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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장군 김관진과 황의돈

                                             <전방부대를 시찰하고 있는 김관진 국방장관>

‘장수’(將帥)를 구분하는 데 있어서 손자병법은 용장(勇將), 지장(智將), 덕장(德將)으로 분류했다.

 

여기서 용장은 뱃심과 사나운 용맹함, 추진력을 갖춘 장수라 하겠다.
지장은 말 그대로 뛰어난 전략가로 전술을 자유자재로 펼칠 수 있는 두뇌를 가진 장수다.
덕장은 가슴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장수다. 덕으로써 다스리니 부하들이 자발적으로 장수를 따른다는 의미다.

흔히들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는 용장, 조조와 제갈공명은 지장, 유비는 덕장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또 일본 전국시대를 풍미한 세 장수, 오바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울지 않는 새’의 비유를 들며 비교하기를 좋아한다.(실제로 그들이 용·지·덕을 갖춘 장수들인지는 잘 모르겠다. 호사가들이 만든 비유같기도 하다)

용장인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는 죽여버린다.
지장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지 않는 새는 울게 만든다.
덕장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비유다.

아뭏든 손자병법에서는 용장은 지장만 못하고, 지장은 덕장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즉 사나운 용맹은 전략을 이기지 못하고, 전략은 덕의 리더십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수란 모름지기 용, 지, 덕을 두루 갖춘 사람이 많다. 그 가운데서 어느 부분이 가장 두드러지느냐에 따라 용장과 지장, 덕장으로 불리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군에서 흔히들 하는 얘기가 있다. 지장, 용장, 덕장이 모두 합쳐서 덤벼도 이기지 못하는 장수가 있다며, 이는 바로 운이 따르는 ‘운장(運將)’이라는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군에서는 “'운짱'(운장) 옆에는 절대로 가지 말라”는 말도 있다. 진급이란 정해진 숫자대로 하는데 운장이 진급을 하면 반드시 옆에 있던 장군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청와대가 특정인을 낙점하면, 대신 유력 후보였던 다른 장군이 진급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꽤 있어 왔다)

장수의 종류에 대해 장황하게 떠들었다. 서두가 길었던 이유는 김관진 신임 국방장관 때문이다.

작금에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김 장관의 프로필은 전형적인 무장으로 ‘용장’의 이미지다. 심지어 강경파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긴 그의 단호한 어투, 짧은 답변 등은 그런 이미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발언의 내용도 그렇다. “적 위협의 근원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응징하겠다.” “강력한 대응 외엔 답이 없다” 등 등.

청와대 관계자들 역시 김 신임 장관에 대해 “정통 무인” 등의 표현을 쓰며 그의 강한 이미지를 알리는 데 앞장섰다. 아니 대통령의 '확전 방지' 발언 논란을 희석하기 위해 강경 이미지를 조장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그러나 정치권의 찬사는 조심해야 한다. 김태영 전임 장관의 취임 때도 갖은 호평을 쏟아 내며 추켜 올리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결과는 ‘토사구팽’이었다는 느낌이다. 오죽하면 김 전 장관도 한때 이임식조차 하지 않고 국방부를 떠나려 했겠는가)

한 일간지도 김 장관의 눈빛이 워낙 강렬해 마치 눈에서 레이저빔이 나오는 듯한 느낌을 줘서 ‘레이저 김’으로 통한다는 보도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과연 김 신임장관은 용장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그와 같이 근무한 군인들의 평가에 따르면 덕장에 더 가깝다.
강인한 인상을 풍기는 외모와 성격이 분명한 것과는 달리 합리적인 성품의 소유자로, 지시 보다는 아랫 사람을 믿고 역할을 위임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또 조직의 인화와 단결을 강조하는 온화한 성품이라는 데 대부분 공감했다.

대신 개인적으로는 스스로에게 엄격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나름대로 가치관도 뚜렷하다.

그의 독특한 가치관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독일 육사 출신이다. 그런데 독일 육사는 학사 학위를 수여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독일 육사를 졸업하면 대학 졸업장이 없었던 것이다. 공식 학력도 고졸로 기재됐다.

그래서 독일 육사로 유학을 갔다 온 후 임관한 장교들은 대학 위탁 교육을 통해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역시 독일 육사 출신인 김태영 전 국방장관도 국내 대학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마찬가지로 독일 유학을 마친 김관진 장관에게도 서울대 위탁교육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그는 거부했다. 이유인즉, 군인이 되려고 육사를 갔지, 서울대 가려고 육사간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약간은 억지스러운 고집을 피운 덕분(?)에 그는 오랜 기간 동안 공식 학력이 고졸이었다. 이후 그는 문제를 제기했고, 소정의 절차를 거쳐 대학 졸업 학력을 인정받았다.(현재 그의 최종 학력은 대학원 졸업이다)

약간은 장황스럽게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김 장관이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원칙과 소신을, 대외적으로는 합리적 일 처리를 한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결과적으로 김 장관에 대한 칭찬 일변도 얘기가 된 감이 없지 않다)

그런데 국방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합참의장 김관진’과 ‘국방장관 김관진’의 차이를 느꼈다. 사실 그는 합참의장 시절만 해도 ‘언론 프렌들리’하지는 않았다. 언론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니폼을 벗고 야인생활을 하다 군문에 복귀한 그는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기자들과의 유연한 대화를 통해 ‘언론 프렌들리’한 모습을 보였다.(현역 군인 ‘서열 1위’ 신분인 합참의장과 정무직인 국방장관의 차이를 일찌감치 간파한 것처럼)

전역 후 유연함까지 체득한 김 장관에게 부탁하고픈 것이 하나 있다. 정치권이나 언론이 뭐라고 떠들든 본래의 합리적 유연성을 잃지 말아 달라고.(특히 정치인들은 처음에는 강경한 주문을 하고도,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또 문제삼는 경우가 많다)

                                     <전방 부대에서 적의 동향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황의돈 육군참모총장>

 

그나저나 한 조간신문에서는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의 ‘부적절한 재테크’라는 제목으로 황 총장이 소유한 국방부 청사 앞 6층 ‘OO 빌딩’을 놓고 대서특필했다.(이 건물의 명칭은 황 총장의 이름 한 글자와 부인 이름 한 글자씩을 따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물 소유권도 등기부 등본상에는 황 총장과 부인의 이름으로 지분이 절반씩 나눠져 기재돼 있다)

황 총장은 이 건물 때문에 여러차례 곤욕을 치렀다. 자이툰 부대 사단장으로 나갈 때 관련 투서가 들어가 국군기무사령부 등에서도 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황 장군 뿐만이 아니라 ‘재테크’라는 이름으로 수십년 된 국방부 인근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한 장군도 있었다.
(황 장군이 자이툰 부대장으로 나갈 때 당시 파병 부대를 관할하는 합참 작전본부장이었던 김장수 한나라당 의원은 이 문제를 놓고 그를 크게 질책한 바 있다. 황 장군은 은행에서 7억6000만원을 대출까지 받아 건물을 신축했다. 이는 일반 월급쟁이라면 매월 내야 하는 이자를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대출받기도 쉽지 않은 액수였다. 이때문에 애초부터 황장군이 '믿는 구석'이 있어 거액을 대출받았던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돌았다)

황 총장은 건물의 공시지가 상승에 힘입어 올해 재산신고에서 군내 2번째로 많은 액수를 신고했다.(군내 최대 재산 보유 신고자는 전방 군단의 모 군단장이다. 그러나 그의 경우 신고 재산 대부분이 본인 명의로만 돼 있을 뿐 문중 땅이어서 실질적인 군내 최고 자산가는 황 총장이다) 

이에 대해 황 총장은 “이미 장성 진급 과정에서 여러 사정기관에서 검증한 결과, 클리어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황 장군의 빌딩은 진급 시즌 때마다 구설수에 올랐다. 정부가 그를 합참의장이 아닌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등 ‘대장 돌려막기” 인사를 한 것도 국회 청문회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그의 재산 형성과정도 야전 지역의 열악한 관사에서 생활해야 하는 장교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소지가 많았다)

평소 황의돈 장군은 젠틀맨, 즉 신사의 이미지다. 상하간 원활한 의사 소통을 좋아하고, 부하들과도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면서도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또 한번 믿는 부하에게는 끝까지 신뢰를 보내는 장수다. 정보 병과 출신 첫 육군총장이 된 것도 군 최고 수뇌부가 나름대로 그만의 장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황의돈 총장은 위에서 언급한 용장과 지장, 덕장, 운장 중 어디에 속할까?

또 인사권을 가진 육군참모총장이었으면서도 가장 큰 권한인 장군 인사 한번 못해보고, 합참의장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던 한민구 장군은 어디에 속할까? 아마도 이 경우에는 그가 연평도발과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의미있는 족적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아직 해답을 내기에는 이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