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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코멘터리

사드 환경평가 논란, 국방부 선후바뀐 ‘말뚝박기’로 촉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구성된 범정부합동TF가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주재로 첫 회의를 열었다.

 

합동TF는 결론을 도출할 때까지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공개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TF는 가장 먼저 사드배치 추진과정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이 생략된 이유를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방부는 주만미군 측에 32만여㎡의 부지를 공여했고, 공여부지 안에서 실제 사업면적은 10만㎡ 이하기 때문에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25일 만들어진 1, 2차 공여 계획에 따른 부지 전체 70만㎡를 국방시설의 사업면적으로 봐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70만㎡라면 당연히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하고, 32만여㎡이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가능하다.

 

■사업면적 보다 공여면적을 먼저 정한 국방부의 ‘꼼수’

 

국방부는 그동안 “한미 합의에 따라 사드 포대에 필요하다고 결정된 32만8779㎡를 공여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러면서 실제 사드 구성품이 들어가는 사업면적은 10만㎡ 범위이고, 공여면적은 안전거리 등 완충지역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밝혀 왔다. 그러기 때문에 사드 부지는 33만㎡ 이상에 요구되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펴 왔다.

 

문제는 국방부가 사업면적과 공여면적 중 어는 것을 먼저 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업면적을 먼저 정하고, 여기에 안전거리 등을 고려한 필요면적을 더해 공여면적을 결정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다.

 

국방부는 이 순서를 뒤집은 것으로 보인다. 사업면적 보다 공여면적을 먼저 결정하는 꼼수를 피운 것이다. ‘말뚝박기’부터 해놓고 거기에 꿰맞춰 일을 진행했다는 의미다. 일종의 ‘옷부터 사놓고 거기에 몸 맞추기’다.

 

군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국방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이은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32만8779㎡의 공여면적을 먼저 정한 후 사업면적을 계산했다.

 

그러면서도 국방부는 “최종 공여부지 결정은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레이더와 발사대 등 사드 구성품을 놓을 위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조정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완충구역 면적이 공여면적(32만8779㎡)에서 사업면적(10만㎡)을 뺀 나머지라는 점에서, 이 역시 정상적으로 계산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단계 부지 공여 계획의 실체는

 

청와대 발표전까지만 해도 국방부 관계자들은 “현재 사업부지 10만여㎡ 이하의 면적에서 사업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추가 4기 역시 공여된 면적과 사업면적 내에 배치되기 때문에 추가공여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공여부지 면적을 32만8779㎡로 한 것은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한 것이 맞지만 2차 공여는 없는 것으로 하고, 1차 공여로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1단계 32만8779㎡, 2단계 37만㎡ 등 총 70만㎡을 주한미군에 공여할 계획을 짰다”는 청와대 발표 이후 2차 부지 공여 계획에 대해 일절 언급을 피하고 있다. 혹시나 청와대와 다른 말을 했다가 향후 예상되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해서다.

 

그동안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사드 레이더와 발사대 6기 등의 배치 위치를 놓고 3~4차례 수정을 거듭했다.

 

첫번째 배치 청사진은 70만㎡ 부지를 다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국방부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해서는 일단 공여면적을 33만㎡ 이하로 해야한다는 의견을 주한미군에 전달했고, 미측도 이를 받아들여졌다.

 

이에 따라 첫번째 수정된 청사진은 사드 X밴드 레이더를 성주골프장 부지의 오른편에 있는 도로 옆쪽에 놓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몇차례 시뮬레이션을 거듭한 끝에 한미는 레이더를 골프장 부지 왼편으로 옮기고, 발사대 6기를 부채꼴 형식으로 모두 32만8779㎡ 안에 넣는 청사진을 완성했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이 2단계로 37만㎡ 부지를 공여받은 다음에 1차 청사진대로 사드 발사대를 옮길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사드 발사대가 이동차량이기 때문에 작전적 이유를 들어 얼마든지 70만㎡ 부지 내에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드 포대가 ‘거꾸로 유(U)자형’인 이유

 

청와대는 국방부가 주한미군에 공여한 부지가 거꾸로 유(U)자형으로, 일반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한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것이라고 발표했다.

 

거꾸로 유(U)자형은 말발굽 모양으로 보면 된다. 사드 포대 부지가 거꾸로 유(U)자형인 이유는 성주골프장의 페어웨이가 말굽형으로 흐르듯 조성됐기 때문이다. 현재 사드 포대는 성주골프장의 골프 코스를 따라서 배치된 것이다.

 

청와대는 국방부가 유(U)자형 가운데 오목하게 들어간 부분을 의도적으로 공여면적에서 제외해 기형적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곳은 야산지형으로 숲이 우거진 곳이다.

 

소위 골프장 코스에서는 OB 구역으로, 사드 포대가 사용할 수 없는 곳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면에서 청와대의 ‘기형적 설계’ 발표가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질 수 있다.

 

■향후 절차는

 

청와대는 사실상 사드 부지에 대해 전략 환경영향평가에 이은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사드 부지가 33만㎡ 이하이기 때문에 일반환경영향평가 아닌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입장이었다. 이제는 조금씩 말이 바뀌고 있다. 33만㎡ 이하 면적에 대해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가 아니라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할 수 있다’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할 수 있지만, 4계절의 변화를 살펴햐 하는 보다 정밀한 일반환경영향평가도 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바뀌고 있다.

 

국방부는 그동안 일관된 원칙 없이 불투명하게 사드 배치를 해왔다. 여러 단계에 걸쳐 시민사회와 언론의 요구에 비밀로 일관하며 그때그때 대응 논리를 달리 해왔다. 마찬가지로 새 정부가 들어서자 국방부 논리가 다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걸림돌은 또 있다. 청와대가 70만㎡를 사업면적으로 봐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에 국방부는 주한미군에 추가로 용지를 공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발표대로 70만㎡의 사업면적을 맞추기 위해서는 나머지 37만㎡를 어떤 방식을 통해서라도 사드 관련 용지에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70만㎡을 평수로 환산하면 21만1750평에 달한다.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약 2164평) 10여개를 모아놓은 것과 맞먹는 크기를 주한미군에 줘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한미 합의사항에 대해 나머지 절반의 진실을 알고 있는 주한미군은 일절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