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반입 보고누락 사건으로 직무에서 배제된 위승호 국방정책실장(육사 38기·중장)을 지난 5일자로 육군 정책연구관으로 전보했다. 육군 정책연구관은 전역을 앞둔 장성들이 가는 직위다.
위승호 중장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반입 보고 누락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새 정부의 유력한 첫 육군참모총장 후보였다. 육군이 만성적인 장성 인사 적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그를 참모총장으로 임명할 경우 대폭 물갈이 인사가 가능한데다 개혁 이미지와 크게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육군 총장설은 한민구 국방장관이 민간인 자리인 국방정책실장에 위 중장을 직무대리로 임명한데 대해 “(현역 상태에서 임명한 것은) 4성 장군으로 나갈 수 있는 장군의 앞날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위 장군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고향(장흥) 선배인데다, 그가 육군총장이 되면 2005년 김장수 총장 이후 12년만의 호남 출신 총장이 된다는 상징성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관심 대상이었다.
기자들 질문에 묵묵부답인 위승호 중장. 연합뉴스
전남 장흥 출신으로 장흥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한 그는 육군사관학교 38기로 입교해 1982년 임관했다. 전형적인 군 전략·정책통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쉽게 확인된다.
그는 중령 시절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 군사전략과 전략기획 담당관, 합동참모본부 대북군사업무담당관을 지냈다. 이후 합참 전략기획본부 군사전략과장(대령), 합참 전략기획본부 전략기획차장(준장), 신연합방위추진단장(소장)을 지냈다. 2014년 10월 중장으로 진급하여 2017년 1월까지 제42대 국방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청와대는 위승호 중장을 바둑에서 말하는 ‘사석’(버리는 돌)으로 처리하고 ‘한민구 일병’ 구하기에는 일단 성공하면서 외교적 파장까지 우려되는 사드 논란 확산을 조기에 차단한 듯 보인다.
그러나 군 안팎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누가 봐도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위 중장이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배치’ 문구 삭제를 지시했다면 지난 3월6일부터 시작해 4월23일로 마무리된 사드 배치에 대한 본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위 중장이 당초 대선 전 작성된 초안에는 있던 내용을 대선 후 삭제하는 데 주도적이었다는 것이다. 위 중장이 국방부 정책실장에 취임한 시기는 2017년 1월이다.
그러나 그의 치밀한 일처리에 대해 잘 아는 군 동기생이나 후배들은 정권적 차원에서 민감한 사안을 스스로 알아서 보고문건 삭제를 지시했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보고문건 삭제는 일종의 ‘꼼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위 중장은 마치 자물쇠를 채운 것처럼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문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가 보고문구 삭제 과정에서 사드 배치를 주도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개입 여부를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또 장경수 정책기획관(소장·육사41기)의 역할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장 소장은 2년여동안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있으면서 주한미군 측과 실무협상을 해왔고, 청와대가 발표한 사드부지 터에 대한 2단계 부지공여계획(안)과 거꾸로 된 유(U)자형의 기형적 설계를 주도한 책임자다. 일각에서는 군내 사조직 알자회 출신인 장 소장은 책임을 피해가고 임명된 지 5개월도 안되는 위 중장이 ‘팽’ 당하는 모양새에 대해 군내 입지가 약한 위 중장이 밀려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군 안팎에서는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하는 국방현안 보고서도 한 장관이 해당 문건에 대한 보고를 받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 제출 문건을 한 장관이 보고받지 않았다면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꼬리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장관은 지난달 31일 “실무자들이 보고서 표현에서 다 표현됐다고 보고 숫자를 표기하지 않은 것”이라며 책임론과 선을 그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위 중장이) 목적을 갖고 누락한 것인가’란 질문에 “의도성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어렵다”며 “다만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청와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 군은 물론 국민들이 이해하기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게 군 안팎의 중론이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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