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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연평도와 원탁의 기사

북한군의 포격도발 이후 연평도는 마치 신무기 전시장처럼 변했다. 도하 각 언론의 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각종 무기가 연평도에 배치됐거나 앞으로 배치될 것처럼 나온다.

아서 레이더, 엑스컬리버 포탄, 딜라일라 미사일 등이 대표적이다.

이달 초 연평도에 긴급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아서’(ARTHUR)는 스웨덴 사브 사가 만든 대포병 레이더시스템이다. ‘엑스컬리버’(Excalibur)는 GPS 유도 스마트 포탄의 이름이다. 이른바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는 똑똑한 포탄’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엑스컬리버가 연평도에 배치될 예정인 것처럼 보도했으나 합동참모본부의 고위 간부는 “연평도 배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엑스컬리버는 개발도 끝나지 않은 장비”라고 부인했다.

이들 무기가 배치됐건 안 됐건 간에 최근 언론 보도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름만 보면 연평도가 마치 ‘6세기 영국’이 된 듯하다.

잘 알려지다시피 아서는 켈트 민족의 영웅으로 6세기께 영국의 전설적 왕이다. 그는 각종 영화에서 원탁의 기사들을 다스리는 왕으로 나온다.


‘엑스컬리버’ 역시 아서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성스러운 검(劍)이다. 아서는 마법사 멀린의 도움을 얻어 성검 엑스컬리버를 얻고 왕이 된다.

공교롭게도 이번 연평 포격도발 사태에는 멀린까지 등장한다. 마이크 멀린 미국 합참의장이 마치 ‘마법사 멀린’처럼 이번 사태에 도움을 주는 존재로 나타난 것이다.

멀린 의장은 지난 8일 “대한민국의 국민·영토를 방어한다는 것은 매우 정당한 것이며 미국은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에는 추호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다가는 연평도가 ‘아서왕의 전설’에 나오는 ‘카멜롯 성’처럼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서해 5도 사령부’는 해병대와 육·해·공군을 총망라한 부대란 점에서 ‘원탁의 기사’를 연상시킨다.



이번 북한군의 연평 도발은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5도가 전략적 요충지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또 북한군의 무도한 도발로 국민적 감정도 격앙됐다.

그렇다고 적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이곳에 온갖 첨단무기를 갖다 놓고 연평도가 ‘카멜롯 성’이 된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곳에 어떤 무기를 배치하는가 하는 문제는 국민의 정서로 결정돼서는 곤란할 것 같다. 군이 이 분야에 가장 전문가다.

전략 무기는 그것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야 하고, 전술 무기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도 장기적으로 볼 때 일시적인 여론보다는 전략적 마인드를 앞세운 군의 현명한 대처가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란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