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국방개혁도 버전업 시대다. 참여정부에서 만들어진 ‘국방개혁 2020’은 군 구조·전력체계 및 3군 균형발전, 병영문화 발전, 문민화 등을 목표로 한 장기적 국방개혁 청사진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국방개혁 2020을 기반으로 한 ‘국방개혁 2.0’을 선언했다. 현 정부 임기 내 완결을 목표로 했다.

 

그렇다면 국방개혁 2.0은 지금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을까. 국방부는 지난 15일 서욱 장관 주재로 국방개혁 2.0 추진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정부의 국방개혁 추진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수정하는 자리였다. 국방부는 22사단 ‘헤엄 귀순’으로 뚫린 경계 실패의 원인도 진단했다. ‘과학화경계시스템의 노후화와 기능 미흡으로 과도한 오경보 발생’ ‘육상·해안 동시 경계 등 경계작전 여건의 상대적 부족’이 지목됐다. 그러면서 내놓은 대책이 인공지능(AI) 기반 과학화경계시스템 시범사업의 추진이었다.

 

국방부 설명을 들으면 AI 시스템이 도입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들린다. 과연 그럴까. 과학화경계시스템은 2015~2016년 사이에 전력화됐다. 당시만 해도 최첨단 기술을 적용했다는 이 시스템의 핵심은 광케이블망(광망)을 사용한 철책이었다. 광망에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이 가해지면 경보가 울리는 방식이다. 문제점은 곧 드러났다. 과학화경계시스템은 장비 기능이 약해지고 결함이 발생하는 순간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고라니, 토끼 등이 건드려 경보가 울리는 일이 잦아지는 바람에 철책 아래쪽에는 동물들이 싫어하는 기피제를 담은 깡통들을 줄줄이 매달아야 했다. 장비 오작동도 수시로 일어났고, 기상상황에 따라 경보가 울리는 ‘민감도’가 달랐다. 경사가 심한 산악지대 광망은 폭우가 내리고 태풍이 불면 유실되기도 했다. 지금도 작년 8월 악천후로 유실된 광망 17㎞ 중 상당 부분이 복구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저런 환경을 생각하면 AI 시스템 도입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것 같지는 않다. 경계 실패의 책임은 장비에 있으니,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미봉책일 뿐이다. AI 시스템 경계가 뚫리면 그때는 또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과연 철책만을 바라보는 경계가 최선인가를 놓고도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국방개혁 2.0의 현실은 뚫려서 문제가 된 후에야 개선점을 찾는 과학화경계시스템과 같다. 곳곳에 문제가 드러날 수 있는 복병이 숨어 있다. 군은 첨단전력 위주의 기동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현재 ‘30×70㎞’인 군단의 작전책임지역은 ‘60×120㎞’로 면적이 3∼4배 확대된다. 병력 우위의 기계화보병사단도 몸집을 줄인 기동사단으로 개편돼 K-2 전차와 K-21 보병전투차량으로 무장하게 된다. 군단과 사단이 기동하는 데는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을 모토로 하는 공병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유사시 공병이 전차와 자주포가 갈 수 있는 길을 뚫어줘야 하고, 도하작전을 통해 기동부대의 강습도하를 지원해야 한다.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는 평지작전 위주의 유럽이나 사막의 중동지역보다 공병의 역할이 더 크다. 그러나 공병의 경우 4.3%에서 3.5%로 병력을 줄인다고 한다. 공병이 7%인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교훈으로 8%대까지 높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다보니 공병을 투입하는 훈련은 ‘했다 치고’ 하는 시뮬레이션이 많다. 이미 알려진 지뢰지대 100m를 개척하는 데 보통 3~4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확인 지뢰지대를 개척하는 데도 짧은 시간에 ‘했다 치고’ 식으로 훈련이 이뤄진다.

 

군수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작전 종심이 길지 않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고 있다. 군수 지원이 시원치 않으면 기동화 군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첨단장비 도입은 서두르면서 막상 장비 가동률과 전쟁 지속 능력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고 있다. 소위 과학화·기동화 군대의 그늘에 가려진 부분도 잘 살펴야만 국방개혁 2.0이 국방개혁 3.0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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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군사용어에서 ‘훈련’과 ‘연습’의 정의는 다르다. ‘합참 훈령’을 보면 연습(Exercise)은 ‘연합·합동 작전 과정에서 작전술 제대의 작전 기획·준비·시행을 포함한 군사 기동 또는 모의된 전시작전 시행 절차 숙달 과정’이다. 연습은 최대한 실제처럼 실시해야 한다. 훈련(Training)은 ‘전술 제대의 개인 및 부대가 부여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식과 행동을 체득하는 조직적인 숙달 과정’으로 유격 훈련, 사격 훈련, 화생방 훈련 등을 말한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군에서 훈련과 연습을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 18일 끝난 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도 그렇다. 시대가 바뀌면 용어 사용 방법도 변하나 보다.

 

1954년 유엔군사령부 주관으로 실시한 포커스 렌즈 연습에서부터 시작한 한·미 연합훈련은 그 명칭과 방식이 한반도 안보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어 왔다. 포커스 렌즈는 포커스 레티나, 프리덤 볼트, 팀스피릿,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 키리졸브(KR) 및 프리덤가디언(FG) 연습 등 여러 명칭으로 이어졌다. 2019년에는 키리졸브를 대체해 ‘동맹 19-1’ 훈련이 처음 시행됐으나 이후 ‘동맹’이란 명칭도 사라졌다. 지금은 상반기 및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이란 이름으로 실시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한·미 연합훈련도 일종의 진화를 거듭한 셈이다. 반면 이를 두고 보수층에서는 북한 눈치를 보며 한·미 연합훈련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1년에 두 차례 실시해 온 정기적인 한·미 연합훈련은 태권도에서 말하는 일종의 ‘약속 대련’이다. 한·미 연합작전계획인 작계5015를 기반으로 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통상 2주에 걸쳐 진행된다. 북한의 남침을 1, 2차 저지선에서 막아낸 후 평양이나 개성까지 진격한다는 게 대체적인 기본 골격이다.

 

한·미 연합훈련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한반도 유사시 미 본토나 하와이·괌 등에서 증원되는 전력을 수용·대기·전장이동·통합(RSOI)하는 연습이다. 한때 한·미 연합훈련에 RSOI 연습이란 명칭을 붙였던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한·미 연합훈련 RSOI의 전제는 대규모로 증원되는 미군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것은 실현 가능할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국방부가 발간하는 국방백서에는 미군이 최대 69만명의 증원 전력을 한반도로 보내게 돼 있다고 기술됐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이 기술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한·미 연합작계는 북한의 핵공격 능력을 반영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한·미 연합훈련에 북한의 핵공격을 상정한 훈련은 없다. 현행 작전계획 시나리오대로 훈련을 한다면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군의 남침을 격퇴하고 평양까지 탈환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비현실적이란 얘기다. 또 북한이 한반도 해역으로 향하는 미군 증원 병력의 접근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에도 미국이 증원 전력을 보내겠는가. 북한의 핵공격 이후에는 그 자체가 파국이기 때문에 미국의 핵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만 할 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실현 여부는 불확실하다.

 

북한은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대회 보고문에서 전술핵무기 완료를 시사했다. 전략핵무기가 아닌 북한의 전술핵무기는 남한을 상대로 한 것이다. 혹자는 북한이 KN-23과 같은 단거리미사일이나 방사포 체계에 전술핵탄두를 실전 배치한다 해도 한·미 연합전력의 우선 선제타격 대상이기 때문에 위력이 제한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0.1~0.2KT(킬로톤) 정도의 야포용 핵탄두까지 모두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차라리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변수의 상황을 대입해 풀어나가는 ‘정치·군사게임(Pol·Mil Game)’이 한·미 연합훈련에 더 유용한 시점이다.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자신의 인식론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했다. 천동설은 아무리 개선하고 발전시켜도 천체의 운행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지동설을 이기지 못한다. 지금은 한·미 연합훈련도 칸트처럼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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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군대가 알게 모르게 무너지고 있다. 군 기강이 훼손되고 기본이 무너졌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위아래가 따로 논다. 또 뚫린 최전방 경계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동해 최북단 해안으로 월남한 북한 남성은 폐쇄회로(CC)TV에 최소한 4차례 이상 포착됐는데도 감시병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천억원을 쏟아부어 설치한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근무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만 설치해주면 된다고 여긴 군 수뇌부 책임이 적지 않다.

 

한두 곳도 아니고 최소한 4곳 이상에서 경보음이 울렸는데도 아무도 녹화 화면을 되돌려 움직이는 물체를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관행적으로 경보를 무시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부대 관리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부대원이 새벽 운동을 한다며 감시구역을 달려 장비 경고음을 작동시키는 사례가 잦다는 제보도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심각한 작전군기 문란 행위다. 8군단의 대침투 경계령인 ‘진돗개 하나’의 늑장 발령도 비정상적이다. 지휘관의 책임의식 부재로 받아들여진다.

 

김정일이 북한 통치자였을 때는 군내에서 ‘김정일이 한국군 장성 인사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천안함 사건처럼 북한 도발에 대한 부실 대응 등으로 군 수뇌부가 대폭 교체되는 사례가 왕왕 나오게 된 것을 두고 한 얘기였다. 역설적으로 북한 도발이 한국군의 실체를 드러냈다는 방증이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탄도미사일 도발을 했어도 이전 정권처럼 국지도발은 별로 없었다. 9·19 군사합의 영향이 컸다. 대신 이번에는 탈북자가 한국군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군 인사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군 서열 1위인 합참 의장은 최소한 30년이 넘는 야전 생활에서 쌓은 노하우를 부하들에게 전수하면서 전군의 작전 지휘에 혼신의 전력을 쏟아내는 직위다. 언제부터인지 합참 의장이 ‘대령급 TF그룹’을 만들어 작전환경을 배워가면서 전군을 지휘한다거나, 4성 장군 계급에 걸맞지 않게 사단장 수준의 지침을 전군에 내리는 사례도 나타났다. 또 작전보다 워라밸을 우선하는 합참 의장도 등장했다. 경험과 경륜이 모자란 장군을 정권 입맛대로 임명하다보니 생긴 결과였다. 과거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무능한 대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군 인사를 놓고 이번 정권에서는 뒷말이 더 무성하다. 대선 캠프에 참여한 군부 인사들이 고위층과 관변 조직을 나눠먹고, 장군 인사는 원칙보다는 정권 줄서기처럼 비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군단이 능력보다는 정권과의 연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군내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그러다보니 전문성을 살린 인사가 되기 어렵고, 부하들이 지휘관을 존경할 리 만무하다. 군에서 전문성을 더 쌓기보다는 국회 국방위원들과 안면을 트거나, 권력기관으로 파견을 나가는 게 진급의 지름길이 됐다. 과거 정권보다 훨씬 더 그렇다. 경계가 뚫린 8군단과 22사단은 전시가 아닌 평시에는 경계수요가 가장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적재적소 인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군 간부들은 입을 모은다.

 

지휘관이 부하 눈치를 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군대 내 ‘소원 수리함’과 같은 고발 창구가 된 지 오래다. 강철같은 규율과 기강을 앞세워 솔선수범하기보다는 ‘워라밸’을 강조하는 지휘관이 인기가 높다. 얼마 전에는 육군 원사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육군참모총장이 ‘장교는 부사관에게 존칭을 쓸 수도 있고 반말을 할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을 놓고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창군 이래 부사관의 육군참모총장 고발은 초유의 일인 것 같다. 인권위원회가 인격권 침해가 아니라고 기각하면서 이 문제는 흐지부지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군 내부 분위기는 싸늘하다. 육군참모총장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군내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 사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군 인사를 전문성보다는 정권의 ‘입맛’대로 한 탓이 크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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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파나마 2021.02.25 08: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팩트를 알고 계시는군요 일단 전문성이 없지만 정권가의 연줄로 장군되는 경우가 많지요
    능력도 부족한 사람들을~~ 심각한 일입니다
    출신좋고 교육성적 좋으면 거의 승진하는 사례 발생~~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책을 한권 출간했습니다. 제목은 <한국군 코멘터리>입니다.


 그런데 책 내용보다 출판사에 만든 보도자료가 훨씬 그럴듯한 것 같습니다. 후배기자가 쓴 서평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소련은 왜 펜타곤의 핫도그 가게를 노렸을까 …‘한국군 코멘터리’

 

 10년간 국방부를 출입한 베테랑 기자가 대한민국 군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낸 책 ‘한국군 코멘터리’가 출간됐다.

 

 책은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군대의 여러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냉전시대 구소련이 미국 펜타곤(국방부)의 핫도그 가게를 사령부 건물로 착각해 1급 표적으로 지목한 일, 북한이 소련보다 감시가 어려운 ‘하드 타킷’인 이유 등이 보는 이들에게 흥미를 준다. 책은 또 우리 육·해·공군과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들을 추려냈으며, 성생활 문제 등 여군들의 애로사항까지 충실히 담아냈다.

 

 책의 저자인 경향신문 박성진 기자는 2001년초부터 2011년말까지 국방부를 출입했으며 지금은 군 관련 블로그 ‘박성진의 군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은 군에 대한 막연한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들에게 논문처럼 딱딱하게 군대를 설명하고 싶지 않아 단편적인 정보나 단상의 쪼가리들을 만들어 본 것”이라고 말했다.

 

 책에 그려진 정보들을 모자이크하듯 짜 맞춰나가면 한국군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색다른 시각으로 눈에 그려진다. 저자는 “군입대를 앞둔 젊은이에게, 과거의 군과 현재의 군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한 이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잘 몰랐던 우리 軍 이야기]

 

 ―육해공 이야기에서 1번 어뢰의 비밀까지, 국방부 출입 10년의 베테랑 기자가 밝히는 한국군 비하인드 스토리.


 

 ‘남자 두 사람만 모여도 군대 이야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군에 관해 저마다의 생각을 늘어놓지만, 대개는 군 복무 시절의 일천한 경험에 의존하거나 정체모를 거부감이나 근거 없는 상상력에서 비롯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우리 군의 미래를 논하고 현재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팩트’에 바탕을 둔 편견 없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특히 남북이 대치하는 특수한 안보상황에서는 말이다. 신간《 한국군 코멘터리》(도서출판 예문)는 국방부 출입 10여 년의 베테랑 기자가 현장 취재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군의 면모를 다각도로 살핀 책이다.


 한국전쟁 이후 특수한 안보 상황과 국민 개병제도로 말미암아 한국인의 일상 및 담론과 밀접한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군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보다 깊이 있게 다루고 파헤쳤다.

 

 군에 대한 딱딱한 논설식 접근이나 막연한 오해와 정치적 입장에 따른 호불호를 떠나, 저널리즘에 바탕을 두면서도 동시에 따뜻한 시선과 평이한 글쓰기로 군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한국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색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군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은 흘러가고 언젠가 제대할 때가 온다는 뜻으로, 흔히‘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고들 말한다. 과연 국방부에는‘ 국방부 시계’라고 부를 만한 상징적인 시계가 있을까? 저자는 의외로 이것을 궁금해하는 지인들이 많았으나 그럴 만한 시계는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예전과는 병영문화가 많이 달라져서, 제대 날을 그리며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기다리던 시대에서 시간을 쪼개 가며 쓰기 바쁜 시대로 점차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 요즘 군대라는 것이다. 지휘관들도 마찬가지여서 원거리 화상회의에 참석하며, 사단장을 하면서도 관할 지역 명소 한번 가보지 못하고 이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리지 않으면 후줄근해보이던 얼룩무늬 전투복 또한‘ 링클프리’의 신형 전투복으로 바뀌면서 옛 이야기가 되었다.


 이처럼 변화하는 병영문화와 여군, 다문화 군대, 해외파병 같은 군의 변화와 미래상, 그리고 우리나라만의 어쩔 수 없는 안보 환경과 군 문화가 빚어낸 여러 뒷이야기,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의 취재 후기 등을 담았다.

 

또한 육·해·공·해병대 각 군의 어제와 오늘, 무기 장비 현황, 남북의 엄중한 군사적 대치 상황과 맞물린 주한미군·북한군·중국군 문제, 국방 예산, 방위산업과 첨단 무기 수출입,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등 중대한 군사 현안에 관한 이야기도 적지 않게 실려 있다. 군의 내일을 그려볼 수 있는 정보에서부터 일반인이 궁금해 할 만한 여담까지, 베테랑 국방부 출입기자의 내공이 오롯이 드러난다.

 

 군 입대를 앞둔 이들, 과거와 비교해 오늘날 한국군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한 이들, 한국군의 정체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책 속으로]

 

 그런데 해군도 매년 탑건을 뽑는다. 해군의 탑건은 포술 최우수 전투함을 말한다. 해군은 지난 1년간 초계함 이상의 전투 함정을 대상으로 대공·대함 평가 사격을 실시해 최고의 점수를 얻은 함정에‘바다의 탑건 함’호칭을 부여한다. 잠수함은 어뢰 발사 능력을 기준으로 선발한다. ─25쪽

 

 6·25 전쟁에서는 장렬하게 공중에서 산화한‘하늘의 영웅’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는 고성 상공에서 유성처럼 사라졌다가 나중에 보라매의 요람인 공군사관학교 교정에 동상이 세워져 있는 임택순 중위(전사한 뒤 대위로 추서) 같은 이들도 있지만 일본 항공학교를 졸업한 조종사들이 꽤 있었다. ─38쪽

 

 다문화 출신 군인은 과거에도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임진왜란 당시 ‘해귀’(海鬼)라는 존재가 왜군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는 경주성 공략을 앞두고 해귀에게 수많은 부하를 잃었다고한다. 해귀는 바다 건너에서 온 귀신을 뜻한다. 해귀는 파랑국(현재의 포르투갈) 출신 흑인 노예였다. 이전에 흑인을 본 적도 없는 왜군들은 그를 귀신으로 여겨 해귀로 불렀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해귀가‘무예가 뛰어나고, 조총과 칼을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나와 있다. ─172쪽

 

 그가 남긴 한마디가“한자야”였다. 그가 말한‘ 한자’의 의미는 한글이 어뢰에‘ 한’ 글자 표기돼 있다는 의미였다. 그것은 정확한 대답이다. 왜냐하면 어뢰 추진체에는 아라비아 숫자‘ 1’과 한글‘ 번’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아라비아 숫자도 한 자, 한글도 한 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 언론사의 국방부 출입 기자는 국방부 고위 인사의 대답을 한글‘ 한 글자’가 아닌 중국‘ 한자’(漢字)로 잘못 알아들었다. 그러고는 잘못된 기사를 봇물처럼 쏟아냈다. ─224쪽

 

 

< 목차 >

 

■·머리말
 ·

■육군 이야기
 ·지상군 페스티벌 / 널문리 / JSA 부대원의 자격 / 러시아 훈련장 / DMZ의 힐링캠프

■해군·해병대 이야기
 ·한국 해군에도 탑건이 있다 / 해군의 계급장 /독도함의 숨은 1인치‘ 캣 워크’ / 해병대가 강한 이유

■공군 이야기
 ·공군 1호기 / 공군의 우주인 프로젝트 /공군의 영웅이 된 일본 항공학교 출신들 / 소음과 전투하는 군용기 /비상활주로 / 우주군 /공군에는‘ 릴리프 투수’가 아닌‘ 릴리프 백’이 있다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좌석의 비밀

■미군 이야기
 한국군과 미국군 / 펜타곤과 화장실의 공통점 / 한반도 단골손님‘ 조지 워싱턴’함 / 미군의 무기 개발 /미군 병장은‘ 6대 장성’ / 역할이 3개인 주한미군 사령관

■북한군 이야기
 북한은 왜 하드 타깃인가 / 대통령 전용기 탄 북한 VIP /북한군 인민무력부장과 감귤 /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진 /독도함 남북 국방장관 회담 / 통일 후 북한군 /북한군의 계급 / 북한군 특수부대

■여군의 세계
 한국 여군의 역사 / 최초의 여군 / 최초의 여성 조종사 /여군과 전투 / 미스 여군 선발대회 / 여군 브래지어는 국방색인가 / 세계의 여군 / 북한의 여군 / 해군과 여군 / 여군과 섹스

■잠수함의 세계
 한국 해군 잠수함에는 ○○가 있다 / 잠수함의 천적은 그물 / 잠수함에서 생활한다는 것 / 잠수함에서의 식사 / 잠수정 태운 잠수함 / 209급은 베스트셀러 / 35조 원대 국방 예산과 무기

■돈으로 본 첨단 무기

  질’보다‘ 양’을 내세우는 북한군 무기 /국군의 날에 등장한 한국군 무기 / 첨단 무기의 아킬레스건 / 일본은 왜 문제 많은 F-35를 선택했나 / 한국의 무기 개발 /한국군의 저격용 소총 / 한국 방위산업의 수준

■작전과 훈련, 그리고 말
 아덴만 여명 작전 ‘/ 키 리졸브’는 무슨 뜻 / 연어급의 유래 / 엄사리의 유래 / 전쟁이 만든 언어 / 흑룡사와 백골성당 / 연평도와 원탁의 기사 / 디데이와 C데이

■장군 이야기
 장군이 되는 길 / 장군은 뭐가 다른 걸까 / 장군의 종류 / 독일 육사 출신 장군들 / 장군의 배낭

■신세대 병영
 국방부 시계’는 없다 / 신세대 연예 병사와 신비주의 / 신세대 전투복의 로열티 / 군대와 돼지 / 신세대 병사와 외국어

■다문화 시대의 한국군
 한국군에 부는 다문화 물결 / 다문화는 오랜 역사 /한국군은 다문화 용광로 / 다문화 가정 출신 장병들 / 다문화 시대의 국적 문제 / 한국군의 문화·종교·스포츠

■군인과 군복
 군인 선생님을 아시나요 / 주스와 와인 / 사라지는‘ 군용 추억’들 / 국방부 컬렉션 / 군대와 스포츠맨 / 수류탄 던지기도 스포츠 / 한국군의 체력 / 한국군의 종교

■제3의 전쟁
 미디어 전쟁 / 담배와의 전쟁 / 기상 무기의 등장 / 세상을 바꾸는 군

■이런저런 군 이야기
 군가와 응원가의 공통점 / 전쟁과 트로트 / 군견의 노후 / 군 출신 국회의원 / 독도함과 백두산 정계비 / 한반도 비핵화 / 한국전쟁 비사 / 교전규칙

■국방부 취재기자
 북한의 이상 동향과 기자의 사생활 / 1번 어뢰의 비밀 / 중국군의 언론플레이 / 블랙이글과의 인연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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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blee 2013.11.13 21: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이 읽기에는 너무 재미있겠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