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육군 중장(육사 41기)과 장경욱 전 육군 소장(육군 36기). 육사 5년 선후배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군 정보기관 수장 자리인 국군기무사령관직에서 이임식조차 갖지 못하고 쫓겨나듯 내몰려진 부분이다. 두 사람이 직속 상관인 국방장관한테 비난받은 것도 유사하다.

 

1월 25일 서울 현충원에서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버린다”며 손을 씻는 세심의식을 하고 있다. 기무사 제공

 

2013년 10월 장군 인사 발표날 기무사 직원들은 장경욱 사령관이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축하 꽃다발과 함께 다과회까지 준비했다가 기무사령관이 경질됐다는 황망한 소식을 접했다. 기무사령관이 이임식도 갖지 못하고 교체된 경우는 1993년 3월 서완수 기무사령관이 회의 중 전화로 교체를 통보받는 형태로 잘린 이후 처음이었다. 장 사령관은 후임 보직조차 받지 못하고 군복을 벗었다.

 

약 4년 10개월 후인 지난 3일 기무사 직원들은 이석구 사령관이 전격 교체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바로 다음날에는 신임 기무사령관 취임식이 열렸고, 남영신 신임사령관(학군 23기)이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기무사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취임식장에 들어섰다.

 

장경욱 전 소장은 자신이 정권으로부터 ‘토사구팽’을 당했다고 여겼다. 이것이 그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육군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에 임명돼 순순히 대구로 내려가는 이 전 사령관의 경우는 정권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을 수 있다.

 

아무튼 두 사람이 경질된 결정적 이유는 청와대와 국방장관에 ‘지휘 부담’을 준 탓이었다. 두 사람 모두 국방장관과 맞서는 모양새였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가 기무사령관 손을 들어주게 되면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후임 장관 청문회를 준비해야 할 판이었다. 그러기에는 정권 입장에서는 부담이 너무 컸다. 설사 국방장관을 자르려고 한다 하더라도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군 조직에서 부하인 기무사령관을 놔두고 상관인 국방장관부터 먼저 날리기는 어렵다.

 

두 사람의 차이점은 있다. 장 전 기무사령관은 중장과 대장급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에 김관진 국방장관의 인사 전횡 문제를 군내 여론동향으로 은밀하게 보고한 것이 화근이었다. 반면 이 전 기무사령관은 최근 국회국방위에서 공개적으로 송영무 국방장관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등 ‘하극상’을 연출한 탓이었다. 특히 이 전 사령관으로서는 청와대 의중을 충실히 받들었다고 여겼을 지 모르나, 표현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은밀하게든, 공개적이든 두 사람은 모두 정권이 자신들의 충정을 믿고 지지할 것으로 착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두 사람 모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 됐다. 정권 차원에서 기무사령관으로 임명한 만큼 무한신뢰를 보낼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남영신 신임 기무사령관이 지난 4일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취임식장에 들어서자 기무부대원들이 박수로 맞이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게다가 정권 입장에서는 대체재가 없었던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후임 이재수 사령관에게는 ‘예정된 기무사령관’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이번에 취임한 남영신 사령관의 경우에도 지난해 9월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 전격 발탁됐을 당시부터 문재인 정부 군부의 새로운 실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부산 동아대 학군(ROTC) 출신인 그는 비육사 출신 첫 특전사령관이었다. 그동안 특전사령관과 기무사령관은 육사 출신이 독점하다시피 한 관례에 비춰 보면 정권 차원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남 신임 사령관에 대해 “특수전 및 야전 작전 전문가로, 폭넓은 식견과 전문성, 조직관리 능력을 갖췄다”며 “솔선수범하고 합리적 성품으로 상하 모두에게 신망을 받는 장군이며, 기무사 개혁을 주도하고 추진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이석구 전 사령관도 경질돼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으로 밀려나기 전까지는 새로 출범한 정권의 기대주였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기무사령관 자리를 놓고 합동참모본부 작전기획부장인 이석구 소장과 제1야전군 참모장인 최영철 소장(육사 41기·현 육군교육사령관)을 저울질하다 지난해 9월 이석구 장군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이 장군이 노무현 정부 당시 영관급 장교로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했던 인연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는 ‘통수 보좌’ 임무를 강조한다. 대통령의 군 통수권 행사를 위한 ‘눈’과 ‘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칫 기무사령관이 직속상관인 국방부 장관 보다 청와대와 지근 거리에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하는 부작용도 낳는다.

 

그러다 보면 기무사령관이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청와대에 직언하다 괘씸죄에 걸리거나, 거꾸로 청와대 의중을 믿고 국방장관을 압박하다 ‘역풍’을 맞는 사례도 있다. 장경욱 전 사령관은 지난 정권에서 국방장관의 독단을 견제하는 것은 기무사의 고유 임무이기 때문에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경질이었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 독대를 위해 기무사령관이 국방장관 주변 정보를 수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만약 국방장관이 독단과 전횡을 한다고 신임 기무사령관이 청와대에 보고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침 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원회는 ‘국방장관 비리에 대해서는 기무사령관이 군 통수권 보좌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청와대에 직보할 수 있다’고 발표한 터이다.

독단과 전횡이 비리 범주에 포함되는 지는 모르겠다. 어찌됐든 정답은 ‘(청와대 반응이) 그때그때 달라요’가 아닐까 싶다. 기무사령관 입장과 정권의 입장이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변치 않는 결론은 있다. ‘군인은 명령이 나면 움직이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토사구팽일지언정~.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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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정식 명칭이 ‘합동참모회의 의장’인 합참의장은 대한민국 육·해·공군 작전을 총지휘하는 군령권을 지닌 4성 장군이다. 군 서열 1위로 군복을 적어도 30년 이상 입어야 오를 수 있다. 대한민국 군인 가운데 유일하게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앉을 수 있는 자리다.

 

남북 간 대치가 계속되고 북한이 수시로 도발해오는 상황에서 합참의장이 견뎌야 하는 스트레스는 일반 국민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24시간 내내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다. 그런 만큼 군인으로서 ‘프로 중의 프로’가 와야 한다. 30년 넘는 군생활에서 쌓아온 군사작전의 노하우를 모두 풀어 내면서 업무 스트레스를 오히려 즐길 정도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합참의장은 군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불태우는 자리이기도 하다.

 

합참의장은 합동군사작전 분야의 1인자가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역대 상당수 합참의장은 정치적 고려나 육·해·공군 간 안배 차원에서 임명됐다. 그러다 보니 수평적 리더십이라는 핑계로 부하들에게 합동작전의 구체적인 적용 방법을 배워가며 의장직을 수행한 이도 있었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심지어 의장 돌려막기 차원의 인사도 있었다. 2010년 6월 대장 인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합참의장 후보자는 합참에 근무한 경험이 없는 육군 대장이었다. 신임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된 육군 대장은 이전에 육군본부 근무 경력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참의장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높인다며 청와대가 육본 근무 경험이 없는 장군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고, 합참에 근무한 적이 없는 육군 대장을 합참의장 후보로 하는 기형적인 ‘대장 돌려막기’ 인사를 실시한 것이다.

그 후과는 컸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생했을 때 합동작전 지휘 경험 등이 없었던 합참의장의 대응 방식은 뒷말을 낳았다. 그는 “포격 도발 당시 충분한 대응사격과 함께 추가 도발에 대응한 공군력 운용 대비를 지시했다”고 밝혔지만, 이 문제는 그가 국방장관 후보자가 됐을 때 국회 인사청문회의 쟁점이 되기도 했다.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합참 전투통제실에 있었던 간부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합참의장석에는 국방장관이 앉아 있다가 나중에 자리를 합참의장에게 내줬다. 국방장관이 전투통제실 합참의장석에 앉는 바람에 의장의 초기 상황 지휘를 방해한 모양새가 됐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전부터 대장 출신 국방장관은 군복을 벗은 예비역 신분이었지만, 현역 합참의장의 존재감을 약하게 하는 역할을 많이 했다.

 

특히 김관진 전 국방장관은 현역 군인 시절보다 오히려 더 강경한 모습을 언론에 노출했다. 그는 국방장관 시절 군복을 입고 전방을 다니면서 북한에 대한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한이 없다는 뜻의 ‘차수약제 사즉무감(此讐若除 死則無憾)’이라는 지휘서신을 전군에 내려보내기도 했다. 국민들에게는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보다 국방장관이 더 군인같다는 분위기를 전달했다. 하지만 북한을 윽박지르는 전투적 레토릭은 필요하다면 합참의장의 몫이지, 나중에 남북 장관급 대화에 나서게 될지도 모르는 국방장관의 몫은 아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방장관에 임명된 한민구 전 합참의장 역시 전임자와 똑같은 행보를 밟았다. 군복을 입고 일선 부대를 수시로 다니면서 지도활동에 나섰다. ‘도발하면 처절한 응징’과 같은 레토릭도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첫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의 일선 부대 순시는 과거 정부 국방장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도 국방장관이 합참의장을 뛰어넘는 현역 군인 서열 1위인 것으로 국민들에게 보이기에 충분하다. 국방장관이 군복 상의를 입고 합참의장보다 더 많이 작전부대를 순시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정책 추진이라는 본연의 업무는 미뤄지고 있다는 분위기다.

 

국방장관은 군령과 군정의 책임자이긴 하지만 합참의장의 상왕이 아니다. 공군 출신인 정경두 합참의장도 아직까지는 한국군 군사작전 최고 책임자로서의 면모를 국민들에게 자신있게 보여주고 있다고 보기에는 미흡한 편이다. 그가 강력한 카리스마로 군사적 위기를 처리할 만한 사안이 지금까지는 없었던 때문일 수도 있다.

 

송 장관은 최근 청와대 입장보다는 소신을 먼저 앞세우다 경고를 받았다. 앞서 그는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대통령 참모로서 정무직인 국방장관 입장으로서 충분히 경솔하게 비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송 장관은 국방장관이라면 전술핵 재배치든 뭐든 모든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방장관으로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직언을 하더라도 국민이나 국회의원들에게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다른 안보철학을 갖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쓴소리를 하는 국방장관이 나왔다’는 일방적인 평가에 고무돼서도 곤란하다.

 

군 안팎에서는 송 장관 성향상 앞으로도 청와대 성향이나 입장과는 다른 소리를 계속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도발적 발언을 일부러 유도할지도 모르겠다.

 

해병대에서 44년이나 복무한 강경파인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역시 송 장관처럼 소신파다. 그는 그러면서도 좌충우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정책에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발언이나 정책을 수습하는 등 외교·안보 정책의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티스 장관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물고문 부활을 지지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담배 한 갑과 맥주 한 잔으로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강경파인 그가 의외로 유연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표적 사례다. 대한민국 국방장관도 이런 은유적인 표현은 벤치마킹하는 게 나쁘지 않을 듯 싶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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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사가 대선의 영향으로 유례없이 늦춰지면서 군심이 흔들리고 있다.

 

■임기 지난 군단장만 5명, 사단장은 8명

 

매년 4월 이뤄지던 군 장성 인사는 대통령 선거로 연기된데 이어 국방장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3개월째 그 방향이 오리무중이다.

 

‘별 넷’들의 경례 연습 ··· 임호영 한미연합사부사령관, 정경두 공군총장, 엄현성 해군총장, 장준규 육군 총장, 이순진 합참의장(왼쪽부터) 등 대장들이 지난 5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방부 방문에 앞서 한민구 국방장관(맨 오른쪽) 앞에서 경례 연습을 하고 있다.

 

군 인사가 이처럼 미뤄진 전례는 드물다. 그만큼 군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서는 인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로 인해 헌법재판소가 5월 14일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을 내린 이후에야 장군 인사가 이뤄졌다. 2010년도에도 천안함이 3월 26일 북 잠수함의 어뢰에 의해 침몰하면서 4월 정기 군 인사가 미뤄졌다. 그러나 이처럼 장기간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인사 대상인 장군들은 일이 정상적으로 손에 잡히기가 쉽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덩달아 지휘관의 거취에 민감한 부하들도 국방부와 국회쪽을 향해 ‘안테나’를 높이 세워 놓고 인사 정보 수집에 너도나도 나서고 있다.

 

육군의 경우 8개 군단 가운데 임기가 지난 군단장만 5명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사단의 경우 8명의 사단장이 임기를 넘겼다. 그만큼 지휘관의 거취를 놓고 부대원들도 술렁거릴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에는 국군사이버사령관과 육군 종합군수학교장, 육군 종합행정학교장 등 육군 소장 6명이 계급 정년으로 전역했다. 국방부와 육군이 후임자를 임명하지 못해 6개 소장급 자리가 대리체제 또는 공석 상태다. 갈수록 중대성이 강조되고 있는 사이버 사령관 자리조차 후임자를 임명하지 못했다.

 

군 인사의 정상 시스템은 지난 박근혜 정부때 사실상 붕괴됐다. 청와대가 군 인사를 직접 챙기다 보니 권력실세와의 인연이 없으면 요직에 가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인사참모부장은 거의 총장급 실세였다. 참모총장의 지침 보다는 청와대의 인사지침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국방장관 이·취임식 준비중인 국방부 대강당 모습.

 

보수 정권의 지난 10년 집권 기간동안 정권 입맛대로 인사를 하면서 계급이 높아질수록 대가 세고 무인의 풍모가 넘치는 장군 보다는 말 잘드는 ‘예스맨’ 장군들만 늘어났는 평가에 대해 군 간부들도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는 북한군과 바로 머리를 맞대는 전방 부대 군단장들이 보병 작전 출신이 아닌 군수와 인사 출신으로 모두 채워지기도 했다.

 

군 장성 인사가 늦춰지면서 각군의 인사참모부는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내려놓고 있다. 새 정부의 인사기준이 뭣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키려 하는 배후에는 군 인사를 최대한 늦춰 안보 불안을 유발시키는 한편 장성 인사 연기를 통한 ‘시간 벌기’로 반사적 이익을 얻으려 하는 세력이 있다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국방장관 임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군심이 흔들리면서 안보 불안이 커지는 측면은 분명하다. 야전부대의 실무 장교들은 “국방장관이 누가 됐든 빨리만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으는 실정이다.

 

새로운 국방장관이 취임하면 4성 장군에 대한 인사는 육·공군 참모총장의 임기 만료와 맞물려 대대적으로 실시하게 된다.

 

대한민국 4성 장군은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한미연합사부사령관, 육군 1·3야전군사령관, 육군 2작전사령관 등 8명이다. 이가운데 지난해 임명된 해군참모총장과 연합사부사령관을 제외한 5명의 대장들은 보직을 바꾸지 못하면 군복을 벗어야 한다.

육군의 경우 4성 장군 승진 대상자는 육사38기와 39기, 학군 학군 20기와 3사 17기 등이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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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어수선하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당연하다. 군 간부들마다 국방장관과 국가안보실장이 누구냐를 놓고 제각각 주판을 두드리고 있다. 자신들의 진급과 보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군은 지난 4월에 실시했어야 할 수뇌부 인사를 연기한 상태다.

 

많은 예비역 장성들과 영관급 장교들이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 몸을 담았다. 대표적인 게 지난 2월 군 출신 인사 등 180여명으로 출범한 ‘더불어국방안보포럼’이다. 전직 국군기무사령부 간부 22명도 지난달 초 문재인 대선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했다. 대선 직전에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도 가세했다. 문 대선후보 캠프도 보수 세력의 안보 우려 공격을 불식하고자 예비역 군 간부들의 대거 합류를 환영했다.

 

이들 가운데는 순수하게 정권교체를 바라고 문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마다 ‘한자리’를 염두에 두고 캠프에 참여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 해석이다. 과거 정권 사례가 그랬고, 군 안팎에서도 이들의 논공행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야권 후보로는 그 어느 때보다 대권을 잡을 확률이 높았다. 이를 보고 예비역 군 간부들이 우루루 캠프에 몰려가다 보니 옥석이 가려지지 않은 것이 정권 교체 후 큰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무분별한 군부 인사 영입의 후유증인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거 MB(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능력보다 더 큰 혜택을 보고도 새 정부에서 한자리 더 차지하려고 나선 장군들’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 나섰다가 떨어졌다가 말을 갈아탄 인사’ ‘본인 능력 보다는 시류타기에 능한 정치군인’ ‘군 인사에서 전횡을 휘둘러 원성이 자자했던 군 고위층 출신’ ‘방산비리에 연루된 인사’ 등 가지가지다.

 

그러나 보니 장관후보를 놓고도 ‘누구는 방산비리에 연루돼 안된다’ ‘누구는 군 내부 평가가 최악이다’ ‘누구는 부하 장군과 함께 인사전횡으로 악명이 높았다’ ‘누구는 친인척 채용 비리가 있다’ 는 등의 말들이 나돌고 있다.

 

문제는 정권 교체와 함께 청산 대상이어야 할 ‘적폐’ 대상들이 ‘점령군’ 처럼 돌아올 것을 군의 ‘친정 식구’들이 염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현역 군 간부들은 정권 교체기마다 대선 후보에게 줄섰던 선배들로 인해 군 인사가 파행적으로 이뤄진 것을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문대통령 캠프의 군출신 인사 가운데는 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줄을 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마녀 사냥식 방산비리 수사를 부추겼던 것으로 알려진 당사자들이 포함된 것을 놓고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방위사업청의 한 간부는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의 무리한 구속을 이끌었던 당사자가 황 전 총장과 같은 캠프 아래 있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문 대통령 지지선언에 나섰던 군 출신 인사들이 많았던 만큼, 앞으로 있을 군 인사에서도 이들로 인한 후유증도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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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안한다.” 군이 해년마다 실시해온 4월 상반기 정기 인사가 올해도 반복될 수 있을 지 여부를 놓고 군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박 전 대통령 파면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장군 인사를 단행할 수는 있지만, 차기 정권 출범이 4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러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한민구 국방장관 주재로 군 위기상황평기 및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예기치 않았던 일이 발생하면서 군 인사가 미뤄진 전례는 수차례 있다.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는 바람에 헌법재판소가 5월 14일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을 내린 이후에야 장군 인사가 이뤄졌다. 2010년도에도 천안함이 3월 26일 북 잠수함의 어뢰에 의해 침몰하면서 4월 정기 군 인사가 미뤄졌다. 군 내부 분위기는 과거 전례 등을 고려할 때 군 장성 인사가 차기 정부 출범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5~6월 중 이뤄질 군 장성 인사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폭이 될 전망이다. 새 정부의 국방부 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하려면 지명 이후 인사청문회 과정 등을 거쳐야 해 6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러나 국방장관 내정자가 한민구 현 장관과 협의해 5월중에라도 군 인사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정부 군 인사는 실패작

 

군 소장 장교들은 박근혜 정부의 군 인사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등 외부 인사들이 군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비판이 가장 대표적이다. 정권 초기에는 김 실장과 근무연이 없으면 요직에 가기 힘들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이순진 육군 대장(3사14기)이 합참의장에 임명됐을 때 ‘대구고 출신인 이 대장이 TK 실세의 지원으로 됐다’는 설과 함께 ‘이 대장이 김 실장을 대대장으로 모셨기 때문에 됐다’는 설이 함께 나돌기도 했다.

 

군에 무장(武將)다운 장군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권의 입맛대로 인사를 하다보니 계급이 높아질수록 대가 세고 무인의 풍모가 넘치는 장군 보다는 말 잘드는 유약한 서생적 장군이 판을 친다는 것이다. 그나마 김현집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사 36기)은 ‘전쟁을 할 줄 안다’는 인물평과 함께 합참의장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군내 역학관계로 지난해 9월 전역해야 했다.

 

소위 ‘싸울줄 아는’ 장군을 찾기 힘들어진 것은 전시작전권이 없는 상황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미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에서 찾는 장교들도 있다. 한 장성은 “솔직히 군 수뇌부가 전면전에는 관심이 없고 북한의 국지도발에만 관심을 쏟으면서 장병들의 피로도만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군 수뇌부가 미군과 중국이 있어 한반도에서 전면전 발발 확률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직위 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지도발에만 온 신경을 쓰다보니 장병들의 비상대기만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장 장교들은 장군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않는 데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최전방 군단장 출신 합참 작전본부장을 찾기 힘든게 대표적이다. 최전방 군단에서 작전을 펼쳤던 경험자가 작전의 최고 전문가 자리인 작전본부장으로 가는 게 아니라 후방지역에서 임명되는 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육군 기계화사단이 전차훈련을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소장 장교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될 인사에 대한 기대가 큰 편이다. 과거의 잘못된 적폐적 인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반면 대선 캠프의 군 출신이 국방장관으로 오면서 나눠먹기식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해병대 사령관은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교체될 예정이다. 이상훈 해병대사령관의 2년 임기가 4월 중순 끝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병대는 사령관 직무대리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인사에서 임기가 적게 남아 있는 장준규 육군 참모총장(육사36기)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장준규 육군 참모총장은 2015년 9월에 취임했다.

 

■알자회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영향력

 

군내 사조직 ‘알자회’ 출신 장군들의 행로에도 관심거리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25년 전에 조치를 취해 유명무실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장군이 음해성으로 다시 끄집어 내 불거진 것에 대해 매우 분노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비판했지만 여전히 사조직에 대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장교들이 많기 때문이다. 임호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사38기·대장)은 ‘최순실 비선을 활용한 군 인사개입 관련 의혹 보고’란 제목의 찌라시성 문건에 알자회 출신으로 거론되자 본인은 ”사실과 다르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문건의 내용에는 오류가 많다. 알자회 출신 육사 38기 동기생은 ”알자회원이 아닌 임 장군은 억울한 측면이 많을 것“이라며 ”임 장군이 우리 알자회 동기생들과 친하게 어울린 탓에 알자회가 아니면서도 과거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또 이름이 등장하니 화도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건의 명단에는 알자회가 한 기수에 12명임에도 불구하고 38기의 경우 임 장군까지 이름을 넣는 바람에 13명인 것처럼 적혀 있다.

 

문건은 또 알자회도 아닌 육사 42기 출신 김모 사단장(소장)을 알자회 명단에 올렸다. 김 소장은 동명이인인 동기생 때문에 이름이 올라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하나회 출신 예비역 장성을 알자회로 바꿔 명단을 만드는 등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일부 군 간부들은 가장 최근에 실시된 군 인사에서 알자회 문제에 묻히면서 드러나지 않았던 배경이 있다고 전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군 장성인사 개입 의혹의 실체는 한민구 장관 측근과의 연계성이라는 것이다. 여러 간부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지난해 9월 인사에서 한 장관이 외부의 입김에 휘둘렸던 과거와 달리 전권을 가지고 인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 전 수석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 간부는 ”육사 44기 출신의 예비역이 고교 동창으로 절친인 우 전 수석과 한 장관의 측근 장군을 연결시켜줬다“며 ”이 덕분에 일부 영주 출신과 한 장관이 직접 챙긴 인사들이 혜택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4성 놓고 복잡하게 얽힌 육사 38·39기

 

군내에선 앞으로 있을 군 수뇌부 인사에서 인사적체로 복잡하게 얽힌 육사 38기와 39기 진급 문제가 해결될 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육사 38기는 중장 5명이 추가 대장 진급 경합중인데 이들은 올 상반기 중 진급하지 않으면 대부분 전역해야 하는 형편이다. 여기에다 육사 39기 중장들도 올해 말까지 대장 진급을 하지 못하면 대부분 전역해야 할 판이어서 육사 38기와 39기가 동시에 경합을 벌일 수 밖에 없게 됐다.

 

합참의장 후보군은 현 장준규 육군참모총장과 육사 37기인 김영식 1군사령관·엄기학 3군사령관·박찬주 제2작전사령관, 임호영 연합사부사령관 등이다.

 

해군은 지난 9월 인사에서 장성 부인들이 대통령 휴양시설인 저도에서 낯 뜨거운 파티를 열고 있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대폭 인사가 미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에서는 당시 동영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