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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이야기

한미훈련에 내세운 트럼프 ‘돈의 논리’ 사실일까

트럼프가 한·미동맹에 내세운 ‘돈의 논리’는 사실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주한미군에 적용하고 있는 ‘돈의 논리’는 사실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과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 비싸다고 잇따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는 “이렇게 큰 비행기(미 폭격기)가 (괌에서) 한국까지 훈련하러 가고, 폭탄을 떨어뜨리고 괌으로 돌아오기에 긴 시간이다. 내가 항공기에 대해 많이 아는데, 아주 비싼 것이고 나는 그게 싫다”고 발언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에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우리가 수백만달러를 비행기와 모든 것을 위해 지불하고 있다”며 “훈련은 아주 비싸다. (훈련 중단으로) 내가 많은 돈을 절약했고, 그건 우리에게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 괌의 미국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오후 ‘죽음의 백조’ B-1B 1대가 출격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대해서도 수차례에 걸쳐 비용과 연계해 거론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나는 적절한 시점에 가능한 한 빨리 (주한미군) 병력을 빼고 싶다”며 “우리는 많은 비용이 들고 있고, 한국이 (주둔 비용) 전액을 지불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지난 3월에는 “우리는 한국에서 (무역으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고 있다”고도 말했다.

 

■죽음의 백조 ‘13억5700만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들어가는 금액이 얼마인가’ 하는 궁금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싼 훈련 비용 대상으로 주로 비행기를 언급하고 있다. 이는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폭격기 ‘3종 세트’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와 B-2A 스텔스 폭격기, B-52H 폭격기가 그것이다.

 

국내 대다수 언론 매체들은 군 당국자나 군사전문가들의 추정이라며 이들 3종류 폭격기가 괌에서 한반도를 한 차례 다녀가면 총 120억원가량의 비용이 든다고 보도했다. B-1B는 공중급유기와 호위 전투기 출격 비용까지 포함해 20억~30억원가량의 비용이 소요되고, B-2A 폭격기는 한반도 상공으로 1회 출격하는 데 연료비와 스텔스 도료비 등 60억원가량 들어간다는 것이다. B-52H 출격비용은 20억~30억원으로 유사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추정치는 연료비에 다른 지원 비용 등을 더했다 하더라도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 순수한 연료비만 보면 민간 항공사가 괌과 인천을 운항하는 중형기인 767 기종은 약 3000만원이고, 대형기인 B747 기종은 약 6000만원이다.

 

미 공군의 분석은 한국 언론이 보도하는 액수의 3분의 1이 채 안된다. 미 CBS 뉴스는 지난 13일 “한국에서 워 게임을 중단하면 미국은 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하나?(How much money would the U.S. save by ending Korean ‘war games’?)”라는 기사에서 미 공군 장교가 전략무기 출동 비용을 계산한 기사를 실었다.

 

B-1B의 한반도 1회 출동 비용은 13억5700여만원으로 계산됐다. B-1B의 1시간 작전비행 비용을 1억400여만원(9만5758달러·환율 1090원 기준)으로 잡은 후 괌~한반도 왕복에 걸리는 13시간을 곱한 수치다. 마찬가지로 B-2A ‘스피릿’의 1시간 작전비행 비용은 1억3300여만원(12만2311달러)으로, 한반도 출격 비용은 17억3300여만원이었다.

 

B-52H는 1시간 작전비행 비용이 5300여만원(4만8880달러)으로 다른 전략폭격기에 견줘 저렴한 편이었다. 괌에서 한반도까지 비행에는 6억9300여만원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3종 폭격기가 한꺼번에 한반도에 총출동한다고 가정해도 훈련비용은 총 347만337달러(37억8000여만원) 정도다. 서울 강남의 대형 아파트 한 채 가격이다. 이는 출격에 동원된 병력 인건비와 운영비, 유지·보수비, 지원비, 시스템 개선비 등이 모두 포함된 액수다. 미국의 2019 회계연도 국방예산인 6811억달러(742조3990억원)에 견주면 0.0005%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게다가 미 전략폭격기 3종류가 한꺼번에 한반도에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CBS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대로 (전략폭격기) 비행이 취소된다 해도 실제로 돈이 절약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전략폭격기는 한반도 비행이 취소되면 대신 다른 임무에 투입돼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엄청난 비용 절약’이라는 주장은 일방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또 있다. 핵항모나 폭격기 등 미 전략무기가 단순히 북한만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에 전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미 전략무기는 한반도 인근에서 중국이나 러시아를 겨냥해 단독훈련이나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비용을 나누는 계산은 더 어렵게 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단하겠다고 한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본래 미 전략무기가 투입되는 훈련이 아니다. 미군의 경우 미 본토나 태평양사령부 등에서 증원되는 전쟁수행요원 2000~3000명이 지하 벙커에서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해 시뮬레이션 워 게임을 숙달하는 훈련이다. 실제 기동훈련이 아니기 때문에 항공모함이나 이지스함, 전략폭격기 등이 올 이유가 없다.

 

투입되는 비용도 주로 병력 인건비 위주다. 여기에 수송비, 피복비, 부식비, 의료용품 등 훈련 기본 비용과 장비 가동에 필요한 유류비와 수리부속비 등이 포함된다. 연합훈련에 소요되는 비용은 자국 부담이 원칙이다. UFG에 전략무기를 투입하지 않는다면 미측이 부담하는 비용은 확 떨어진다. “훈련비가 아주 비싸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다.

 

■한반도 주둔이 더 경제적

 

트럼프 대통령의 “군대(주한 미군)에서도 돈을 잃고 있다”고 한 발언 역시 트럼프 취임 직후부터 논리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미 싱크탱크 ‘아메리칸액션포럼(AAF)’은 2016년 11월 발간한 ‘동맹과 방위비 분담: 예산 현실 조사’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은 한국·일본·독일에 미군을 주둔시켜 군사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을 미국 본토에 배치하는 것보다 한국에 주둔시키는 것이 더 큰 비용 절감이 된다는 의미다. AAF는 미 보수매체 워싱턴프리비컨이 소유한 싱크탱크다. AAF 보고서는 또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이 만약 독일 공군 기지를 이용하지 못했다면 군사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많은 나라를 보호하지만 얻은 것은 전혀 없다’는 트럼프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밝혔다.

 

로렌스 코브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지난 14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해산시킨다면 모를까, 주한미군을 귀환시키면 그들을 위한 시설을 짓는 등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46%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면 미국이 결국 모든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2016년 4월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상당 부분 부담하고 있다”면서 미군이 미국 본토에 재정착하는 것보다 한국에 있는 것이 “절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특히 미군의 해외 단일 기지 중 최대 규모라는 평택 험프리스 기지는 한국이 총 이전 비용 107억달러 중 92%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건설됐다. 험프리스 기지는 미국 수도인 워싱턴과 비교하면 알링턴 국립묘지, 국회의사당, 내셔널스 야구장까지 덮을 수 있는 규모다. 또 험프리스 기지는 주한미군 기지이자 중국을 겨냥한 미군의 ‘동북아 기동군’ 기지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장은 사실과 다른 레토릭을 앞세운 ‘장삿속’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