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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읽는 국방뉴스

군의 CSI 수사대


 <연구원이 총기 시사하는 모습>


 <문서 지문과에서 도장의 진위를 검사하고 있는 모습>


 <총기 화재과에서 탄흔 등을 조사하는 모습>


<채취한 유전자를 검사하는 장면>



<총기화재과에서 탄흔 등을 조사하는 장면>

 -흔적에서 진실찾아내는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

                        (경향신문 2008년 11월 19일자 보도)

군 과학수사의 총본산인 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는 군의 ‘CSI 수사대’로 불린다. 서울 용산 국방부 주변에 3층 건물 2동이 자리잡고 있다. 과학수사연구소의 캐치프레이즈는 ‘진실을 추구하고 인권을 보호한다’는 것. 법의학부·법과학부와 감식지도실 등 2부1실 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법의학부는 유전자과 등 3개과, 법과학부는 총기화재과 등 4개과로 세분된다.

총기·폭발물 감식과 거짓말 탐지 분야서 독보적
K5권총 분실·평화유지군 헬기 추락 사건 등 해결


총기화재과 감식관이 소총을 총기 발사대 위에 올려 놓고 탄두의 강선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사격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과학수사연구소가 해결한 큰 사건으로는 65사단 K5권총 분실사건(2008년 8월18일), 유엔 평화유지군 네팔임무단 헬기 추락사고(2008년 3월4일), 강화 해병 2사단 초병 총기피탈 사건(2007년 12월6일), 자이툰사단 총기 사망사고(2007년 5월 19일) 등이 있다.

65사단 K5권총 분실사건 수사에는 과학수사연구소의 거짓말탐지 검사, 지문 및 유전자 감정 등이 입체적으로 동원되었다. 당시 범인인 모 대위는 대대장의 권총을 훔친 뒤 수사망이 자신을 향해 좁혀 오자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허위 제보를 했으나 결국 체포됐다. 범인은 제보 문서에 자신의 지문을 남기지 않은 것은 물론 글자체까지 달리했으나 유전자과 감식관이 종이의 접혀진 부분에 묻은 땀에서 DNA를 추출하는 바람에 틀통났다.

군의 특성상 군 과학수사연구소는 특히 총기와 폭발물 감식에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범행 현장에 탄피나 탄두 1점만 있으면 어떤 총에서 발사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 총기 발사 거리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여러 흔적과 의복의 파열 상태 등을 통해 총이 발사된 거리, 각도 및 총기 발사자의 자세에 대한 정보까지 찾아낸다.

연구소 1층에는 국내 유일의 ‘총기 시사(試射)실’이 있다. ‘탄두 회수 챔버’라고 불리는 총기 시사실은 총기 발사 세트와 탄두 등을 회수할 수 있는 가로 3.5m, 세로 1.2m 정도의 금속 수조(水槽)로 이뤄져 있다. 수조는 물이 절반쯤 담겨 있어 총알의 속도를 감속시킨 뒤 탄두나 탄피를 수거할 수 있는 구조이다.

총기화재과 관계자는 “총기 시사실에서는 화약량을 조절해 회수한 탄두를 통해 강선흔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 강선흔은 다시 30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쌍안비교현미경을 통해 범행에 사용된 총알의 강선흔과 비교된다”고 설명했다.

문서지문과 감식관이 범행에 사용된 문서의 위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문서에 찍힌 인영과 진본을 비교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과학수사연구소측은 “총기화재과에서는 20만배까지 확대가 가능한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총알을 격발한 당사자에게서만 추출이 가능한 미세한 화약 흔적까지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서 감식을 통해서는 계룡대에서 발견된 진급비리 관련 유인물에 있는 복사기 토너 흔적을 통해 복사기 기종을 알아내 민간인 범인을 검거하기도 했다.

과학수사연구소는 거짓말 탐지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1961년부터 2003년까지 11차례에 걸쳐 검사관 105명을 양성·배출했다. 여기에는 경찰 검사관 27명과 국가정보원 검사관 6명도 포함돼 있다.

유전자과는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국군포로의 탈북 가족들에 대한 DNA 검사를 시작, 상당수가 북한에서 사망한 국군포로 가족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2005년 12월 발생한 총기와 탄약, 수류탄 탈취사건에서는 현장에 떨어진 머리카락으로 범인을 검거했다. 당시 철조망에서 발견한 길이 7.3㎝의 머리카락이 A형 혈액형 남성의 것임을 알아낸 뒤 예비역 중사가 범인임을 밝혀냈다.


60년 거짓말 탐지 국내 첫 도입

국방부 조사본부는 국군의 최고 헌병기구로 1953년 3월 창설된 헌병총사령부를 모태로 하고 있다.

60년 10월 국방부 합동조사대, 70년 국방부 조사대, 90년 국방부 합동조사단을 거쳤다. 2006년 2월 합동조사단, 과학수사연구소, 민원제기사망사고 특별조사단을 통·폐합해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됐다.

과학수사연구소는 60년 국내 최초로 거짓말 탐지검사 기법을 도입했다. 이후 48년 동안 쌓인 노하우와 수사 경험으로 91년 반포대로 어린이 사망 뺑소니사건, 부천 여대생 살인사건 등 민간사건 해결에도 한 몫 했다. 거짓말 탐지를 위한 국내 유일의 컴퓨터 성문검사기도 갖추고 있다.

과학수사연구소에는 한국 현대사의 한 획을 그었던 현장 증거물들이 고스란히 보관돼 있다. 과학수사연구소의 증거물보관소 사무실 벽에는 굵직한 사건의 현장검증 사진들이 걸려 있다. 이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흐름에 종종 군이 개입됐기 때문이다.

60년 4월28일 경무대 제36호 관사에서 발생한 부통령 이기붕 일가 자살사건의 증거물도 이곳에 보존돼 있다. 당시 이 부통령의 장남이자 이승만 대통령의 양자였던 육군 소위 이강석이 아버지 이기붕과 어머니 박마리아, 동생 강욱을 쏜 뒤 자살한 권총이 현장 증거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강원 인제에서 63년 10월19일 육군 부대장 일가족을 도끼로 살해하고 총살에 처해진 ‘엽기 살인마’ 고재봉 사건의 증거물 역시 이곳에 보관돼 있다.

이와 함께 GP(전방초소) 총기난사사건을 포함해 국내에서 발생한 총기 관련 주요 사건의 증거물 대부분이 군 과학수사연구소에 보관돼 있다. 조사본부는 증거물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