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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코멘터리

북한 인간정보 수집하는 미8군 524정보대대 재가동 ‘왜’

주한 미8군 501정보여단 예하의 524정보대대(Military Intelligence Battalion)의 재가동이 새삼스럽게 한국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언론들은 미 8군 501정보여단 예하로 524정보대대가 오는 10월 창설된다고 지난 7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524정보대대는 새롭게 창설되는 게 아니라 미 정부의 2018년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오는 10월부터 활동을 재개하는 것이다.

 

501정보여단 요원

 

524정보대대는 본래부터 주한미군의 501정보여단 소속이다. 임무는 북한에 대한 ‘휴민트(HUMINT·인간정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한반도 내 방첩과 인간첩보 수집 및 분석이 주임무인 것이다.

 

휴민트는 흔히 스파이, 정보요원, 내부 협조자 등 주로 사람을 통해 상대편의 정보를 캐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휴민트 수집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군의 도움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

 

524정보대대는 한반도 유사시 북한군의 생체 데이터 수집도 주요 임무중 하나로 수행하게 된다. 억류한 북한군의 안면 사진과 홍채 스캔과 지문 등을 확보하는 것도 임무 중 하나다.

524정보대대는 북한주민의 대량 탈북 등 북한 급변사태나 한반도 전시를 대비한 성격이 크다. 524정보대대 부대원들은 평시에 임무를 숙달하는 훈련에 집중하다 유사시 대응하는 체제다. 이들은 국내외 탈북자나 북한 전문가들을 접촉해 북한 관련 정보를 축적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중국 조선족이나 북한 정권 내부 협조자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비공개 활동도 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으나, 한국군 정보사령부 등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군 안팎의 평가다.

 

 

524정보대대는 오바마 행정부의 강제 재정감축 정책인 ‘시퀘스터’에 따라 병력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활동을 중단해 왔다.

 

그동안 524정보대대가 하던 업무는 501정보여단 예하 532정보대대가 맡아 왔다. 532정보대대는 징후·경보(I&W·Indications and Warning) 정보의 수집·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군의 미세한 움직임에서 도발 징후를 읽어내 전투부대가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 임무다. 524정보대대가 재가동되면 532정보대대의 업무는 상당한 부담을 덜게 된다.

 

524정보대대는 미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국방부 예산이 늘어나면서 재가동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최우선 위협으로 본 트럼프 정부의 기조와 연결시키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6일 “스테파니 머피 등 미 민주당 하원의원 10명이 ‘북한정보강화법(North Korea Intelligence Enhancement Act, H.R.2175)’을 공동 발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정보강화법’은 미 국가정보국(DNI) 아래 북한 첩보수집 및 분석을 맡는 주요 정보기관 요원들을 통합해 조직을 만들어 대응하도록 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524정보대대의 재가동은 미8군 공보처가 지난 3월 1일 발간한 ‘ROK Steady’ 2017년호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미8군이 매년 발간하는 ‘ROK Steady’는 미8군의 앞으로 수년동안 일어날 변화와 한반도 내에서 새로 시행할 예정인 사안들을 다루고 있다.

 

524정보대대 요원들이 북한군 심문 훈련을 하면서 생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성조지

 

그런데 이처럼 2개월 전에 미군이 발표했던 524정보대대의 재가동이 갑작스럽게 한국언론에 ‘524정보대대 창설’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돼 사람들을 헷갈리게 한 것이다.

 

524정보대대의 상급부대인 501정보여단은 한반도 전구(戰區)의 모든 정보작전을 총괄하고 있다. 예하에 3정보 항공탐색분석대대, 532 정보대대, 719 정보대대, 368 정보대대를 두고 있다.

 

501정보여단의 예하 대대는 524정보대대의 재가동으로 이미 5개 대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01정보여단 홈페이지에는 지난달까지 4개 대대가 소속돼 있다고 했다가, 최근 5개 대대를 예하부대로 거느리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524정보대대의 재가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50년 창설된 524정보대대는 1951년 활동을 중단했다가 1965년 6월에 재가동했다. 그러다가 1970년 11월에 또다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1982년 6월 재가동했다.

 

524정보대대 심문 및 분석팀 요원들은 2005년 2월 이라크 자유 작전 지원을 위해 이라크에 배치되기도 했다. 524정보대대는 아프가니스탄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한반도를 떠났다가 2013년 초 복귀했으나, 이후에는 사실상 가동을 중단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