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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해병대 사건 뒷담화

해병대 2사단장이 해병대 사령관의 비리 소문에 대한 사실 확인 조사를 부하에게 지시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된 데 이어 군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데 대해 말이 많다.

국방부는 기자들에게 개인의 명예를 존중해 보도할 때 보직해임된 해병 소장이 무슨 부대의 사단장인지를 명시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은 블로그 내용과 무관함/연합뉴스 사진>
하지만 기자는 굳이 2사단장임을 명확히 해 보도했다. 그것은 해병대에는 사단이 2개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사단을 특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해병 1사단장이 오해를 받고 자칫 명예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같은 형식적인 문제보다 기자 입장에서는 국방부의 사건 처리 과정이 상식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들었다.

국방부 검찰단은 26일 해병 2사단장에서 보직해임된 박모 소장과 오는 7월 전역을 앞둔 홍모 소장에 대해 해병사령관을 음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지난주 감사관실의 감사 결과를 넘겨받은 뒤 23일 당사자들을 소환조사한 지 불과 4일만에 이뤄진 전격적인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군 검찰은 압수수색까지 실시했다.

이같은 초스피드 수사와 영장 청구는 김관진 국방장관의 지시가 강력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검찰이 이들 두 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상관음해와 직권 남용에 의한 군 기강 문란이었다. 해병대 사령관이 여권 핵심실세의 측근에게 3억5000만원을 주고 진급했다는 소문과 이런 내용이 담긴 이행각서가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 이들이 국방부 조사본부에 무고를 했다는 것이다.

해병사령관의 도장까지 그럴듯하게 찍힌 조작 각서에는 2010년 4월 10일 '해병사령관이 여권 고위인사의 측근이 내세운 대리인 구모씨에게 3억5000만원을 제공하는 대신 구씨는 진급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각서와 함께 떠돈 소문은 경북 포항 지역 해병 1사단장 출신인 사령관이 여권실세의 측근인 이 지역 출신 지역 정치인 ㅇ씨(국회의원이 아님) 에게 쌀 배급권 등을 언급하며 진급을 로비했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이번 사건의 시발점이 된 각서는 한 해병 출신 민간인 건설업자 김모씨가  조작한 것으로 군 당국의 조사결과 밝혀졌다. 김씨는 이 모 전 해병사령관과의 친분을 내세워 해병대 장성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이 각서를 조작했던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했다.

또 박 소장이 부하를 통해 국방부 조사본부에 제기한 또다른 의혹으로는 해병대 사령관이 해병 ㅇ대령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소문도 있었다.(ㅇ대령은 군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 ‘돈을 줬다’고 했다가 ‘돈을 주지 않았다’고 하는 등 진술이 오락가락했고, 군 당국은 금품상납에 대해 ‘배달사고’로 결론내린 후 ㅇ대령을 징계했다)

상관음해죄는 박 소장 등이 해병대 사령관과 관련해 군 수사기관에 신고한 내용에 대해 허위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어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많은 상황이다. 두 현역 소장은 "해병대 발전을 위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뜻에서 사령관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기관에 알리게 됐다"고 항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박 소장이 해병대 사령관과 관련한 악성 루머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시도한 것도 사실이 아닌 것을 알고 있으면서 무고를 하려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 군 안팎에서는 군 수뇌부 의지에 따른 군기 확립차원의 무리한 수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법리적으로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지만 이 사건에 대해 강경대응함으로써 군기를 잡겠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즉, 사실 여부를 떠나 최근 군내 비리를 고발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군 수뇌부의 지휘부담이 생기자 향후 유사 사례 발생을 막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군 검찰의 수사에 앞서 국방부는 해병 2사단장인 박 소장을 보직해임한 이유로 감사관실의 조사를 통해 ‘직권 남용에 의한 군 기강 문란’이라는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해병 2사단장의 직권남용 근거로 지난해 6월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가 아닌 다른 부대 지휘관과 관련한 소문에 대해 부하에게 확인을 지시했다는 것이다.(당시 박 소장은 국방부 근무지원단장이었고, 해병대 사령관은 해병대 1사단장에서 진급해 사령관이 됐다)

국방부는 그러면서 박 소장이 지난해 6월 군 안팎에서 떠돌았던 해병대 사령관에 대한 소문의 진원지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방부의 조사는 1년 전 사건에 대한 감사였다. 박 소장은 이번 국방부의 감사로 별을 하나 더 달고 사단장으로 부임한 지 1개월만에 보직해임됐다.(박 소장이 음해성 소문의 진원지였다면 진급 심사과정에서 군의 인사검증이 제대로 안됐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외부에 알려지기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국방부 장관에게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돼 있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러 의혹들이 번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세한 설명을 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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