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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코멘터리

군 사정기관 ‘군 기밀문건 유출 고강도 조사’ 후폭풍 예고···전현직 장성 등 대상

청와대가 새정부 출범에 따른 정권 교체기에 군내 여러 기밀자료가 외부에 유출되고 있는 사례들을 공직기강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군 기강 해이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서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을 저지할 목적이 숨어 있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들여다 보고 있다.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문건은 물론 최근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한 대외비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사건은 심각한 공직기강 문란 행위이자 한미 동맹의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라는 것이다. 조사결과에 따라서 대대적인 군 인사 개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가 29일 청문회장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군 사정기관은 먼저 송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공개된 군사기밀 문건 유출과 음해성 제보가 나오게 된 경위를 본격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수사 대상에는 여러명의 전·현직 장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사정기관은 예비역 해군 소장이 송 후보자의 낙마시도에 깊숙히 개입한 정황을 이미 확인하고, 군내 연루자들을 조사중이다.

 

군 사정기관은 군사기밀과 음해성 제보가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와 언론에 조직적으로 뿌려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송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공군 레이더 국산화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 장보고함 잠수함 사업, 계룡대 근무지원단 군납비리에 대한 국방부 조사본부의 수사 결과, 해군 헌병대의 송 후보자 음주운전 조사기록 등이 잇따라 야당의원과 언론 등에 의해 공개됐다.

 

군 내에서는 공군 레이더 국산화 사업이나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발주한 해군 잠수함 사업 관련 자료는 각각 군사기밀 2급과 3급으로 분류되는 문건이라는 점에서 사안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송 후보자의 음주운전 조사기록은 기무사의 존안자료에도 없는 해군 헌병대의 내부 보관용이다. 내부자가 고의적으로 그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으면 존재 조차 알기 힘든 자료라는 의미다.

 

이를 놓고 해군 내부에서는 송 후보자가 해군참모총장 시절 해군 헌병에 대한 대대적인 숙군을 했던 것과 연관시키는 분위기다. 송 후보자가 해군총장으로 있으면서 헌병 비리 척결 차원에서 해군 헌병 40~50명에 대해 전역조치와 군법회부, 징계 등을 했던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이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 해군 헌병 병과장도 항해병과 장교로 전격 교체됐다.

 

해군에서는 송 후보자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예비역 소장이 주도해 송 후보자가 국방장관이 되면 인사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하는 인사들과 함께 송 후보자를 음해하는 내용을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군 사정기관은 해군 출신 국방장관이 올 경우 장성 숫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육군 장성급 인사 등이 유출에 관여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 청문회에 앞서서는 해군 출신인 송 후보자가 국방장관이 될 경우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한 방산업체들까지 가세해 송 후보자 끌어내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심지어 합참의장과 모 본부장이 군 장성 인사를 늦추기 위해 주도적으로 송 후보자 낙마에 나섰다는 허위사실이 유포되기도 했다.

 

용산미군기지 전경. 연합뉴스

 

청와대와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 송 후보자의 낙마를 위해 조직적으로 송 후보자와 관련한 기밀 자료를 야당 의원과 언론에 유출하고, 송 후보자 비판 자료를 국회에 돌리는 방법으로 치밀하게 움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국방부가 평소 같았으면 기밀이라며 한사코 내놓지 않았을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가히 자료 유출 홍수였다”며 “송 후보자의 국방장관 임명을 막기 위한 저항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후보자는 이 의원이 “후보자가 국방장관이 되는 것을 불편해하거나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약간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기무사는 용산미군기지 내 연합사 이전 관련 문건 유출사건도 강도높게 조사중이다. 관련 문건 열람이 가능한 인원이 2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상황에서 문건 내용이 외부로 나간 것 역시 심각한 군 기강 해이 사례라는 차원에서의 조사다.

 

군 사정기관은 누군가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미간 이견과 갈등을 부추길 목적으로 문건을 유출했을 개연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역시 조사 결과에 따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군 사정기관의 수사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군사기밀이 누설된 것은 군기강 해이”라며 유출 경위를 조사할 것으로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