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한·미, 한반도 유사시 전력 제공하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개념 놓고 이견

ㆍ미국은 ‘6·25 참전국’이 아닌 국가들에도 문호 개방해 몸집 키우기 움직임

ㆍ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이후에도 ‘중국 견제’를 위한 큰 그림의 일환으로 분석


유엔군사령부가 최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변수’로 등장했다. 주한미군이 최근 발간한 ‘2019 전략 다이제스트’의 잘못된 번역과 미국이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독일군 장교를 유엔사에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일련의 사건들이 빚은 결과다.


유엔사의 미래는 한·미 간에 ‘뜨거운 감자’와 같은 이슈이지만, 양측은 애써 구체적 언급을 피해 왔다. 유엔사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입장 조율이 어긋날 경우 동맹의 또 다른 주요 갈등 요인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한국과 미국 양국이 한반도 유사시에 전력을 제공하는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의 개념을 놓고 견해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유엔사 영역 확대 의지를 표명하면서 한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계병이 유엔사 정전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 유엔사는 ‘휴화산’


한·미 양국은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제공하는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의 개념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전까지만 해도 한·미가 규정한 유엔사 전력제공국 개념은 ‘6·25전쟁 당시 전투 병력을 파병한 국가 중 한반도 전쟁 재발 시 워싱턴 선언(1953년 7월27일)을 통해 재참전 의사를 표명한 나라’로 똑같았다.


그러나 미 합참이 지난해 6월 ‘유엔사 관련 약정 및 전략지침’을 개정하면서 한·미 간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정의가 달라졌다. 미국이 유엔사 전력제공국을 ‘유엔안보리 결의에 근거해 유엔사에 군사적·비군사적 기여를 하였거나 할 국가’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엔사 전력제공국 개념을 확대시킨 후 6·25 의료지원국인 덴마크와 노르웨이, 이탈리아에 가입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측이 주장하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은 이들 3개국과 미국, 영국, 캐나다, 터키,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 벨기에,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투 파병 14개국 등 총 17개국이다.


미국은 앞으로 6·25 참전국이 아니더라도 유엔 가입국가라면 유엔사 전력제공국에 추가로 가입하는 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엔사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유엔사 회원국가도 이들 17개국으로, 유엔사에 연락장교를 파견하고 있다. 유엔사 연락장교단은 대부분 대사관 무관이나 외교관들이 겸직하면서 군정위 순환대표, 정전협정 조사관 등 유엔사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은 유엔사 연락단을 운용하고 있을 뿐 회원국은 아니다.


미국은 최근 주한 독일무관을 유엔사에 파견하는 방안을 독일과 협의했다. 정부는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미국과 독일의 협의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독일이 파견 의사를 철회했다. 그러나 독일이 동의했을 경우 우리 정부 입장이 받아들여졌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일단 6·25전쟁 참전국을 대상으로 유엔사 전력제공국을 확대한 후 6·25 비참전국으로까지 문호를 개방해 늘려 나가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미측 기준으로 보면, 일본의 유엔사 전력제공국 가입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다만 유엔사는 지난 11일 “일본을 전력제공국으로 제안하지도 않았고, 일본이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일본은 (한국 정부 기준으로) 6·25전쟁 참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며 “유엔사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우리의 요청으로 우리의 자위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단체 “유엔사 해체하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엔사 전력제공국 확대와 관련, ‘미국 규탄 및 유엔사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해체 VS 강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합의문을 보면, 남북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계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참여연대와 민변 등 진보진영 단체들은 평화협정이 미래에 체결되면 정전협정을 대체하게 되므로 정전체제 유지·관리를 담당해 온 유엔사는 당연히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유엔사 해체는 유엔사가 창설될 때와 마찬가지로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되거나 미국 정부가 해체 결정을 내려야만 가능하다는 게 국제법적 시각이다. 게다가 미국은 2014년부터 본격화한 ‘재활성화(revitalization)’ 프로그램의 강화를 통해 유엔사를 다국적 군사기구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유엔사 부사령관으로 웨인 에어 캐나다 육군 중장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유엔사 부사령관을 미군이 아닌 장성에게 맡긴 것은 처음이었다. 후임으로도 스튜어트 마이어 호주 해군 소장이 임명됐다. 유엔사 참모장으로 취임한 마크 질레트 미 육군 소장이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을 겸직하지 않은 사례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유엔사 재활성화 전략은 크게 세 방향이다. 첫째는 미군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사 주요 보직을 줄이는 것이다. 두번째는 유엔사 주요 보직에서 미군을 줄이는 대신 영국, 캐나다 등 한·미를 제외한 다른 16개국의 인원을 증원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비무장지대(DMZ) 사건에 대한 대응을 이전에는 거의 한국군에 맡겼으나 앞으로는 유엔군 스스로 독자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든다는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라도 평화협정 내용에 평화협정 준수 감독 및 분쟁 발생 시 사실 조사 등을 유엔사의 새로운 기능 또는 역할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파이브 아이(Five Eye)’로 불리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는 ‘유엔군 재활성화’의 핵심이다. 지난 5년간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유엔사 참여국들의 키리졸브 등 한·미 연합훈련 참가가 늘었다.


미국의 구상은 유엔사의 현 상태를 유지하되 유엔사 참모 기능을 대폭 강화해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를 한반도 작전 주역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미측은 지난해 10월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제50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국 합참·유엔사·연합사 관계 관련 약정(TOR-R)을 맺었다. 2급 비밀로 분류된 이 약정은 그동안 모호했던 유엔사와 연합사 간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한 것이었다.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당시 작전통제권을 이양(handover)한 게 아니라 위임(reference)을 했다. 이는 유엔사 작전지휘권이 소멸되지 않았으며, 유엔사 작전통제 아래 주한미군과 한국군뿐만 아니라 주일미군까지 한반도 유사시 동원이 가능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유엔사는 “유엔사를 작전 기능을 가진 사령부로 만들 계획은 없다”면서 “한국군 4성 장군이 전작권을 가진 연합사령부로 안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우려하는 유엔사의 전투사령부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한국군의 현실적인 작전 주도 능력이 없으면 유엔사로 작전권이 넘어갈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군사 전문가들이 상당수다. 실제로 미래연합군 사령관인 한국군 대장이 항모나 핵잠수함, 전략폭격기와 같은 미 전략자산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한·미 장성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형편이다.


미국이 유엔사 체제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이후에도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동북아 평화관리 기구’로 변환해 존속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임호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원하는 유엔사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롤랜드 윌슨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지난달 한반도 안보환경 평가 세미나에서 “미래에는 유엔사 역할이 북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동북아 지역에서 나토를 벤치마킹한 동맹 모델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사 앞날에 대한 진단이 제각각인 가운데 미국은 이미 유엔사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유엔사는 50년 전에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거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이라크 전쟁 때처럼 유엔안보리 결의를 끌어내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사 강화는 비핵화와 상응조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반발을 불러 협상 과정을 더욱 어렵고 복잡하게 할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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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스타 2019.08.04 1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949년 6월말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7월1일부터 국군의 지휘권이 한국군에 돌아왔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7월1일 이후에도 지휘통제권이 계속 미국에 있었습니다.
    주한 미국군사고문단 설치에 관한 협정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간의 주한 미국군사고문단 설치에 관한 협정

    1950년 1월 26일 협정서명
    1949년 7월 1일 소급발효

    < 제1조 골자요약 >
    군사고문단이 국군과 경찰의 조직 통할에 있어서 대한민국정부를 고문한다

    1960년 10월 21일 개정서명
    1960년 10월 21일 발효

    < 제1조 개정요약 >
    군사고문단이 국군의 조직관리에 있어서 대한민국정부에 조언한다

    -------------------------------------------------------

    군사고문단이 대한민국정부를 고문한다는 뜻은 군사고문단이 대한민국정부(대통령)보다 우위라는 뜻입니다.
    조직 통할은 작전통제,군수,인사,행정 모두 포함되고 그때는 작전통제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국군과 경찰의 모든 통제는 군사고문단이 한다는 협정입니다.
    이유는 미국에서 제공하는 군사원조를 유용하게 쓰기위한 조건이며 원조를 받는 한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군사고문단은 미국 대사관 소속이기에 미국 국무장관에게 국군과 경찰의 지휘통제권이 있습니다.

    한국군의 참모총장은 미국 군사고문단의 명령에 따랐고 허수아비에 불과했습니다.
    1960년 10월21일 되어서야 겨우 대한민국정부에 조언한다로 바뀌었습니다.

    이형근 장군이 말한 10대 불가사의는 모두 군사고문단의 작품입니다.
    모든 책임을 채병덕에게 뒤집어 쒸우고 무능한 사람으로 비하합니다.
    군사고문단 설치에 관한협정 내용을 감추고 막연히 군사고문단이 조언만 했다고 합니다.
    군사전문가도 무기와 탄약의 관리를 고문관이 직접 했음을 수치로 인용하면서 말입니다.
    6.25전쟁중 다급한 국군은 눈치게임으로 고문관을 이겼죠 ?

    1950년 7월 14일 맥아더가 한국군의 지휘통제권을 인수했다는 것도 거짓입니다.
    맥아더가 이승만 대통령이 자기에게 지휘권을 의뢰하는 편지를 받았으니 이를 수락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즉 한국은 발표가 없었고 지휘통제권을 넘길수도 없습니다.
    협정에 따라 국군의 지휘통제권이 국무장관에 있는 상태에서 이승만 대통령도 권한이 없습니다.

    평시작전통제권 전환시 미 국무부가 발표한 내용이 있습니다.
    "미군이 작전통제권을 받은 사실이 없어 돌려줄 필요도 없다"

    작전통제권은 미군이 아닌 미 국무부에 있었고 1960년 10월 21일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작전통제권이 미군에 넘어간 사실이 없으나 앞뒤가 맞지않는 현실에 미국도 부담이 될것입니다.
    미국도 작전통제권을 빨리 넘겨서 과거의 이상한 일에서 벗어나고 싶을것입니다.

미군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이번 연평도에 대한 북한군의 무자비한 포격 도발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조지워싱턴함은 왜 다시 등장했나


                               
<미 해군 7함대 소속 조지워싱턴의 함재기가 작전을 마치고 항모로 귀환하고 있다>
 

28일부터는 미 항모 조지워싱턴함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항모강습단이 한국군과 함께 연합군사훈련을 벌입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조지워싱턴함은 FA-18 호넷 등 전투기 80여대를 비롯, 조기경보가 5~6대,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등을 보유하고 있어 가공할만한 화력을 적에게 퍼부을 수 있습니다.

중국 국방대 교수인 장자오중(張召忠) 해군 소장이 지난 26일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의 전문가 지상 토론에서 “북한군이 이번 훈련에 대해 반응을 보이면 한·미 양국 군은 북한 목표물을 공격하고 작전을 완수하는 데 20분이면 된다”고 밝혔을 정도입니다. 조지워싱턴함을 염두에 둔 발언이지요.

그렇다면 조지워싱턴함은 왜 한반도 해역으로 긴급하게 왔을까요. 한·미 군당국은 원래 예정된 훈련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당초 조지워싱턴함은 중국의 반발 때문에 이번에 올 예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군의 연평 도발이 발생하자 오게 된 것이지요.

개인적으로 조지워싱턴함의 한반도 전개에서는 두가지 시그널을 읽을 수 있다고 봅니다. 첫째가 북한에 대해 추가 도발을 하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둘째는 한국군의 보복 공격을 자제시키는 효과입니다.(물론 북한에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도록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경우 한국군은 격한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F-15K의 북한군 해안포 기지 등에 대한 폭격까지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한반도는 격랑에 휘말리게 됩니다. 경제적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으로서도 크게 부담스러운 상황이지요.

조지워싱턴함이 등장하면서 이럴 가능성은 매우 약해집니다. 북한으로선 추가 도발이 자칫 자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한국군도 미 핵 항모까지 한반도에 온 상황에서 독자적인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미 항모가 자신의 기지로 복귀하면 북한군은 언제 또 도발할 지 모릅니다. 그것은 이번 연평 도발이 벌써 증명했습니다.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지난 7월 미국은 '다시는 도발할 엄두를 내지 말라"는 강력한 대북 경고 차원에서 조지워싱턴함 항모강습단을 한반도 해역으로 보내 한국 해군과 함께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이후 돌아온 것은 불과 4개월도 채 안된 시점에서 연평도에 대한 북한군 방사포와 해안포의 무자비한 포격이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그랬습니다.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이전에도 그랬고 그 이후에도 그랬습니다. 마치 '다람쥐 채바퀴 돌 듯' 북한이 도발하면 미 항모가 한반도에 나타났고, 돌아가면 다시 도발이 일어났습니다. 그렇다고 미 항모를 '다람쥐'로, 한반도 해역을 '채바퀴'로 비유하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죠..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은 왜 연평도를 방문했나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겸 연합사령관이 연평도를 방문, 현지 지휘관들과 악수하고 있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 사령관(미 육군대장)은 지난 26일 연평도를 방문, 한국군 지휘관들로부터 피폭 당시의 상황을 청취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군사령부의 보도자료 내용을 한번 살펴 볼까요.

“유엔군 사령관은 오늘 연평도를 방문하여 군 지휘관들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고 정전협정을 위반한 북한군의 기습적인 공격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지역을 둘러봤다. 유엔군 사령부는 정전협정의 이행 여부를 감독할 책임이 있다.”

눈치 빠르신 분은 벌써 알아채셨겠지만 샤프 미 육군 대장은 한·미연합사령관의 자격이 아닌 유엔군 사령관 자격으로 연평도를 방문했습니다. 주한미군도 이같은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걸까요. 간단합니다. 샤프 사령관은 한·미연합군 사령관의 신분으로 “북한을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러 연평도에 간 것이 아닙니다. 그는 한반도 정전상황을 관리하는 유엔군 사령관 자격으로 이번 연평 도발로 인한 한반도에서의 확전을 막기 위해 현지 상황을 청취하러 간 것입니다.

한마디로 미국은 북한군의 추가도발도 막고, 우리 군의 보복 응징 시도도 저지하겠다는 겁니다.

 
#왜 한국군은 당해도 백배 천배 보복이 불가능한가

  
<호국훈련에 참가한 병력이 신속한 이동을 위해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청와대는 김태영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김관진 전 합참의장을 신임 장관으로 내정했습니다. 여기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는 말을 했느냐의 진위 논란에 김태영 장관이 휩쓸린 탓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첫째, 북방한계선(NLL)을 지켜라. 둘째, 먼저 발포하지 말라. 셋째, 상대가 발사하면 교전규칙을 준수해 격퇴하라, 넷째, 전쟁으로 확대되도록 하지 말라”는 4대 지침을 군에 내렸다고 해서 보수 우익의 강력한 비난에 임기 내내 시달렸습니다.

당시 예비역 장성들도 “NLL을 지키라고 해놓고 확전시키지 말라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지시이고, 현장의 군 지휘관들을 무력하게 하는 지시”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실 제가 봐도 우리 군에 적용되고 있는 교전규칙은 우리의 전·평시 작전의 여러 분야에서 작전 행동의 기준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군의 작전 행동에 많은 제약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4대 지침 내용은 바로 유엔군사령부가 만든 ‘정전시 교전규칙’(AROE)의 원칙이었습니다. 즉 김 전 대통령은 교전규칙을 요약해서 다시 한번 군에 주지시킨 것 뿐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이준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한 발언에서도 확인이 됩니다.

“합참의 작전예규는 유엔사에 작성된 정전 시 교전규칙이 개념적으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예하부대가 적용할 작전지침을 구체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합참에서 작성하는 문서입니다.
1997년도에 작성된 작전예규에 1999년 연평해전 중에 하달된 (김대중) 대통령님의 지침과 유사한 내용이 기술된 이유는 연평해전 당시 정전 시 교전규칙과 합참 예규의 기본개념을 대통령님이 요약하여 강조하였기 때문에 유사할 뿐이며 정전 시 교전규칙과 합참 작전예규는 햇볕정책이나 대통령님의 지침 때문에 추가되거나 수정된 것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2002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준 국방장관이 답변한 속기록 내용)

 
그러니까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지, 안했던지에 관계없이 ‘확전 방지’ 발언도 바로 교전규칙의 원칙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대통령이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군에 교전규칙을 준수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발언입니다.



 
자 이제 문제의 교전규칙을 살펴볼까요.

한국군의 무력사용에 관한 행정명령인 교전규칙은 한국군이 만든게 아닙니다. 정전교전규칙(AROE)은 ‘유엔사·연합사규정 525-4’로 정해져 있고, 전시교전규칙(WROE)은 ‘연합사 작계 5027’ 부록에 수록돼 있습니다. 두가지 모두 2급 비밀입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한국군은 자체적인 교전규칙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미군이 주관해 만든 교전규칙을 실천하기 위한 합참 작전예규를 만들어 운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교전규칙의 개정 권한도 없습니다. 그 권한이 한·미연합권한위임사항(CODA) 합의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유엔사·연합사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국군이 교전규칙을 개정하려면 한·미연합사의 예하 구성군으로써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는 한·미연합사령관을 겸임하고 있는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개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샤프 사령관은 교전규칙의 개정 협의 요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과연 우리 군이 원하는 수준으로까지 고쳐줄 지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자칫하면 정전교전규칙을 만든 목적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전교전규칙의 목적은 ‘정전협정을 유지하고 북한의 침략을 저지하는 임무를 지원하기 위함에 있다’돼 있습니다. ‘정전협정의 유지’라는 뜻은 한마디로 ‘확전 방지의 원칙’과도 통하는 것입니다.
(군내 강경파였던 이상희 전 국방장관이 합참 작전본부장 시절인 2002년 7월 2일에 했던 “유엔사 교전규칙은 확전을 방지해 정전 상태를 유지하는 게 주목적”이라고 한 발언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평도 도발과 주한미군

그렇다면 주한미군이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북한의 침략을 저지하는 매우 훌륭한 군사 파트너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한국군의 행동을 제약하는 ‘제어자’ 역할도 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동맹군 사령관이기도 하지만 정전상황을 관리하는 막중한 책무를 맡고 있는 유엔군사령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 군은 88올림픽 직전 군사적 목적과 함께 북한의 올림픽 방해 책동에 대한 으름장도 될 겸 해서 백령도에 평양을 타킷으로 한 지대지 미사일 기지를 배치하는 계획을 포함해 서해 5도를 공격 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을 세운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방어용 무기가 아닌 공격용 무기의 배치는 동의할 수 없다”는 미측의 반대에 부딛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지금도 일각에서는 “서해5도를 요새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해 5도에 세계 최고 장비를 갖추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세계 최고의 방어무기는 몰라도 미사일과 같은 공격무기 배치 시도가 될 경우 미측은 강력 저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연 중국과 미국은 한반도 전면전을 막는 방패인가

 

군의 장성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상당수가 “한반도에서 국지전은 가능하지만 전면전 발생은 힘들다”고 말들 합니다.

그 이유로는 미국과 중국의 존재를 듭니다. 먼저 강력한 한·미동맹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자멸할 수 있는 전면 전쟁을 일으킬 수 없다는 겁니다.

사실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시뮬레이션 상에도 남한 역시 많은 피해가 있겠지만 결국에는 한·미연합군에 의해 북한군이 괴멸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러니 김정일과 같은 독재자가 ‘자살 행위’를 할 리가 없다는거죠.

또 중국이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안정에 걸림돌이 되는 한반도의 전쟁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거죠.

그래서 일부 장군들은 국지전 정도는 감수하고 북한에 대해 강력한 군사적 응징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미국입니다. 미국이 ‘만의 하나’라도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국지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거죠.

과거에도 미국은 “힘센 너희들이 조금 더 참아라”는 식으로 한국군을 달래 왔습니다.(참고로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연평도에서 북한군에 대한 강력한 응징 발언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면 그것은 오산이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미군은 그의 자격이 한·미연합군사령관이 아닌 유엔군사령관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북한군입니다. 북한군이 아무리 남한을 때려도 적당히 치고 빠지기만 하면 오히려 미군이 한국군의 보복을 막아줄 것을 말입니다. 한마디로 역설적인 얘기입니다.

오히려 북한군이 두려워하는 것은 미군의 기습 공격입니다.(이미 미국은 1994년 북한 핵위기 때 한국 정부의 의지와 관계없이 북한 영변 핵시설을 폭격하려 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남북간 충돌 보다는 미국의 의지가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현 시점에서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의 역할은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한국군을 도와 북한군을 응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그의 역할은 유엔군사령관으로서 한반도 정전상황을 관리, 이번 사태가 확전으로 가는 것을 막는데 있습니다.
(우리 군은 말로만 떠들 수 있을 뿐, 북한군에 대해 보복은 힘들수밖에 없겠지요. 과거 사례도 이를 증명합니다. 해군참모총장이 “적이 우리의 손 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적의 손목을 자르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이후 천안함 침몰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만약 한국군이 자체적인 교전규칙과 온전한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다면 어땠을까요.(지금은 비록 평시작전통제권이 우리군에 있다고는 해도 위에서 언급한 CODA로 인해 완전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군은 오히려 우리 군의 몇배, 몇십배 보복을 우려해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집니다.

오늘은 얘기가 주절주절 길어졌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하나 있습니다. 우리도 우리군의 교전규칙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권국가로써 당연히 자국군의 교전규칙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군이 도발에 대해 충분히 보복할 수 있지만 더 큰 평화를 위해 적당한 선에서 응징하는 것과 남이 만들어놓은 교전규칙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멈출 수밖에 없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런 면에서 미국 정부가 아닌 우리 정부의 국방정책에 부합하고 전쟁을 억제하며, 위기를 관리할 수 있고, 부여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국군 기본 교전규칙을 제정하여야 합니다.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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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버들잎 2010.11.27 2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21사태 때에도 아웅산 사태떄에도 또 칼기 사태떄에도 한국 군부내 강경파들이 대한민국의 국민과 국가원수의 위협에 대해 보복을 해야한다는 강경주장이 일었지요,물론 미국의 반대로 계획단계나 실행단계에서 매번 포기해야했지만요.벌초계획이라는 대 북한 북진계획이 있었습니다., 아웅산 사건이 터지자 군내 강경인사들이 보복을 해야한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재가하에 미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작전계획을 일일히 필기로 작성했다고 하던데...ㅎㅎ

  2. 공서실 2010.11.28 08: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투병 중에도 이렇게 옥고를 쓰시네요. 독자들에게 좋은 시사점을 제공해 주는 아티클입니다.

    • 장강 2010.11.28 1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죽하면 머리는 통증으로 짜릿짜릿 감전된 것처럼 아픈데도 글을 썼겠습니까. 우리 언론도 그렇고 국민들도 그렇고 달은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보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더군요.

  3. 가을하늘 2010.11.29 1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론 항모강습단이 NLL까지 근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넘들이 어디까지 과격해지는지...
    그리고 생각나는 것 하나...
    의원 중 반대 1표?! 글쎄요. 지 자식 다리가 잘려 비명을 지르며 전사했어도 과연 그럴까요?

  4. Favicon of http://www.ttalgi21.com BlogIcon 딸기 2010.11.29 18: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배, 연일 고생이 많으심다.
    그나저나, 그 수상한 이멜은 해결 되셨나요?

    • 장강 2010.11.30 1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이멜은 아직까지 잘 모르겠네. 그나저나 기사쓰랴, 블로그 쓰랴 머리 깨지네. 게다가 머리와 얼굴 부분에 온 대상포진은 증세가 나은 듯 하다가 이번 포격전 이전부터 더 나빠지는 것 같더니 이제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감전 증세가 오네. 눈도 아프고.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