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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코멘터리

43조대 국방예산 ‘떡본김에 제사?’

국방부가 최근 이명박·박근혜 정부 증가율을 훌쩍 뛰어 넘는 2018년 국방예산 요구안을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보수 정권에서는 예산 요구액이 낮아지고,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국방예산 요구액이 높아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국방부의 내년도 국방예산 요구액은 전년(올해)보다 8.4% 증가한 43조7114억원 규모다. 국방부가 밝힌 명목은 ‘책임국방 구현’과 ‘유능한 안보 구축’이다. 그러면서 신정부의 정책 과제를 최대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미군 의존도를 줄이는 자주국방에는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국방예산을 대폭 증액한 바 있다. 군 당국은 문재인 정부도 이를 따를 것이라는 희망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국방예산추이. 연합뉴스

국방부의 내년도 요구 예산 증가율은 2009년 8.8% 이래 가장 높은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국방부가 요구한 예산 증가율은 2009년 한해를 빼고는 6~7%대를 유지해왔다.

 

특히 국방부가 지난해 요구한 증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5.3% 수준이었다. 그나마 국회에서 통과된 국방예산 증가율은 3.6%에 그쳤다.

 

내년 국방예산이 요구안에 근접하게 확정될 경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연평균 실제 국방예산 증가율(약 5%)을 훌쩍 뛰어넘게 된다.

 

내년 국방예산 요구안의 증가율은 8%를 넘었던 노무현 정부의 연평균 국방예산 증가율과 비슷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국방예산 증가율은 11.4%에 달했다.

 

국방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대폭 반영했다며 병사 봉급의 대폭 인상안을 내놓았다. 병장 기준으로 21만6000원에서 최저임금 30% 수준인 40만5996원으로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간부 3089명(부사관 2915명) 증원 비용도 포함시켰다.

 

그러다 보니 병력 운영비 증가율이 7.6%(1조3116억)에 달했다. 국방부가 요구한 인건비와 급식·피복비만 전년도 17조1464억원에서 18조4580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군수지원과 교육·훈련, 시설건설에 투입되는 전력유지비는 11조6458억으로 6.0%(6546억원) 증가했다.

 

전차·자주포, 항공기, 함정 등 무기 구입 및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방위력개선비는 13조6076억으로 11.6%(1조4106억원) 늘어났다.

 

국방부가 요구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떡본김에 제사지낸다’는 옛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기회가 좋은 때 후다닥 일을 치른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의 자주국방 의지는 방위력개선비 대폭 증액과, 일자리 창출은 간부 충원과 연계시킨 것이 그 예로 보인다.

문제는 국방부가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을 막아서 국방비를 줄여보려는 노력을 했느냐이다. 국방부 발표를 보면 그런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44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 지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가면 국민들은 납득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다.

 

군 당국은 증강계획에 따른 점진적인 증액이라고 주장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정권이 바뀌었다고 무기 구입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대폭 늘어나고, 인건비가 갑자기 늘어난 꼴이다. 예산 늘리기에 앞서 항목 조정이나 시기 조절, 불필요한 인력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