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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이야기

남북관계 가늠자 될 DMZ 지뢰 제거, 장비·기간·북 태도가 ‘복병’

지뢰는 전쟁 중은 물론이고, 전쟁 후에도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인명 피해를 주기에 비열한 무기로 꼽힌다.

 

최근 비무장지대(DMZ)에 매설된 이 지뢰의 제거가 남북관계 진전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현충일 추념사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DMZ 내 유해 발굴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문 대통령 발언 이후 군도 북한과의 지뢰 제거 협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DMZ 평화지대화를 위한 DMZ 지뢰 제거 작전은 남북한 협의하에 추진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로 올라가는 길목에 ‘지뢰 경고’ 표지판이 걸려 있다. 백마고지는 6·25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다. 김기남 기자

 

■ 남북관계 이정표 된 ‘지뢰 제거’

 

남북 군사당국 간에 협의 중인 DMZ 내 GP(최전방 감시초소) 시범 철수, DMZ 내 격전지 6·25 전사자 유해 공동 발굴, 철원 ‘궁예도성’(태봉국 도성)과 같은 문화재 공동 연구, 남북관리구역 확대 등은 이곳에 매설된 대인·대전차 지뢰를 걷어내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군 당국은 남북 군사회담 후 유해 발굴 시범지역이 압축되면 지뢰 제거 작업에도 본격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DMZ 남북 유해 공동 발굴 후보지로 우선 추천한 지역은 철원(백마고지 전투)을 비롯해 파주(벙커고지 전투), 연천(베티고지 전투), 양구(가칠봉 전투), 고성(월비산 전투) 등이다. 남북은 이 가운데 3곳 정도를 우선적으로 합의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지뢰 제거는 합참의 군사작전 개념이다. 그러다보니 남북 군사회담 전에 군의 지뢰 제거 계획안이 공개되는 것을 큰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군 지뢰 제거 작전 실무장교들은 남북 유해 공동 발굴이 예상되는 지역의 지뢰 매설 현황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 답사도 이미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 지뢰 제거 어떻게, 얼마나 걸리나

 

군 관계자는 10일 “지뢰 제거 작업은 폭파 작업으로 주변 수목과 토양의 훼손이 불가피한 또 하나의 환경파괴”라고 지적했다. 유일한 한반도 청정지역인 DMZ 생태 환경 보전을 위해서는 지뢰를 100% 제거하지 않고 남북 협의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군 당국은 DMZ 군사분계선(MDL) 남측 지역과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북측 및 남측 지역의 지뢰 지대 넓이가 여의도 면적의 40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DMZ는 통로 외에는 모두 지뢰 미확인 지대다.

 

군이 이 지역에 매설한 지뢰는 M-14와 M-16 대인 지뢰, M-15 대전차 지뢰 등이다. 북한은 목함(PMD-57), 수지재(PMN), 강구(BBM-82) 지뢰와 ATM-72, ALM-82 대전차 지뢰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목함 지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이 사용했던 것으로 비금속 지뢰다. 지금은 비금속도 탐지할 수 있는 탐지기가 개발되고 있어 목함 지뢰 탐지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DMZ 일대에 매설된 지뢰 숫자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오타와 협약’으로 불리는 대인 지뢰 금지협약을 이끌어 노벨평화상을 받은 국제지뢰금지운동(ICBL) 등은 남북 DMZ에만 200만개 이상의 지뢰가 묻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근거로 추정치로 나오는 게 DMZ 남쪽 지역에만 100만개 정도다. 군은 북한군이 최근까지 꾸준히 지뢰를 매설해 왔다는 점에서 북측에 더 많은 지뢰가 묻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남북 모두 지뢰지대를 표시한 지도가 있으나 폭우나 홍수, 산사태 등으로 유실되면서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그만큼 위험성이 높다. 또 세월이 흐르면서 지뢰가 지표면에서 1m 이상 깊이 묻힌 경우도 있다.

 

군이 과거 경의선 구간 85만㎡ 범위의 지뢰를 제거하는 데 28개월이 소요됐다. 동해선 구간은 13만㎡ 범위의 지뢰를 걷어내는 데 9개월이 걸렸다. 경의·동해선 구간에서 제거한 지뢰 및 폭발물은 5000여발로 집계됐다.

 

2015년 11월18일 국회 국방위 청원심사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박재민 당시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은 공병 3개 중대가 1년에 제거할 수 있는 지뢰지대 면적을 묻는 질문에 33만㎡라고 답했다. 육군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DMZ 군사분계선 남측지역과 민간인 출입통제선 남북 측 지역의 지뢰를 모두 제거하기 위해 11개 공병대대를 투입하면 약 20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개 중대가 가로, 세로 100m 지역의 지뢰 탐지·제거에 6개월이 걸린다는 전제와 과거 경의·동해선 지뢰 제거 경험으로 추정한 수치다.

 

산악 지형의 경우 중장비 투입이 곤란해 지뢰탐지병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이들의 지뢰 제거 작업은 무게가 80㎏에 달하는 투명 방호벽 틈으로 장대 모양의 공압 장비를 넣고 강한 바람으로 낙엽과 흙을 걷어낸 후 탐색기로 땅속을 짚어 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육군 제1공병여단 장교는 “지뢰 제거 장비를 끌고 산길에서 10m를 수색하는 데 1시간이 걸린다”며 “공병 10명이 탐지할 수 있는 거리는 하루에 100m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뢰제거병인 장창원 병장도 “지뢰방호복을 입고 교대로 작업을 한다”며 “무겁고 더워서 힘들긴 하지만 생각처럼 위험하지는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최신 장비와 인력을 집중 투입할 경우 지뢰 제거 기간을 얼마든지 단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200년이 걸린다는 것은 부족한 인력과 구형 장비를 전제로 한 과거 추산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 진화하는 지뢰 제거 신기술

 

문제는 장비다. 군이 보유한 지뢰탐지기(PRS-17K)는 1995년 도입해 대부분 사용 연한인 8년을 넘긴 상태다. 이 탐지기는 금속지뢰를 탐지할 수 있지만 목함 지뢰 등 비금속 지뢰는 땅속 5~10㎝에 묻혀 있어도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은 한화시스템과 금속과 비금속 95% 이상을 탐지할 수 있는 지뢰탐지기-Ⅱ를 개발해 1300세트를 생산할 예정이지만 2021년에야 가능하다.

 

현대로템이 자체 개발한 장애물 개척전차가 지뢰 제거 시험을 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지뢰 제거용 장애물 개척 전차는 차체 전면의 지뢰 제거용 대형 쟁기를 지면에 박아 넣고 땅을 갈아엎어 묻혀 있던 지뢰가 드러나게 하는 방식으로 대인 및 대전차 지뢰를 제거할 수 있다. 자기장을 발사해 차량 앞에 매설된 자기감응지뢰를 터뜨려 무력화하는 성능도 갖췄다. 하지만 빨라야 2020년에야 전력화가 가능하다.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간 뒤 2020~2023년까지 70여대를 배치한다는 게 방사청의 목표다.

 

이 때문에 군은 장애물 개척 전차와 신형 지뢰탐지기의 조기 전력화를 검토 중이다. 지뢰 제거의 안전성 확보와 속도전을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드론을 활용한 신기술 도입’도 제시하고 있다. 드론에 지뢰 금속탐지기와 GPS 장비, 폭탄을 탑재하는 방식이다.

 

드론이 DMZ 지뢰지대 1m 상공을 비행하면서 금속탐지기로 매설 지점을 찾아내면 GPS 장비로 해당 지점의 좌표를 자동으로 지도에 표시한다. 이어 드론에 탑재한 ‘기화폭탄(FAE)’을 지뢰지대로 떨어뜨려 지뢰를 제거하게 된다.

 

민간업체에 지뢰 제거 작업을 허용할지 여부는 논란거리다. 민간의 지뢰 제거를 허용하는 ‘지뢰제거업법’ 제정 시도는 2014년 11월 국회 국방위 법안소위에서 ‘국가의 지뢰 제거 책임을 민간에 전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과 ‘지뢰 제거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업체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DMZ 지뢰 제거가 단기간 내에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적극적 태도를 보일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지뢰를 북한군 귀순을 막기 위한 도구로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