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어수선하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당연하다. 군 간부들마다 국방장관과 국가안보실장이 누구냐를 놓고 제각각 주판을 두드리고 있다. 자신들의 진급과 보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군은 지난 4월에 실시했어야 할 수뇌부 인사를 연기한 상태다.
많은 예비역 장성들과 영관급 장교들이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 몸을 담았다. 대표적인 게 지난 2월 군 출신 인사 등 180여명으로 출범한 ‘더불어국방안보포럼’이다. 전직 국군기무사령부 간부 22명도 지난달 초 문재인 대선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대선 직전에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도 가세했다. 문 대선후보 캠프도 보수 세력의 안보 우려 공격을 불식하고자 예비역 군 간부들의 대거 합류를 환영했다.
이들 가운데는 순수하게 정권교체를 바라고 문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마다 ‘한자리’를 염두에 두고 캠프에 참여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 해석이다. 과거 정권 사례가 그랬고, 군 안팎에서도 이들의 논공행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야권 후보로는 그 어느 때보다 대권을 잡을 확률이 높았다. 이를 보고 예비역 군 간부들이 우루루 캠프에 몰려가다 보니 옥석이 가려지지 않은 것이 정권 교체 후 큰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무분별한 군부 인사 영입의 후유증인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거 MB(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능력보다 더 큰 혜택을 보고도 새 정부에서 한자리 더 차지하려고 나선 장군들’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 나섰다가 떨어졌다가 말을 갈아탄 인사’ ‘본인 능력 보다는 시류타기에 능한 정치군인’ ‘군 인사에서 전횡을 휘둘러 원성이 자자했던 군 고위층 출신’ ‘방산비리에 연루된 인사’ 등 가지가지다.
그러나 보니 장관후보를 놓고도 ‘누구는 방산비리에 연루돼 안된다’ ‘누구는 군 내부 평가가 최악이다’ ‘누구는 부하 장군과 함께 인사전횡으로 악명이 높았다’ ‘누구는 친인척 채용 비리가 있다’ 는 등의 말들이 나돌고 있다.
문제는 정권 교체와 함께 청산 대상이어야 할 ‘적폐’ 대상들이 ‘점령군’ 처럼 돌아올 것을 군의 ‘친정 식구’들이 염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현역 군 간부들은 정권 교체기마다 대선 후보에게 줄섰던 선배들로 인해 군 인사가 파행적으로 이뤄진 것을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문대통령 캠프의 군출신 인사 가운데는 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줄을 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마녀 사냥식 방산비리 수사를 부추겼던 것으로 알려진 당사자들이 포함된 것을 놓고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방위사업청의 한 간부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의 무리한 구속을 이끌었던 당사자가 황 전 총장과 같은 캠프 아래 있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문 대통령 지지선언에 나섰던 군 출신 인사들이 많았던 만큼, 앞으로 있을 군 인사에서도 이들로 인한 후유증도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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