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은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까지 병력은 줄이고 부대 구조는 기동화·네트워크화·지능화하는 대대적 개편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육군은 ‘8개 군단, 39개 사단’ 체제에서 ‘6개 군단, 33개 사단’ 체제로 정예화하게 된다. 지난 8월8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친 훈련병들이 샤워 터널을 지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위 사진). 지난해 11월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무인이동체 시스템산업 엑스포’의 육군 부스에 군수품 수송용 드론이 전시돼 있다(아래). 연합뉴스·경향신문 자료사진


육군 부대의 대대적 개편이 진행 중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국방부는 이를 ‘국방개혁 2.0’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 현상에 대응하면서 부대 구조를 정예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방개혁 2.0’ 일환으로

2022년까지 9만여명 감축

‘6개 군단·33개 사단’으로


11일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57만9000명인 육·해·공군 상비병력은 2022년 말 50만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감축 병력 대부분은 육군이다.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육군은 2개 군단과 최근 없어진 사단까지 포함해 6개 사단을 해체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줄어드는 병력만 8만명에 가깝다.


현재 대상 부대 2053개 중 602개(29.3%)에 대한 개편이 완료됐다. 2025년까지 나머지 1451개 부대의 개편도 마무리된다. 육군은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병력 수준을 올해 46만4000명에서 2022년까지 36만5000명으로 9만9000명을 줄이겠다고 보고했다. 올해 병력 감축 규모만 해도 2만명이다.


■ 사라지는 사단


수년 전만 해도 육군은 ‘8개 군단·39개 사단’ 체제였다. 육군은 병력 절감형 부대 구조개편을 통해 2025년 ‘6개 군단·33개 사단 체제’로 바꿀 계획이다.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부대는 제20·26·30 기계화보병사단과 제2·27·28 보병사단 등 6개 사단이다. 26사단은 이미 2018년 부대기를 내렸고, 20사단과 2사단은 올해 말까지 해체된다. 27·28·30사단은 수년 내 해체 대상이다. 이 밖에 철원지역 6사단은 경기 포천으로 이전하고, 강원 고성 22사단이 동해안에 분산 배치된다.


‘오뚜기 부대’ 8사단과 ‘불무리 부대’ 26사단 통폐합은 육군 구조개편 공식화의 신호탄이었다. 중서부 전선의 주력 사단으로 경기 양주에 있던 26사단은 지난해 12월 기계화보병사단(기보사)으로 재편된 8사단과 통폐합되면서 65년 만에 부대기를 내렸다. 육군은 이처럼 여러 군단에 흩어져 있던 기계화사단을 7기동군단 예하로 재편하고 정예화하기 위해 예하 기계화사단들을 통폐합하고 있다.


8사단은 26사단의 주력 2개 여단과 수도기보사 1개 여단, 20기보사 1개 여단을 흡수·통합해 ‘기계화보병사단’으로 재탄생했다. 8사단은 이름만 취했을 뿐, 사실상 기존 26사단 전력인 73기계화보병여단과 포병여단 등이 8기보사 주력이다. 8기보사의 핵심 전력은 최신예 K2 흑표 전차다.


다음달 1일부로 아시아 최강 기계화보병사단이란 평가를 받던 20기보사는 단대호(단위부대 번호)가 빠른 11기보사에 통합된다. 애초 최전방 경계부대였던 20기보사는 대대장의 무전병 대동 월북사건으로 1978년 사단 전체가 경기 양평에 있던 5사단과 주둔지를 맞바꿨다. 1980년에는 하나회 출신인 박준병 사단장 지휘로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에도 동원됐다. 이후 1983년 수기사에 이은 육군의 두 번째 기계화보병사단으로 개편됐다.


2020년 말에는 30기계화보병사단도 독립기갑여단인 30기갑여단으로 축소된다. 육군 기계화사단은 8기보사와 11기보사 ‘투 톱’ 체제를 형성하면서 기존 ‘6개 기보사·5개 기갑여단’ 체제가 ‘3개 기보사(수기사 포함)·8개 기갑여단’ 체제로 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육군은 “앞으로 기갑여단에는 배속 전차대대가 많아지는 등 현재 여단과 사단의 중간급에 가까워진다”며 “전력이 증강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각 기보사에는 항공단을 창설해 공격용 및 병력수송용 헬리콥터를 배속할 계획이다.


3군단 예하 ‘노도부대’ 제2보병사단도 올해 말이면 사라질 예정이다. 2보병사단 내 3개 연대는 인근 21사단과 12사단으로 통합된다. 국방부는 대신 해체하는 2보병사단을 모체로 201·203특공여단을 묶는 새로운 부대를 만들어 7기동군단 예하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후방 각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협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공중강습부대인 ‘신속대응부대’를 창설하는 방안이다. 


군단 작전지역 3~4배 확장

기갑여단·항공단 편성키로

보병사단도 통폐합에 박차

각 기보사엔 항공단 창설도


신속대응부대는 소수 병력이지만 특수작전용 헬기 등 기동장비로 무장한 특수목적 부대다. 미 육군의 101공중강습사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병사단보다 적은 병력에다 헬기 등 항공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할 경우 동부전선 핵심 전투사단을 후방으로 빼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군단·모듈형


육군은 6군단과 8군단 등 2개 군단을 폐지해 숫자를 줄이는 대신 작전수행체계를 야전군사령부에서 군단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작전수행체계가 군단으로 이동하면 현재 ‘30(가로)×70㎞(세로)’인 군단 작전책임지역은 ‘60×120㎞’로 면적이 3∼4배 확대된다. 개편 군단은 과거 야전군사령부의 인사·군수·전투근무지원 등 군정 기능과 작전지휘 기능을 모두 행사하게 돼 사실상 ‘미니 야전군사령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군단별로 1~2개 기갑여단 및 공격·기동항공 지원을 할 수 있는 항공단을 편성할 계획이다. 전방 군단에는 다련장 로켓대대도 크게 신·증설된다.


부대 구조는 병력집약형에서 전투효율을 높인 맞춤형으로 개편한다. 육군은 “사단 정찰용 무인항공기(UAV), 한국형 기동헬기 등 필수전력을 적기에 전력화해 확장된 책임지역에 대한 제대별 감시정찰, 기동, 화력 등의 능력을 증대할 계획”이라며 “부대 수는 줄지만, 전투수행능력을 보강해 정예화된 구조로 발돋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육군이 내세우는 미래 육군의 모습은 ‘아미 타이거 4.0’이다. 보병부대를 기동화·네트워크화·지능화해 최적의 탐지·결심·타격 기능을 갖춘 고효율의 치명적 미래 전투체계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탄기능, 센서와 슈터, 원격사격통제체계를 갖춘 장갑차량을 도입할 계획이다. 육군은 “K808 차륜형 장갑차를 전력화한 25사단 1개 대대를 대상으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2020년까지 전투실험을 진행한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실제 야전 운용과 보완작업을 거친 후 2023년부터 2025년까지 2개 대대에 시험 적용하고 2025년 이후 사단·여단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기동군단도 마찬가지다. 예하 각 기계화보병사단에는 이전에 없던 항공단이 새로 창설된다. 공격용 및 병력수송용 헬리콥터까지 갖추게 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최대 변혁

군 중심 사단서 여단으로

2025년 ‘모듈형 부대’ 마련


국방개혁 2.0이 완료되는 시점인 2025년부터는 군 중심이 사단에서 여단으로 바뀐다. 창군 이래 최대 변혁이다. 1948년 연대급 중심으로 창설된 육군은 6·25전쟁 이후 삼각편제와 사각편제를 혼용해오면서도 사단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육군의 미래 ‘여단 전투단’은 모듈형으로, 각종 지원부대가 상설 배치된 연대전투단의 확대판 격이다. 육군은 미래 여단이 기존 사단과 맞먹는 전투력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성패는 개별 병사 및 부대 장비의 확충, 특히 네트워크 통신망 확보에 달렸다. 12개 전방 사단의 보병연대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보병여단 전환에 나섰다. 사단 화력이던 105㎜ 견인식 곡사포를 차륜식 자주곡사포로 개량해 보병여단 화력으로 배치한다. 보병 기준으로 1개 연대는 3개 대대로 구성되지만 새로운 여단은 포병 등을 포함해 최대 5개 대대까지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주둔지가 대부대 단위로 통합되고 기동장비 보급이 확대되면서 부대 모듈화 환경이 마련됐다. 모듈화 관건은 단위부대를 미군과 같이 ‘레고’ 블록처럼 운용할 수 있느냐 여부다. 한국 주둔 미 육군은 2보병사단처럼 예하 여단이 2사단 소속이 아니라 다른 사단 소속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식이다.


모듈화 부대 구조개편은 2030년까지 모든 보병을 기동화하겠다는 ‘아미 타이거 4.0’과도 맞물려 있다. 여단전투단이 지금의 사단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발휘하려면 기동성 확보가 가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육군 관계자는 “한 시간 동안 5㎞를 도보로 이동하는 부대와 50㎞를 차량으로 이동하는 부대가 맡을 수 있는 영역 차이를 생각해 보라”며 “전개 속도가 10배라면 작전영역은 100배 넓어진다”고 말했다. 단위시간당 작전 가능영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육군 병과 배지들

 

내년 1월부터는 ‘헌병’이 ‘군사경찰’로 바뀌는 등 군의 5개 병과 명칭이 변경될 예정이다. 국방부가 지난달 ‘군인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일부 개정안은 오는 24일까지 입법예고된 후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 1월 중 입법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입법예고에 따라 육·해·공군의 ‘헌병’은 ‘군사경찰’로, ‘정훈’은 ‘공보정훈’으로, ‘인사행정’은 ‘인사’로 병과 명칭이 바뀌게 된다. 해·공군의 ‘시설’은 ‘공병’으로, 육군 ‘화학’은 ‘화생방’으로 병과 명칭이 변경된다.

 

이를 놓고 군 내부에서는 병과 명칭 변경뿐만이 아니라 병과 통폐합 등 거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군 병과 대부분이 6·25전쟁 전후에 만들어져 70년 가까이 혁신적 변화가 한번도 이뤄지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병과 역사에 집착하는 군 분위기와도 연관이 있다.

 

■ 명칭 논란

 

정훈 병과는 육군의 경우 1966년 10월4일 창설됐다. 정훈은 정치훈련(政治訓練)의 줄임말로, 사상과 이념 무장을 강조했던 시절 군인의 정신력과 신념, 충성심을 강화시키기 위한 병과로 만들어졌다. 국군의 정훈장교는 북한군의 정치장교와 같은 개념으로 출발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2002년 당시 조성태 국방장관이 정훈 병과와 기무사의 통합을 지시하기도 했으나, 그의 퇴임 이후 유야무야됐다.

 

정훈 병과 명칭이 ‘공보정훈(公報精訓)’으로 바뀐 데는 ‘정훈’이란 용어를 버릴 수 없다는 예비역들의 압력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훈’ 용어를 지키기 위해 ‘정치’를 떠올리게 하는 정(政)자를 정신을 뜻하는 정(精)자로 교체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자유주의 국가 군대에서 정훈 병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헌병’ 병과는 창설 70년 만에 군의 경찰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차원에서 ‘군사경찰’로 개명된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헌병으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던 것을 해소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일부 헌병 예비역들은 “고종황제 때 설치된 일본식 헌병사령부는 1907년 일본의 군대 강제해산 때 폐지됐다”며 “광복 후 미국식 헌병(MP)으로 거듭났는데 일제 잔재를 이유로 명칭을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역 헌병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헌병 병과 내부에서는 ‘군사경찰’보다는 차라리 ‘군 검찰’처럼 ‘군 경찰’로 명칭을 바꾸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군사경찰’이라는 용어 자체도 여전히 ‘헌병’ 이미지와 겹친다는 것이다. ‘군사경찰’ 명칭은 군 수뇌부에서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 병과와 전장 환경

 

군대의 병과는 군인이 수행하는 주요 임무를 분류한 것이다. 한국 육군은 24개 병과와 28개 직능특기를 운용하고 있다.

 

24개 병과는 8개 전투(보병·기갑·포병·방공·정보·공병·정보통신·항공), 5개 기술(화학·병기·병참·수송·군수), 4개 행정(인사행정·헌병·재정·정훈), 7개 특수(군의·치의·수의·의정·간호·법무·군종) 등으로 구성돼 있다.

 

28개 직능특기는 14개 부특기(인사관리·인력획득·인사근무복지·조직편성·교육훈련·연합합동작전·교리연구·특수전·군수관리·군수지원·동원관리·정책기획·군사전략·전력)와 4개 전문(정보전문·항공군수·군악·기무), 4개 직무(목사·신부·법사·교무), 6개 특수(교수·연구개발·획득전문·국방관리·정책·국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직능특기는 원래 병과를 유지하면서 특별한 전문성을 반영하는 체계를 말한다.

 

한국군의 병과와 직능특기 구분을 미군과 독일군 등 외국군과 견줘보면 현대 전장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 육군의 경우 병과를 28개로 구분하고 있다. 미군은 한국군에 없는 특수전, 심리전, 민사, 사이버(2014년 창설), 특수의무 병과를 운용하고 있다. 특수전·심리전·민사 병과는 장교 임관 후 특수전 부대에서 3년 이상 복무한 대위 가운데서 선발한다. 또 군사정보 병과 장교의 60%는 보병, 기갑, 포병, 방공, 화학 병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제병협동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미 육군에는 정훈 병과가 없다. 대신 군의 ‘공보’ 파트를 병과가 아닌 직능분야로 관리한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미 중부군사령부 부사령관이면서 공보관을 겸했다. 미 해·공군은 육군과 다르게 ‘공보’를 직능이 아닌 병과로 분류한 게 특이하다. 이 밖에 미군은 한국군에 없는 ‘우주작전’ ‘전자전’ ‘전력운영’ 직능을 운용하고 있다.

 

독일 육군은 2010년 합동지원군이 창설되면서 20개 병과를 14개 병과로 축소·통합했다. 독일군은 병과를 축소하면서 전자전 병과와 민사심리전 병과를 합동지원군 예하에 새로 만들었다. 독일군 병과의 가장 큰 특징은 민간 위임이 가능한 분야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독일군은 경리와 군종 분야를 민간에 위임해 운용하고 있다. 한국군 일각에서도 군종 병과를 민간에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군은 특히 4개 특정 종단만으로 군종장교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다종교 사회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일군에는 법무 병과도 없다. 독일군은 평시에 특별군사법원 설치를 금지하고, 전시나 해외 주둔인 경우에 특별군사법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독립된 군 검찰 조직이 없고 군인 범죄 및 군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 및 기소는 일반 검사가 담당한다. 프랑스군도 민간법원에 37개의 특별부를 설치해 군형법을 위반한 군인에 대한 재판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 한국군 병과는 ‘골품제’

 

한국군 장교의 진급은 기본적으로 전투 병과 우선이다. 여기서도 보병이 가장 최우선이다. 같은 보병이라도 계급이 높아질수록 합동작전 등 특정 직능특기 장교가 통상 먼저 선발된다.

 

문제는 전문성을 요하는 각 군 사령부의 사령관을 각 군의 특정 병과 장군이 독식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육군 항공작전사령부다. 항공작전사령관에는 허건영 소장이 지난해 9월 부임하기 전까지 4년5개월 동안 조종사 자격증도 없는 보병 출신 장군이 줄줄이 임명됐다. 수년 전에는 특수전사령부 근무 경험이 없는 보병 장군이 특전사령관을 맡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군은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의 임무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장군을 각 군 사령관으로 보임해 임무수행 능력을 제고하는 게 아니라, 특정 군·특정 병과·특정 출신을 발탁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 인사사령부와 교육사령부, 군수사령부, 군수지원사령부, 방공관제사령부 등 전문성을 요하는 각 군 사령부 사령관에도 육군 보병·해군 항해·공군 조종 병과 출신 장군이 임명되는 사례가 잦다. 인사철만 되면 국방부는 “장군은 병과 구분이 없다”며 “지휘관의 지휘통솔 능력을 고려한 인사”라고 설명하지만, 군맥과 정치적 고려에 따른 선발 인사의 후유증이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각 사령부의 임무 특성을 고려해 전문성을 겸비한 장군이 사령관에 보임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기행(기술행정) 병과 장교들은 장군 되기가 상대적으로 훨씬 힘들다. 특히 해·공군은 ‘별’ 달기가 더 힘들다. 이 때문에 해·공군 기행 병과에서는 “차라리 병과를 세세하게 나누지 말고 ‘대병과제’로 운영해 장교들이 역량을 두루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력 전문가인 육군 ㄱ소장은 “한국군은 미군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데다 그것마저 70년 가까이 큰 변화가 없다”며 “국방개혁 2.0 못지않게 한국군의 병과를 발전적으로 재편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바야흐로 국방개혁도 ‘버전 업’ 시대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 ‘국방개혁 2020’을 기반으로 발전시킨 ‘국방개혁 2.0’을 선언했다. 국방개혁 2020을 ‘국방개혁 1.0’으로 간주하고, 이를 기반으로 진화 발전시킨 ‘국방개혁 2.0’ 버전을 국민들에게 내놓은 것이다.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2020이 실패한 것에 대해 흔히들 정권이 바뀌면서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을 주된 이유로 든다. 그러나 속을 내밀히 들여다보면 국방개혁이 왜 필요한지 군 구성원들 스스로 공감하는 데 실패한 탓이 컸다. 보수적인 군 수뇌부가 진보 정권이 시키니까 마지못해 한다는 식이었다. 군 구조의 하드웨어적인 개혁을 하면서 군인 정신의 소프트웨어 파워가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다. 국방개혁 2020의 좌절은 시스템과 정신 변화가 함께 어우러져야 국방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국방개혁 2020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군은 지극히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 집단이다. 그만큼 잘못된 과거를 고치는 데 인색하다. 한국 군부가 창군 당시 친일세력과 군사 쿠데타·독재 시절의 유산을 지금도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군 원로들이 국군의날(10월1일)을 광복군 창설일(9월17일)로 바꾸자는 얘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하나의 사례다.

 

국방부는 지난 4월25일 ‘가짜 신화’ 논란을 빚은 심일 소령(1923~1951년)의 북한군 자주포 파괴 전공을 기정사실화하는 발표를 했다. 이를 놓고 심일 소령 논란이 군 역사 바로잡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국방부가 새 정부 출범 전에 ‘알박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최호근 고려대 사학과 교수는 “심일 소령 신화는 지금까지 나온 증거만으로도 사실이라고 결론내는 것은 무리”라며 “심일 소령의 공적 진위 문제는 군의 울타리를 넘어버렸다”고 말했다. 군 정훈교육이 아니라 국민교육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전면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당초 심일 소령 논란은 조선일보가 지난해 이대용 전 베트남공사(예비역 육군 준장)의 발언을 인용해 “심일 소령이 6·25전쟁 개전 당시 실제로는 대전차포 1문을 적에게 넘겨주고 도망갔다”고 보도했고, 군 안팎에서 ‘가짜 영웅’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국방부는 ‘심일 소령의 전과가 사실’이라는 산하기관인 군사편찬연구소 보고서를 발표할 것을 육군에 지시했다. 심일 소령이 육군임을 감안한 조치였다. 그러나 지시를 받은 한설 육군 군사연구소장(육군 준장)은 즉각 이를 거부하고 40일 동안 자체적으로 확인 조사를 실시한 후 심일 소령의 공적이 허위라고 국방부에 보고했다. 역사학 박사인 한 소장은 “역사학자로서 양심을 거스르면서까지 국방부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기관과 육군 기관이 맞서는 형국이 되자 당황한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심일 소령 공적확인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이 위원회는 편파적 행태로 계속 구설에 올랐다. 지난 1월에는 일방적인 발표회 형식의 ‘무늬’만 공청회를 열어 군 안팎의 비난을 자초했다.

 

심일 소령의 공적 논란은 1981년에도 있었다. 당시 박경석 육군본부 인사참모차장(준장)은 진상조사 책임자로 조사를 벌여 사실이 아님을 밝혀낸 후 심일 소령의 태극무공훈장 삭탈을 건의했지만 전두환 군사정권 출범으로 후속 조치는 흐지부지됐다. 이와 관련해 공적확인위원회는 관련 서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경석 장군을 면담조차 하지 않았다.

 

그나마 공적확인위원회는 6·25전쟁 당시 심일 소령과 함께 맨주먹으로 적 전차를 물리쳤다는 전쟁 영웅들인 김기만 중사 등 ‘육탄 5용사’는 “사실을 과장·미화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사실이 아님을 마지못해 인정했다. 이전부터 육탄 5용사는 1970년대 이후 박정희 정권이 미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군 안팎에서는 1949년 개성 송악산 전투의 ‘육탄 10용사’와 베트남전 앙케패스 전투의 태극무공훈장 조작 의혹 등 ‘가짜 영웅’ 논란이 수십년 지난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군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보수 정권과 군 고위층이 책임 회피를 위한 ‘군 영웅’ 만들기를 남발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육군은 최근 국방부의 강행 지시에도 불구하고 심일상 수여 재개 논의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새 정부 출범 후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상조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심일 소령의 군인 정신을 기린다며 ‘심일상’을 제정한 뒤 육사 우수 생도 3명과 탁월한 통솔력을 발휘한 전방 근무 중대장 14명에게 이 상을 수여했다. 하지만 육사 심일상의 경우 제정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회의가 한번도 열리지 않는 등 밀실에서 이뤄진 사실이 확인돼 누가 일방적으로 만들었는지도 진상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다.

 

육군은 앞서 부사관 영웅실에서 ‘육탄 10용사’를 제외했다. 육군은 영웅실에 6·25전쟁 이후 부사관들만 포함시켰다는 이유를 대지만, 육탄 10용사의 핵심들이 전사한 게 아니라 북한군에 귀순한 사실이 드러나 가짜 논란에 휘말려 있음을 의식한 조치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군의 가짜 영웅 대부분은 일본 군국주의를 모방한 과거 친일 군부의 작품이다. 일본 군국주의 선동의 도구가 한국군으로 건너와서 호국 영웅의 아이콘으로 포장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일본조차 이미 ‘(관동군) 육탄 3용사’와 같은 군국주의 가짜 영웅 지정을 반성하고 있지만, 한국군 고위층 대부분은 “사실 (가짜 영웅의) 공적을 인정하면 편하고, 뒤집기는 어렵다”는 말로 논란을 피하려 하고 있다.

 

최 교수는 “귤상자에서 귤 하나가 썩으면 전부의 상품성이 바닥난다”고 지적했다. 가짜 영웅이 진짜 전쟁 영웅의 가치까지 훼손시킨다는 의미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은 군 역사 바로 세우기를 가미한 ‘2.5’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