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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김정일이 로봇폭탄에 떠는 이유는

과자를 차나 커피에 담그면 맛이 주관적으로 열 배도 넘게 좋아진다고 한다. 이때 비스킷을 얼마나 오래 커피에 담그고 있어야 가장 맛이 좋아질까? 이 같은 커피와 비스킷의 과학적 궁합을 따져 본 학자가 있다. 렌 피셔라는 물리학자다.

영국 브리스톨대 물리학과 교수인 렌 피셔는 1998년 ‘비스킷을 커피에 찍어 먹는 최적의 방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과학저널에 발표했다. 그는 모세관 흐름에 대한 워시번 방정식을 이용, 비스킷을 차에 담그는 최적의 시간을 구했다.

t = 4L×h / Dg라는 공식을 통해서였다. 이때 t는 ‘비스킷을 차에 담그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의 최대값’이고 L은 ‘비스킷으로 흡수된 액체의 이동 거리’, h는 ‘음료수의 점도’, D는 ‘비스킷에 난 구멍의 크기’, g는 ‘액체의 표면 장력’ 등이다. 이 시간을 초과하면 비스킷이 흐물흐물해져 모두 찻잔 바닥에 가라앉게 된다.

참으로 별의별 연구를 다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영·미계 연구는 이처럼 사소한 것이라도 실증적 실험을 통해 증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전광석화 같은 작전으로 바그다드를 쉽게 함락한 배경에는 자로 잰듯한 정밀 공격이 큰 역할을 했다. 이는 실증적 실험을 통해 축적된 전쟁기술의 힘이었다.

지금도 미국의 군수복합산업체는 끊임없이 새로운 전쟁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에도 밀림이나 사막 등 세계 어디에선가 365일 전쟁을 수행하면서 환경에 걸맞은 무기뿐만 아니라 전략·전술을 연구해 왔다.

수년 전 미 군산복합체 록히드사를 방문했을 때도 이런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 록히드사의 연구실에서는 현역 육군장교인 차량 전문가와 록히드 연구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며 험비 차량을 대체하는 신형 군용 차량 개발에 여념이 없었다. 군용 차량의 실 수요자인 미 육군이 생산자인 록히드사에 작전요구성능(ROC)의 제시에 그치는 게 아니라 사용자 입장에서 개발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 육군의 AHW 프로젝트도 이런 군산복합체 차원의 무기 개발 계획 가운데 하나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어떤 곳이라도 1시간 내로 재래식 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수단을 개발하는 ‘신속 글로벌 타격(PGS·Prompt Global Strike) 계획’의 일환이다.

이 계획은 결국 전 세계 어느 곳이든 1시간 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비행폭탄(로봇폭탄)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미국이 지난 17일(현지시간) 속도가 마하 5(시속 6000㎞) 이상인 극초음속 비행폭탄의 시험에 성공함으로써 1시간 안에 전 세계 어떤 목표물도 타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미 국방부는 하와이의 카우이섬 미사일 기지에서 ‘고등 극초음속 무기’(Advanced Hypersonic Weapon·AHW)를 발사, 태평양 상공 초고층 대기권을 거쳐 마셜군도의 콰잘렌 환초에 있는 표적에 명중했음을 발표했다. 콰잘렌 환초는 하와이 남서쪽 약 4000㎞에 위치해 있다.

미국의 극초음속 비행폭탄의 시험 성공은 미군의 공격 능력이 강화됐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을 적으로 하고 있는 국가의 지도자에게는 소름끼치는 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입장에서는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라는 푸념이 나올만한 일이다. 김 위원장의 거처를 대부분 파악하고 있고 외부 세계와의 통신까지 감청하고 있는 미국이 필요하다면 김 위원장이 미처 다른 곳으로 피신하기도 전에 비행폭탄으로 공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뭏든 미국이 유사시 김 위원장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은 이번 비행폭탄의 개발로 그 확률이 크게 높아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