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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장군의 배낭




 위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은 현역 미 공군 중장이다. 이름은 모르겠다. 그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가 열린 2010년 10월 초 펜타곤(미 국방성) 건물로 출근 중 카메라에 잡혔다. 허락 없이 사진을 블로그에 실었다고 항의할 지 모르겠지만 머나먼 극동의 나라에서 그를 소개하는 데 대해 시비를 걸 것 같지는 않다.(굳이 계급장을 확인하고 싶으신 분은 사진 위에 마우스를 놓고 더블 클릭하면 확대된 사진이 나오니 그곳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걸어서 출근하고 있는 그가 매고 있는 것은 배낭이다. 그는 왜 배낭을 맸을까. 우선 서류 가방 대신 배낭을 매면 양 손이 자유로운 잇점이 있다. 또 서류가방에 비해 이것저것 넣을 수 있어 실용적이다.

 그의 배낭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몇가지 서류쯤은 있겠지만 비밀 서류는 없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대외비 서류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외부 유출이 금지돼 있을 터이니. 직접 물어보진 않아서 모르지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 추측컨대 그의 배낭 안에 샌드위치와 같은 가벼운 도시락도 들어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수년 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취재차 미국 워싱턴에 간 적이 있다. 동료 기자들과 함께 아침을 먹기 위해 펜타곤 근처 거리에 나섰을 때 눈에 띄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출근길의 미 공군 소장 한 명이 서류 가방 하나를 들고 간이 레스토랑에서 줄을 서 주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공교롭게 그때도 공군 장성이었다)

 은빛 별 두개씩이 양 어깨에서 빛나던 그는 포장한 음식박스를 들고 펜타곤까지 만만치 않은 거리를 걸어 갔다.

 언제부터인가 군부대 밖에서 군복을 입은 군인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있는 용산 삼각지 일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청사에서 군복을 입고 근무하는 합참 소속 장교들은 사복으로 출근한 후 군복으로 갈아입는 것이 하나의 원칙으로 굳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퇴근 때는 다시 사복으로 갈아입는다. ‘출퇴근은 사복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심지어 국방부와 합참의 장군 차를 운전하는 운전병들도 죄다 사복 차림이다. 운전병은 모시는 장군의 출퇴근 길을 포함해 국방부 청사 밖으로 나갈 일이 생기면 통상 승용차의 ‘성판’(별판)도 떼고 일반 번호판으로 갈아 끼운다. 특별히 그래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자는 군복을 입었을 때 쏟아지는 일반 시민들의 시선이 따가워 사복을 입는다고 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경조사 때 어떤 유명 인사가 보낸 것보다 군인이 보낸 화환이 대접받는 것을 봤다. 마찬가지로 군복을 입은 군인이 나타났을 때 다른 어떤 축하객이나 조문객보다 각별한 예우를 받는 것도 보았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강한 군대는 국민의 신뢰를 먹고 자란다는 것은 진실이다. 50억원짜리 전차, 1000억원짜리 전투기, 조 단위의 이지스함 보다 국민의 신뢰가 더 강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도, 군인들도 서로간에 묘한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 또 피해의식도 있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더 자세하고 세밀하게 얘기가 들어가면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살 것 같아 글을 이만 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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