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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유로파이터 생산 공장을 가다

                                
                 <스페인 공군의 유로파이터가 모론 공군기지 상공에서 공중 기동을 펼치고 있다>

공군의 스텔스급 전투기 60대 도입사업(F-X 3차사업)에 유로파이터를 앞세워 참여한 스페인의 ‘카시디안’ 측이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전수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카시디안은 스페인 공군이 운용하는 유로파이터(타이푼) 전투기를 최종 조립하는 회사로 내년 10월 기종이 선정되는 F-X 3차 사업에 참여했다. 이 사업에는 유로파이터와 미국의 보잉 F-15E, 록히드마틴의 F-35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카시디안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한국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초청해 독일과 스페인의 유로파이터 조립 공장 및 스페인의 유로파이터 전투비행단 등을 공개하면서 기술전수 의지와 함께 우리 정부와 구체적인 협상 의사를 내비쳤다.

카시디안의 부사장겸 유로파이터 한국 프로그램 총책임자인 마리아노 바레나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KF-X 개발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이전할 수 있다”며 “유로파이터는 현재 한국에서 요구하는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하고 원하는 물량을 2016년까지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로파이터 프로그램의 판매영업총괄 매니저인 피터 마우트는 “F-X 3차 사업과는 별개로 전투기 생산 기술을 이전할 수 있는 부문을 조건 없이 협의할 수 있다”며 “F-X 사업에서 탈락하더라도 상호 이익이 있을 것으로 판단해 KF-X 사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전수받은 기술을 다른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이런 사항을 한국 측과 논의할 용의가 있다”면서 한국이 유럽기술을 접목해 생산한 KF-X를 다른 나라에 수출해도 무방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바레나 부사장은 “기술이전 입장은 확고하지만, 아직 한국 정부의 요구 사항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앞으로 요구사항이 전달되면 본격적으로 협상할 것이다. 절충교역(제품구매 때 판매국이 기술 이전하는 방식) 협상에 따라 기술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에 기술을 이전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유로파이터 협력 3개국(영국, 독일, 이탈리아)의 기술이전 동의 여부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바레나 부사장은 “유로파이터 협력 4개국과 미래 잠재 수출국 요구에 응하자는 사전 동의서를 마련했다”며 “인도와 말레이시아, 터키에 수출을 담당하는 영국과 이탈리아도 이에 동의했다. 한국 판매는 스페인이 맡고 있어 (기술이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파이터를 한국에 판매하는데 ‘한·미동맹’이란 제약 요소가 있지만 10여년 전과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 정부가 공평하게 평가하리라 믿는다”며 “한국 정부 요구대로 2016년부터 납품할 수 있으며 한국의 요구 수준을 맞춰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들도 지난주 스페인과 독일을 방문해 유로파이터 측과 KF-X 사업에 대한 기술이전 수준과 참여 의향 등을 타진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KF-X 담당자들이 프랑스와 스페인, 미국을 방문해 KF-X 사업에 어떤 기술을 이전할 수 있는지를 타진한 결과 유로파이터 측은 한국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미국도 같은 입장”이라면서 “아직 어떤 기술인지에 대해서는 협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파이터는 스페인과 독일, 영국, 이탈리아 4개국이 공동으로 개발한 전투기로 이들 국가는 각각 운영할 유로파이터를 조립하는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한편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의 유력 후보기종 가운데 하나인 유로파이터(타이푼)의 독일 만싱(Manching)과 스페인 헤타페(Getafe) 공장을 지난 10일과 13일 방문했다.

유로파이터는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이 협력해 공동으로 개발한 다목적전투기로, 이들 국가는 각각 가동 중인 최종 조립라인에서 생산된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다.

독일 뮌헨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만싱 공장 안에는 25m 높이의 건물 십여 동이 우뚝 서 있었고, 유로파이터의 조립이 완성되려면 이 가운데 6개 동을 거쳐야 한다.


공장 안에 들어서자 유로파이터 5대가 조립 라인에 대기 중이었다. 섹션별로 조립 중인 유로파이터는 한 섹션당 800~900여 개 부품이 결합한다. 섹션별로 조립기간은 대략 16일이다. 이렇게 각 섹션과 6개동을 모두 거치면 유로파이터 1대가 생산되는 데 총 9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안드레아 솔츠 생산담당 매니저는 “전투기를 나라별로 분할 제작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참가국별로 생산기술을 공유해 항공우주산업 발달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경기불황으로 부품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 나라가 경기불황으로 부품생산이 힘들더라도 협력국에서 부품을 대체 생산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찾아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5㎞ 떨어진 헤타페 공장은 크기가 독일 공장보다 작았지만 생산 라인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총 8대가 대기 중이었으며 4대는 버전 1에서 2로 프로그램을 개량 중이었다.

300m 길이의 공장 왼쪽에서는 좌측 날개 조립이 한창이었는데 올해까지 56개의 날개를 협력국에 납품할 계획이다. 날개 소재는 무게를 줄이도록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사용한다.

유로파이터는 지금까지 294대가 출고되어 5개국에서 운용되고 있다. 영국 108대, 독일 75대, 이탈리아 57대, 스페인 39대 등이다. 70여 대를 계약한 사우디아라비아에는 현재 납품이 시작됐다.


유로파이터의 최대 강점은 기체 무게를 줄여 유연성과 기동성을 높인 것이다. 공대공 작전에서 공대지 작전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기체가 가벼워 출력이 높고 기동 중 추가 엔진 연소 없이 초음속 기동이 가능하다.

유로파이터 홍보를 맡은 발레레오 보넬리는 “리비아 작전 때 F-16의 두 배에 해당하는 작전수행 능력을 보여줬다”며 “가장 춥고 더운 곳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ADS는 앞으로 버전 3에는 회전형 ‘캡터-E’ 다기능위상배열레이더(AESA)를 장착해 공중과 지상, 해상의 표적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유로파이터는 한국 공군이 원하는 스텔스 성능에 있어서는 보잉의 F-15E와 록히드마틴의 F-35보다 취약한 편이다.

그러나 세비야의 모론 공군기지에 근무하는 스페인 공군의 훌리오 니에토 중령은 “강한 추진력과 힘, 유연성을 갖춰 영토가 좁은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적진에 침투할 수 있는 전투기”라며 “눈에 해당하는 ‘캡터-E’ 레이더와 마하 3의 속도를 내는 미티어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해 제공권 장악은 문제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