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공군의 F5 전투기 추락사고→육군의 500MD 헬기 추락사고→해군의 천안함 침몰사고 순으로 육·해·공군의 사고가 한꺼번에 몰리듯 일어난거죠.
오죽하면 한 육군 간부는 ‘사고 돌려막기’란 자조적인 표현까지 썼을까요. 심지어 한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른 사고가 발생해 그전에 일어난 사고를 희석시키는 것이 군 사고의 특징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육·해·공군 공보장교들은 타군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긴장모드에 들어갑니다. 타군의 사고가 마치 전염이라도 되듯 자군의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같은 육·해·공군의 ‘릴레이 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수년전에도 그랬고, 10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툭하면 나오는 ‘군 총체적 위기’라는 언론보도도 단골 메뉴이지요.
수습과정도 비슷합니다. 군 수뇌부는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합니다.
그리고는 ‘조자룡 헌칼 쓰듯’ 하는 군 골프 금지령이 내려집니다.
(군 골프장을 이용하는 예비역과 일반인들은 군내 사고로 내려진 군 골프 금지령이 되도록이면 오래가길 바랍니다. 부킹이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말입니다. 가만히 보면 군 사고는 비슷한 유형의 반복일 때가 많습니다.
이번 육군의 단정 고무보트 전복 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정이 뒤집힌 지점은 4대강 사업 3공구 현장인 이포보 공사장 인근 하류입니다. 이곳 여주 이포대교 남한강 사고지점은 4대강 공사의 여파로, 물살이 빠르고 와류현상이 심한 지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도 이 지역 일대에서는 K-21 장갑차가 남한강 도하 훈련 중 침수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장갑차 도하 훈련 전 실시하는 수상 정찰을 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수상 정찰을 통해 장갑차 이동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사고 위험이 높은 물 구덩이를 피해야 하는 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당시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포대교 근처는 골재채취 등으로 물 웅덩이가 많았지만 자주 훈련했던 지역이라 방심했다고 합니다.
(지역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남한강은 애초 물이 얕고 자연스럽게 흘러 도하훈련을 자주해 왔지만, 최근에는 강 바닥에 인위적 시설물이 많은 데다 강물 양쪽을 막아 마치 댐 수문을 열어 놓은 듯 물살이 거센 상태라고 합니다. 이때문에 군의 도하훈련 때도 과거에 부교를 설치했던 지점에 다시 부교를 설치하기 힘들어 마땅한 도하지점을 새로 찾느라 훈련시간을 꽤 잡아먹었다고 하는군요)
과거 사고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 사고가 난 것 역시 방심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즉 공사 여파로 물살이 쎄졌다면 그에 따른 새로운 대처법을 찾는 것이 훈련의 목적일텐데, 시간이 촉박하다는 등의 이유로 경고나 규정을 무시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 예비역 중장의 자성적인 발언이 생각납니다. 훈련을 할 때 우리 군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주어진 목표 시한를 맞추기 위해 지휘관이 “이 문제는 해결됐다고 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고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반면 미군은 상황에 맞는 매트릭스를 철저하게 적용,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훈련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는군요)
하지만 육·해·공군의 ‘패키지 사고’는 우연의 일치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자주 발생합니다. 미스터리같기도 하고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고 사고 발생을 육·해·공군의 합동성 발휘 차원으로 해석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이번 사고로 순국한 이들의 명복을 빌면서 제발 그 ‘사고 릴레이’의 고리가 하루빨리 끊어지기만을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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