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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코멘터리

‘합참 제2작전본부’가 필요하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 사건은 국방백서에서 말하는 ‘잠재적 위협’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시사해줬다. 개인적으로도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가 ‘어거지’ 부리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일반 사회라면 ‘무고죄’로 처벌받을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는 힘의 논리에 묻히는 현실을 목격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일본의 도발에 가까운 초계기 위협비행은 군사적으로 분쟁지역 확대를 통해 자위대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고 입을 모은다. 군사력 보유 명분의 확보 차원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국방예산 확보를 위해서도 군사 갈등을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은 2019년 이후 5년간 시행되는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에서 이즈모급 함의 항모화와 F-35B 추가 도입 등을 위해 약 274조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이미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대 군사비 책정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처럼 일본 군사력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본의 ‘평화헌법 제9조’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일본 자위대를 공격형 군대로 바꾸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제는 ‘자위대’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앞뒤 맞지 않는 말이 돼버렸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도발에 가까운 군사적 행위 역시 상궤를 넘은 지 오래다. 중국은 서해 내해화를 위한 기도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적 위협보다 심각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중 해군은 124°E 선을 놓고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서해에서 124°E 선을 사실상의 군사활동 경계선으로 고착시키려 하고 있다. 124°E 선이 군사활동 경계선으로 굳어지면 서해 대부분이 중국 바다가 된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 해군은 124°E보다 훨씬 먼 123°E 선 주변 바다에서 주기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함정 역시 한국 함정을 따라다니며 밀착 감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해양굴기를 앞세운 중국이 일본의 초계기 위협처럼 언제 한국 해군 함정에 근접해 위협을 가할지 모르는 형국이다. 중국은 서해를 일종의 군사적 안전해역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곳 해역에서 매년 대규모 해군연습을 정례화하고 있다.

 

중국은 이어도까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중국은 2013년 이어도와 주변 배타적 경제수역(EEZ) 상공을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으로 선포했다. 이에 맞서 한국 정부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이어도를 포함하는 수역으로 확장했다. 이후 이어도 인근 해·공역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까지 겹치는 군사적으로 민감한 영역이 돼버렸다.

 

중국은 이어도 인근 해역에 수시로 함정과 항공기를 보내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2016년 이후 대폭 늘어난 중국의 서해 및 KADIZ 내 군사활동이 그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유엔 해양법을 무시하고 이어도 문제를 영토분쟁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전조는 이제는 정례화되다시피 한 중국 군용기의 KADIZ 진입이다. 중국 정찰기는 이어도와 제주도 인근 해역에 진입한 후 한국 연안에 근접해 울릉도 동쪽 해역까지 북상 비행하다가 다시 같은 경로로 복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또 지난해 2월과 8월 사이에 서해와 이어도 근해상에 폭 3m, 높이 6m의 주황색 부표를 8개 설치했다. 이어도 관할권 확보나 한국과 EEZ 경계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차원이다. 실효적 지배를 하기 위한 준비단계일 수 있다. 군사적으로는 해양 관측으로 가장해 잠수함 운항 정보 탐지용 감시장비를 겸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심지어 부표 4개는 한국 해군의 공해상 작전구역에 있다. 이는 한국 안보에 또 다른 도전이다.

 

중국과 일본의 행동은 미국이 빠진 힘의 공백만큼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툭하면 유엔사 후방기지가 자국 내 위치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한반도 유사시 일본 허락이 없으면 유엔사 후방기지 물자가 반출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일본까지 가세한 한반도 부근에서의 군사활동은 점점 더 강화되고 횟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언제 ‘쓰나미’로 변해 한반도로 몰려올지 모르는 형편이다.

 

물론 주변국과의 군사적 신뢰 구축이 먼저다.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남북 군축을 넘어 동북아 군축까지 제안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주변국까지 가세한 잠재적 군사 위협은 안보 프레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북한에 집중했던 군사력 건설 방향을 새롭게 검토할 요인이 생긴 것이다.

 

현재 군 대비태세의 우선순위는 대북 작전에 있다보니 주변국의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위협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당장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중국 인민해방군 북부전구 제78집단군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중국은 북한 내 중국인 보호를 명분으로 유사시 대북 군사개입까지 할 것으로 한·미 군 정보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한국군은 평시작전권의 경우 ‘유엔군사령부의 정전 시 교전규칙’에 따르게 돼 있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이 도발할 경우에 대해서도 이 교전규칙을 따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가 우방국 소속이라는 이유로 근접 위협비행에 속수무책이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반도 안보 환경은 주변국의 군사력 강화 명분을 위한 도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이제는 만에 하나라도 주변국이 도발할 경우를 대비한 독자적 교전규칙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주변국 군사활동에 대한 대응을 전담하는 ‘합동참모본부 제2작전본부’ 필요성도 나오고 있다.

 

합참 제2작전본부는 주변국 안보 상황 변화에 따른 최대한의 방어 전략까지 구상해야 한다. 육·해·공 각군의 교육사령부도 주변국 군사상황에 맞춘 교리를 개발해 뒷받침해줘야 할 것이다. 이 밖에 북한이 비난하는 F-35와 공중급유기 도입도 동북아 군사균형을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북한이 더 이상 시비를 걸 사항이 아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