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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자수첩

軍은 '야단 맞는' 장남인가



군이란 무엇인가. 군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은 어디까지인가. 북한군의 연평 도발로 빚어진 작금의 상황과 관련한 한 방송사의 보도와 그에 대한 해당 군의 해명 자료를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어찌 보면 군이란 한 가족의 장남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생들은 “형이 있으니 든든해”라고 말하고, 아버지는 “장남, 네가 우리 집의 기둥이다”라고 말하듯이.(요즘은 과거와 같은 대가족이 아니어서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도 있다는 우려도 든다)

그러나 큰형의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의 잘잘못을 세세히 따지기에 앞서 바로 “정신차려라, 이녀석아” 하는 아버지의 질타가 따른다. 동생들도 “불안하다”고 아우성이다.(나중에 본인의 잘못이 큰 경우로 밝혀질 경우에는 아버지의 더 큰 호통이 기다리고 있고, 본인의 잘못이 없거나 크지 않더라도 “장남이니까 그런거야’라는 말이 돌아온다) 장남 입장에서는 어디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 방송 보도 내용

이번 연평도 피격을 계기로, 우리 군의 자세는 문제가 없었는가 반성의 목소리가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바로 그날, 우리 군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있었습니다.

화면을 보고도 과연 그랬을까 믿어지지가 않는데 단독취재입니다.

갑작스런 북한의 포격으로 연평도에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진 지난달 23일. 전군에는 국지 도발 단계에서 최고 경계 태세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6시 50분 쯤 수도권 모 부대 간부 식당. 영관급 간부 10여 명이 포도주로 보이는 붉은 음료수를 주고 받습니다.

병사들은 광어회 접시를 들고 안주를 챙기고 있습니다. 식당 안 TV에서는 연평도 포격 관련 뉴스 특보가 계속 나오지만 회식은 계속됩니다.

1시간 넘게 이어진 이 회식은 연대장 정 모 대령의 취임 1주년 행사였습니다. 정 대령은 회식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술을 마시지는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정 모 대령/연대장 : (포도 주스) 색깔이 복분자 색깔이 나요. 중대장이 PX(매점)에서 (포도 주스를) 사가지고 병만 거기에다 넣어가지고 따른 겁니다.]

그러나 다른 행사 참석자는 미리 준비한 포도주를 마셨다고 증언합니다.

[행사 참석자 : 와인하고 회를 가져와서 잔뜩 먹더라고요. 그날 연평도 사건 터진 날인데…어이가 없었죠.]

정 대령은 또 진돗개 하나가 발령된지 4시간 쯤 지난 오후 6시 50분 쯤까지도 상황을 전달받지 못해 회식을 진행했다고 말합니다.

[정 모 대령/연대장 : 식사할 때는 진돗개 상황이 전파가 안 됐었습니다. (식사를 18시 45분에 했다고 하셨죠?) 네, (진돗개 상황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국가안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던 날, 최고 경계령이 발동된 순간에도 태연히 회식을 즐긴 군 장교들의 모습은 우리 군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육군의 입장

오늘 보도와 관련하여 사실과 관련하여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설명드립니다.

당일 연대장 취임 1주년을 기념하여 간부들을 격려할 목적으로 회식을 준비하도록 했는데,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있자 연대장은 회식을 취소하고 전간부 영내대기를 하면서 상황대기를 하도록 했습니다.

회식을 이미 취소했지만 저녁시간이 되자 간부들을 교대로 식사를 하도록 했는데, 이미 준비되었던 회를 간부들이 나누어 먹도록 했습니다.(기존 간부식당은 병사식당의 메뉴를 가져다가 먹고 있었음)

또한 술을 마셨다는 보도와 관련하여 확인결과, 포도주스를 마신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상표명:미니 메이드)

따라서 보도되었던 것처럼 회식을 하거나 술을 마셨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관련내용을 제보한 자는 부대활동 간 비위행위로 인하여 보직해임되어 징계 대기중인자로서, 본인 스스로 전역의사를 밝히고 있었다는 점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어찌되었건 당일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간부식사를 한 것에 대해서 군은 정확한 사실여부를 확인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계획입니다.
추가로 , 해당 부대의 저녁 식사가 평소와 달랐던 것은 연대장 취임 1주년을 기념해 미리 주문해 놓았던 회와 간부가 사온 포도주스가 나온 것 정도입니다. 또 이날 저녁 식사로 인해 경계임무에 지장을 받은 사실도 전혀 없습니다. 
 진돗개 발령 역시 처음에는 서해 5도 지역에만 발령됐고, 발령 지역이 1, 3군 예하 부대들까지 확대된 사실은 이 부대 간부들이 저녁식사를 시작한 이후에 해당 부대에 전파됐습니다. 연대장은 저녁 식사 전까지 상황실에서 계속 근무했고, 저녁 식사 후 바로 상황실로 복귀했습니다.



<화면을 찍어 방송사에 제보한 당사자는 연대장 정모 대령의 부하인 나모 상사라고 합니다. 방송 보도에서 '행사 참석자'로 나오는 나 상사는 본인이 포도 주스를 와인으로 잘못 제보한 사실을 육군 조사단의 조사 과정에서 인정했다고 합니다. 조사단도 당일 영내 PX에서 포도주스를 산 후 받은 상품 내역이 적힌 영수증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육군의 해명과 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100% 맞는 지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 과거 군 부대를 방문했을 때 포도주스를 와인으로 착각했던 개인적인 경험이 있습니다.
점심 식사 때 테이블 위에는 손잡이가 달린 근사한 유리병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바로 앞에는 와인 잔이 놓여 있었습니다.
당연히 유리병 안에 담긴 보랏빛 액체는 와인일 것이라 여기고 입술을 댔는 데 맛이 이상했습니다. 포도 주스였습니다.(개인적으로 와인은 좋아하지만 포도 주스는 별로입니다)


군이 격식 따지기를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폼생폼사' 때문인지 모르지만 유리병 안에 든 포도 주스는 솔직히 별로였습니다. 포도 주스를 와인 잔에 따르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군의 주장은 보기도 좋고, 여러 사람이 원하는 만큼 따라 마실 수가 있다고 하더군요. 와인 잔은 손님 접대 차원이라고 하더군요)

 
그나저나 문화적 차이가 주는 이미지도 큰 것 같습니다. 2차세계대전 다큐멘터리 같은 데 나오는 독일 롬멜 장군의 식탁에는 와인이 보입니다. 부하들은 전선에서 전투를 치르고있는 와중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이상하게 보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국군 장군의 식탁에 와인이 있으면 왠지 이상하게 보일 것 같네요.(막걸리가 있다해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아무튼 보도가 된 부대의 연대장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진 것 같습니다. 본인의 잘잘못을 차치하고라도 일단 외부 제보를 통해 문제를 일으킨 상사는 어찌 됐든 자신의 부하이기 때문이죠. 부하 관리를 잘못 한 것 역시 지휘관의 책임사항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군 지휘관들이 유난히 좋아하는 문구 중에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손자병법 모공편(謨攻編)에 나오는 구절로 '장수와 병사가 뜻을 같이 가지면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뜻입니다. 이번 사건은 이와 정반대의 경우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