무력 시위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 정부가 진정으로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싶다. 더 이상 ‘사후약방문’ 처방은 곤란하다.

Posted by 경향 박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