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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잠수함과 변비, 그리고 비데


오늘은 스펀지식 퀴즈로 시작할까 합니다.

(문제)한국 해군 잠수함에는 □□가 있다.
(정답)비데.

한국 잠수함에는 다른나라 잠수함에서는 찾기 힘든 비데가 있습니다. 우리 해군 잠수함의 화장실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비데를 보고 미군 잠수함 장교들은 “우리 잠수함에도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라고 했답니다.

필자는 우리 해군의 214급 잠수함인 손원일함에 탑승했을 때 비데를 목격했습니다.(그러나 용무가 급하지 않아 사용은 하지 않았습니다)

해군이 잠수함에 비데를 설치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흔히들 가정집에서는 쾌적한 용변과 특정부위의 맛사지 효과를 위해 비데를 설치하지만 잠수함의 경우에는 이유가 상당히 다릅니다.

물론 비데의 일반적인 효과는 잠수함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가장 큰 설치 동기는 휴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또 변비에 시달리는 잠수함 승조원들의 용변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먼저 비데와 변비의 관계를 설명하겠습니다. 잠수함 내에서 승조원들은 음식 섭취 조건이 지상과는 다릅니다. 충분한 수분 섭취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잠수함 내부는 아무래도 건조합니다. 그러다 보면 변비가 생기기 쉽습니다. 이경우 비데의 마사지 겸 자극 효과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됩니다.

비데와 휴지 사용의 관계도 재미있습니다.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요즘 세대의 특징은 잠수함 승조원들에도 해당됩니다. 이들은 용변 후에도 깔끔한 뒤처리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뒷처리하는 데 화장지가 꽤 많이 들어간답니다. 이는 곧잘 변기 막힘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잠수함 변기의 물내림 능력은 아무래도 지상 화장실의 변기 물내림 능력에는 못미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잠수함 내에서‘뚫어 뻥’ 하기도 쉽지 않을 뿐 더러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악취는 골치덩어리입니다.

변기에서 나온 악취는 금방 잠수함 내부에 스며듭니다.

그렇다고 은닉성을 생명으로 하는 잠수함이 화장실 악취 제거를 위해 수면 위로 급부상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나온 해결책이 비데입니다. 비데를 사용하면 많은 화장지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한편 214급 잠수함에는 샤워시설까지 있습니다. 물론 공간이 협소해 일반적인 샤워실 크기를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부록>

수년 전 해군의 모 부대에서는 ‘비데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한 영관장교(해사35기)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다가 화상을 입은 사고입니다.

이 장교는 용변 후 비데를 사용했는 데 뜨거운 물이 항문을 향해 사정없이 발사된 것입니다. 아뿔사 비데가 고장이 났던겁니다.

이 부대 화장실의 비데는 온도 조절 기능이 없이 ‘켜짐’과 ‘꺼짐’ 기능만 있는 구닥다리 모델이었는데 사고를 일으킨 것이지요.

그 다음은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상상이 가실겁니다. 특정 부위에 화상을 입은 그 장교는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쩝~

해군에서는 이 해프닝을 '고온에 마후라가 녹아내린 사건'으로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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