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거의 모든 신문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에 최지성씨가 임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삼성그룹 2인자가 교체됐다며 관련기사까지 안쪽 지면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자니 이제 사회의 헤게모니가 어디에 가 있는 지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문의 1면에 특정 직위에 임명됐다는 인사 기사가 들어간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유명인이라도 거취와 관련해 신문 1면에 기사가 게재되는 것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처럼 신병이 구속된다든지, 아니면 장관직에서 전격적으로 짤린다든지 하는 유쾌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때가 아니면 쉽지가 않습니다)

 

 일개 기업집단의 2인자 임명기사가 1면을 장식하고 관련 기사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사회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재벌그룹이 사회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삼성이 말입니다.

 

 신문에서 특정 집단의 인물을 다루는 비중을 살펴보면 당시 사회의 주도권을 누가 잡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좀 옛날 얘기를 해볼까요. 군부 독재 시절에는 4성 장군들인 각군 참모총장은 물론, 3성 장군인 기무사령관과 특전사령관 인사 기사도 주요하게 다뤄졌습니다. 한 보수 신문은 김모 장군이 육군참모총장이 되자 '말도 안되는' 과거 무용담까지 들먹이며 미화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참모총장이 바뀌어도 신문의 앞면에 나가기 힘듭니다. 하물며 일반 장성 인사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한때는 군 정기인사 기사가 신문 앞면의 상당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요새는 뒷쪽 인물면 동정란 정도로 소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에는 지금도 사회 권력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검찰집단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십수년 전만 해도 검찰 인사가 나면 도하 각 신문의 한면 전체가 바뀌는 검사장급(차관급) 프로필 기사가 차지했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검사장급 프로필은 사라지고 고검장급 프로필만 나오더군요. 이것도 잠시였습니다. 수년 전부터는 검찰 고위층 프로필이 사라지고, 그나마 검찰총장 정도만 나오는 시대가 됐습니다.

 

 

 반면 경제면에서는 주요 그룹의 인사가 이뤄지면 주요 인사의 면면이 지면에 소개되더군요.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사회의 균형추가 공무원 사회에서 재벌그룹이 이끄는 경제계 쪽으로 기울어 졌다는 얘기입니다.

 

 실례를 볼까요. 요즘 언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한마디 보다 오히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한마디가 훨씬 크고 무게있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대통령은 임기제 권력자이고, 그룹의 오너이자 총수는 임기 제한 없는 무한 권력자처럼 군림하는 세상입니다.
 
 사양산업이라는 신문사 종사자 얘기를 해볼까요. 과거에는 정치부장 쯤 하고 나면 여야에서 콜이 왔습니다. 공천을 주겠다고 말이죠. 지금은 어떠나구요. 본인이 적극적으로 나서도 공천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언론을 '권력의 제4부'라고 칭해주고, 기자를 보고 '무관의 제왕'입네 해주던 시절은 벌써 까마득한 옛날이 돼 버렸습니다. 한마디로 '시세없는' 직업이 된 것이죠.

 

 

 어쩌겠습니까. 그것이 시대의 흐름인걸요. 차면 기울고, 기울면 다시 채워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입니다. 이럴때일수록 동양의 고전인 유교와 주역에서 지적했듯이 '수시변혁(隨時變革)' 즉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하고 고쳐나가는 것이 삶의 지혜입니다. 유로존 위기라며 모든 언론이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면서 다시한번 생각해봅니다.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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