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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코멘터리

문재인 대선후보가 육군총장 옆에 앉은 사연

‘특전사 4성장군?’

장준규 육군참모총장(60·육사36기)이 지난 26일 경기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열린 통합화력격멸훈련에 ‘별 넷’ 계급장을 단 특전사(특수전사령부) 베레모를 쓰고 등장했다. 이를 놓고 뒷말이 많다. 특전사령관 계급은 ‘별 넷’이 아닌 ‘별 셋’이다.

 

이날 훈련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이순진 합동참모본부 의장,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대선후보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만 참석했다. 국방부가 각 당 대선후보들을 행사에 초청했으나, 다른 후보들은 이미 예정된 다른 일정 등을 이유로 사양했기 때문이다.

 

문 후보와 장총장이 나란히 앉아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TV 화면에 자주 노출됐다. 여러 신문에도 두사람이 함께 대화하는 사진이 보도됐다.

 

특전사 베레모를 쓴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군 서열 1위로 장 총장의 오른쪽에 앉은 이순진 합참의장은 육군 베레모를 쓰고 있다. 청와대 공동취재단

 

문제는 이를 본 현역과 예비역 장교들의 반응이었다. 먼저 공지합동훈련장에 육군 장병 45만5000여명을 대표하는 육군 총장이 병력 1만여명인 특전사의 대표인 것처럼 복장을 하고 나온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장 총장이 육군 공식 베레모가 아닌 특전사 베레모를 선택한 것은 문 후보가 특전사 출신인 점을 의식한 고의적인 행위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장 총장이 행사의 사전 좌석 배치표를 통해 문 후보가 옆에 앉게 된 것을 알고 특전사 베레모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관 장교는 “육군 전체를 대표하는 총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정치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육군측은 군의 복제규정을 위반한게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장관급 장교’(장성)의 허가가 있으면 다른 형태의 모자 착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 총장은 ‘셀프 인가’를 통해 육군 베레모가 아닌 특전사 베레모를 착용한 셈이다.

 

육군측은 또 장 총장이 특전사 베레모를 쓴 것은 이번이 두번째라고 설명했다. 특전사령관 출신으로 특전사를 방문했을 때도 특전모를 착용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행사에 특전모를 착용한 데 어떤 특정한 목적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육군의 해명은 육군 총장이 특전사 행사도 아닌 통합화력격멸훈련에 육군 베레모를 착용하지 않은 이유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군 복제규정에 따른 육군 모자는 흑록색 베레모다. 다만 PKO(국제연합평화유지군) 파병부대는 유엔 마크가 들어간 파란색 베레모, 특전사는 4.5X6,5㎝ 노란색 비표 위에 계급장을 단 검은 베레모를 쓴다.

 

그런만큼 육군 최고수장인 육군총장의 베레모는 흑록색 베레모가 당연하다는 게 군 장교들의 시각이다. 게다가 장 총장은 파병부대 행사에 여러차례 참석하면서 단 한차례도 파란색 베레모를 착용한 적이 없다.

 

육군 총장의 베레모와 함께 문 후보의 좌석을 놓고도 군 간부들은 설왕설래했다. 의전을 중요시하는 군에서는 공식 행사에서 좌석 배열은 철저히 의전서열에 따르기 때문이다.

 

의전서열에 따르면 이날 행사 참석자들의 좌석은 황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국방장관, 합동참모본부 의장, 한미연합사령관, 육군총장, 해군총장, 공군총장 등 순으로 번갈아 배치되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되면 장준규 육군총장 옆은 문재인 후보가 아닌 정경두 공군총장이 앉아야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의전서열을 그대로 따를 경우 문 후보는 단상의 가장 끝자리에 앉게 돼 이를 피하기 위해 육군총장 옆으로 좌석을 배열했다”며 “이는 청와대측과도 논의를 거쳐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왕 대선후보라는 이유로 다른 국회의원과 차별해 좌석을 배치할거였다면 문 후보를 ‘대한민국 국가 공식의전서열’ 8위에 해당하는 제1야당 대표와 같은 격으로 예우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 경우 문 후보는 황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바로 옆자리에 앉게 돼 청와대측이 이를 꺼렸했을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문 후보의 이날 행사 서열은 해군총장보다는 낮고, 공군 총장보다는 높게 설정된 셈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초선으로 비례대표인 이종명 의원 좌석이 지역구 대표들로 5선인 이종걸 의원과 4선인 김진표·진영 의원 보다 상석인 앞자리에 배치된 것도 도드라졌다. 국방부는 “이종명 의원은 육군 대령 출신”이라며 “군 행사에서는 국회의원 당선 횟수에 관계없이 군 출신 의원을 우선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국방부가 병역의무를 필한 국회의원을 차별대우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