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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이야기

합참 체육대회 놓고 시끌···테니스장·풋살장 예산으로 8억 잡아

■ 합참 ‘백호리그’ 부활?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전투를 주 임무로 하는 육해공군 각 군의 작전부대를 지휘, 감독하는 군령 최고 지휘부다. 9년 전 합참에서는 장성들을 주축으로 한 ‘별들의 축구팀’이 만들어졌다. 합참은 2010년 2월10일 서울 용산 국방부 대연병장에서 각 본부별로 4개 축구팀 발대식을 갖고 매주 수요일 오후 4시에 리그전을 치르기 시작했다.


리그전 이름은 ‘백호리그’였다. 본부별로 나뉜 팀은 본부장을 주장으로 장성 진급 대상인 대령, 준장에서 대장까지 장성들, 2급 이상 군무원 등 과장급 이상 150여명으로 이뤄졌다. 백호리그는 합참 간부들의 근무 여건에 맞춰 화합 차원에서 진행돼 팀별 고정선수는 없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취임 후 첫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호리그는 그해 12월까지 운영 예정으로 6월과 12월에 해트트릭상, 발전상, 수비상, 득점상 수상자를 선정해 표창할 계획이었다. 백호리그는 당시 이상의 합참의장이 제안해서 시작됐다. ‘군인의 1차 조건은 체력’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간부들과 축구를 통해 화합을 다지고, 군 간부들의 체력관리 필요성이 리그 출범의 동기라고 당시 합참은 밝혔다.


하지만 백호리그는 두 달을 가지 못했다. 그해 3월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졌고, 이상의 합참의장의 경질과 함께 백호리그도 사라졌다.


8년 뒤인 2018년 정경두 합참의장(현 국방장관) 제안으로 합참 체육대회가 사상 처음 개최됐다. 축구대회도 과거 백호리그처럼 시즌 대회는 아니지만 합참 체육대회 종목 가운데 하나로 선정돼 부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합참 체육대회는 4월 말 열릴 예정이다. 종목은 축구와 줄다리기, 계주 등이다. 당초 올해 대회는 9일 축구리그 ‘킥 오프’를 시작으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강원도 산불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고려해 연기됐다.


축구리그는 상금 100만원을 내걸고 ‘킥 오프’한 후 4일간 열린다. 한 팀당 150여명 선으로 합참의 4개 본부 4개팀과 본부에 속하지 않는 부서를 모은 1개 팀 등 5개 팀이 참가한다. 9년 전처럼 팀별 고정선수 없이 두루 출전할 수 있다.


올해 축구대회는 첫날부터 셋째날까지는 오후 3시부터 5시30분까지 예선리그를 치른다. 그런 뒤 12일 하루 종일 열리는 체육대회에서 결승전을 벌인다. 합참은 비상대기와 필수요원들은 근무하기 때문에 합참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육군대령)은 8일 “합참 체육대회는 근무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화합, 단결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합참 직원들끼리 각 본부별로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합참 체육대회는 직원들 간에 서로 얼굴을 익히며 단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용머리’와 테니스장


합참 일과는 오전 8시30분에 시작된다. 사무업무는 오후 4시30분이면 끝난다. 합참 근무자들은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체력단련으로 시간을 보낸 후 오후 5시30분에 퇴근한다. 영내 목욕탕도 오후 4시30분에 문을 연다.


합참은 또 매주 수요일이 ‘전투체력의 날’로 사무업무는 오전에 종료된다.


국방부는 기존 테니스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새로운 테니스장 개장을 위해 영내 ‘용머리’로 알려진 언덕에서 관련 공사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 국방부는 테니스 동아리 회원 등 직원들의 요청으로 기존 테니스장 외에 새로 한 곳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예산 8억1000만원을 투입해 37.6×35m 규모 테니스장과 26×17.5m 규모 풋살장, 6×9m 규모 라커룸의 조성을 준비 중이다. 국방부는 용산구청에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 신청하고 사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국방부는 이 공사를 오는 6월17일 마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영내 근무인원은 군인을 포함해 간부 4000여명, 병사 1000여명 등 5000여명에 이르나, 영내 체육시설은 축구장 등 10개에 불과하다”며 “직원들의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해 직원들로부터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국방부 영내 테니스장 증설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방부가 테니스장을 조성하려는 언덕은 10년 전에도 시설 공사를 하려 했던 곳이다. 10년 전에는 용산 지명이 ‘용’에서 유래하고, 이 언덕이 풍수적으로 ‘용의 머리’로 알려진 곳이어서 “지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부 반대에 부딪혀 국방부가 공사를 하지 못했다.


국방부 간부 ㄱ씨는 “서울시와 용산구는 남산과 연결된 용산을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며 “국방부는 테니스장 공사를 위해 용산을 파헤치고 있다는 지적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용산을 보호하고 보존해야 그 기운으로 국방과 나라가 잘되는데, 용산의 정산에 길을 내 두 개로 갈라버리고 머리를 파헤치고 있으니 문제”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방부 영내는 도시구역상 자연녹지구역에 있는 군사시설이다. 이에 따라 시설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해야 한다. 국방부는 용산구청과 시설 공사 협의를 마치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공사라는 입장이다.


■ ‘행정군대’로 복귀


합참 체육대회에 대한 군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합참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장성 ㄴ씨는 “군 최고 군령기관인 합참을 일반 야전사단처럼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합참이 조직적으로 일을 하면 체육대회 시간은 내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합참은 전쟁에 대비하는 지휘본부로서의 ‘배틀리듬’ 같은 것이 없다”며 “이는 합참 기능이 통합되지 않고 수직적으로만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업무가 특정 직원에게 몰리고, 상대적으로 한가한 직원이 생기는 이유라는 것이다.


실제로 업무가 집중되는 합참 부서 직원들은 ‘전투체력의 날’이나 ‘체력단련 시간’에도 운동을 하지 못하고 밤 늦게까지 서류 업무에 매달리는 게 현실이라는 데 합참 간부들도 모두 동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워라밸 군인’ 따로 있고, ‘과로 군인’ 따로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ㄴ씨는 “군의 최고 작전지휘부가 체육대회를 할 여유가 있으면 합참 인원을 감축할 생각부터 해야 한다”며 “적절한 인원이 넘으면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합참 간부 ㄷ씨는 합참이 전작권 전환 준비를 이유로 야전에서 많은 장교들을 차출해 놓고 이들에게 적절한 임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내부 문제점을 전했다.


군 장성 ㄹ씨는 “합참은 분야별 전략, 전력·작전기획 등 소그룹별 발전분야 토의가 이뤄져야 하는 곳”이라며 “장병이 혼연일체로 움직이는 행동화된 야전부대와는 다르게 작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뇌집단에 걸맞은 자리매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합참은 요즘 ‘무사고 100일 작전’ 표어를 내걸고 있다. 이를 놓고도 군사작전을 하는 군령기관이 사단급에서나 하는 ‘군사 행정’에 치중하는 게 아니냐고 군 간부들은 지적한다. 합참이 사단급 제대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군사작전을 총지휘하는 기관이 ‘무사고 작전’을 표방할 경우 예하 부대로 내려가면서 ‘몸사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북 위협이 줄어들고 합참 작전의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형식에 치중하는 행정군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합참 보고문서는 육·해·공군의 공식 보고문서와 다르게 색깔이 들어가 있다. 보고서류에 동그라미와 네모 등을 표시한 후 3가지 색깔로 구분하라는 지시는 과거 행정군대에서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합참 장성 한 명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와 관련한 사건에 연루돼 국방부 조사본부의 조사를 받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