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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05 국방부 시계 (17)


시계는 19세기만 해도 귀족 등 특수층만 가질 수 있는 귀한 물건이었다. 그러던 시계가 이제는 지천으로 널려 있다. 길거리 좌판에서 파는 몇천 원짜리에서부터 수억 원에 이르는 최고급 시계에 이르기까지.

이처럼 흔한 시계를 볼 수 없는 곳이 있다.
고급 카지노에는 시계가 없다.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것’을 모르도록 하자는 의도다. 재미있는 일에 몰두하면 사람은 시간가는 줄 모른다. 반대로 힘들거나 지루한 상황이 닥치면 시계를 자주 보게 된다. 일종의 상대성 원리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시계가 있다. 특히나 젊은이들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로 유명했던 그 ‘국방부 시계’다. 어떤 순진한 병사는 국방부 시계는 특수해서 거꾸로 매달려 움직이는 것으로 알았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도 있다.

국방부 시계는 군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은 흘러가고 언젠가는 제대할 때가 온다는 의미로 병사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하나의 ‘상징’이었을 게다. 나중에야 추억으로 남는다고 하지만 끝없는 긴장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신병들은 ‘국방부 시계 바늘’ 돌아가는 소리를 마음속으로 들으며 위안을 삼았다.

국방부를 출입하면서 ‘국방부 시계’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상징적인 시계가 있는지 찾아본 적이 있다. 과거 군생활의 추억을 떠올리며 진짜로 국방부 시계가 있는지를 물어보는 주변 사람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다.

섭섭하게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국방장관 접견실 시계가 그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나마 요즘의 신세대 병사들에게는 국방부 시계란 말 자체가 생소한 단어다. 이미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대신 분초를 다투는 정보화 사회의 물결이 군대에도 밀어닥쳤다.
힘든 병영생활 속에서 국방부 시계를 머릿속에 그리며 시간만 빨리 가기를 기다리던 시대에서 시간을 쪼개가면서 쓰기 바쁜 시대로 점차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요즘 군대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선 훈련 지휘관으로부터 화상 보고를 받고 있다>

 
지휘관들도 마찬가지다. 사단장을 하면서 관할 지역 명소 한번 가지 못하고 이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사단장의 관할 초소 순시 횟수도 늘어났고 업무량 자체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나 여유있는 시간을 빼내기가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툭하면 열리는 원거리 화상회의가 자리를 비우지 못하게 하는 주범(?)이 아닌가 싶다. 화상회의 시간에 급하게 맞추다 보면 야전 지휘관들이 화면에 나오는 상체 부분에만 군복을 걸치는 웃지 못할 경우도 가끔 있다는 전언)

또 군도 인터넷 세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지휘관의 잘못은 과거에 비해 너무도 빠르게 전파된다.

2000년대 초반 ‘선풍기 장군’이란 별명을 얻고 징계를 받은 사단장이 있었다. 사연인즉 테니스를 너무도 사랑(?)한 사단장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병사들에게 테니스 코트를 뽀송뽀송하게 말리라고 무리한 요구를 한 때문이었다.

테니스장 말리기에 동원된 병사들은 급기야 선풍기 바람까지 동원하기도 했다. 결국 열받은 병사 한 명이 전역하자마자 PC방에서 군을 비롯한 관계기관 등의 홈페이지에 이를 고발하는 글을 올렸고, 해당 사단장은 징계를 받았다.

해군에서도 인터넷 고발로 이제는 ‘추억의 샷’이 돼버린 관행이 있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먼 바다에 나가는 함정의 함상에서는 장거리 항해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함장이 티 위에 골프공을 올려 놓고 바다를 향해 ‘나이스 샷’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주로 원양 항해를 나갈 때 헌 골프공을 가져 갔고, 물론 일부 함정의 경우였다. 또 바다에서는 골프공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소위 ‘가라 스윙’을 많이 했다나)



<1990년까지 활동하다 퇴역한 구소련의 골프급 잠수함. 본 사진은 글의 내용과 전혀 관계 없음>




이 역시 ‘함상 골프’가 아니꼬웠던 수병이 인터넷으로 고발, 즉각 ‘엄금 조치’가 내려졌다. 저녁 노을과 함께 수평선으로 떨어지는 태양을 향해 드라이버 샷을 날리던 마도로스의 로망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물에 빠지면 분해되는 친환경 골프공도 있다던데···. 이런 말 하는 것도 비난받을 지 모르겠다)

아무튼 ‘시(時)테크’ 개념이 없으면 적응하기 힘들어지고 있는 곳이 요즘의 군대다. (육군 제2작전사령부에서는 간부들이 자신의 하루 업무 계획표까지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왠지 모를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고 각박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과거가 그리워서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

국방부 시계는 지금 몇 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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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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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ttalgi21.com BlogIcon 딸기 2010.11.05 1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착!
    오호호... 요즘 박선배 글에 1착으로 댓글달기 힘들던데... ㅎㅎㅎ

  2. 나리킴 2010.11.05 12: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소련의 골프급 잠수함. 본 사진은 글의 내용과 전혀 관계없음.'ㅋㅋㅋㅋㅋㅋ

  3. 추추트레인 2010.11.05 16: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방부 시간은?
    서울(시) 여러(분)^^
    모두 얼려버릴꺼야...

  4. 손동우 2010.11.05 16: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푸하하하, 함상 골프 재미있네요. 그런데 제가 아닌 어떤 해군 장성은 영관급 함장 시절 작전을 나가면 함정의 뱃머리에 군용담요를 매달고 놓고 연습을 했답니다. 골프공이 담요에 맞지 않으면 전부 바다로 날아가버리니 공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정교한 타법이 필요했다나요. 그 덕분인지 이 함장은 거의 프로급 골퍼가 됐다고 합니다.

    • 장강 2010.11.05 2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습니다. 육해공군 중 해군 골프가 정확도가 가장 높다고 하데요. 그런데 나중 지구전으로 가면 육군이 우세하다나요. 실제로 그런것도 같아요.(선입견 같기도 하지만~)

  5. 김독자 2010.11.05 17: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높은 업무 효율성은 발휘할 수 있으면서도, 인간미가 살아있는...가끔은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그런 군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6. 황보경 2010.11.05 2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강님의 잡학적인 '박람강기'가 점점 빛을 발하는 글들이 재미있네요.
    어떤 중견작가가 자기가 이렇게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던데,
    늦게 데뷔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무궁무진한 소재로 글을 씁디다. 장강님도
    이런 추세대로라면 막강 블러거, 베스트셀러 작가로 변신할 것도 같다는
    예감과 함께 앞으로 좀 더 막역하게 지내야 할 것 같다는 영악한 계산이ㅋㅋ

    대학 동기 중에 모 사관학교에서 방위를 했던 친구가 해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별 달기가 난망하여 전역을 준비 중이던 상관이 있었답니다. 이 상사가 사회에 나가서 사업을
    하려면 골프를 잘 쳐야 한다는 상식을 갖추기 위해 골프 연습에 매진했답니다.
    그런데 알뜰살뜰한 상관은 자신이 날린 볼들을 모두 회수하도록 하는 만행(?)을 부렸답니다.
    하루 죙일 연습하는 볼을 모두 주으러 다니는 노동을 하면, 저녁때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고, 하늘이 노랗게 보였답니다. 그러니 공을 주은 사람들이
    얼마나 속으로 욕을 많이 했겠습니까?! 자고로 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는데,
    장수는 할 망정 사업이 여의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뭐든지 즐기되 빠지지는 말라고 했는데...서서 하는 놀이 가운데 제일 재밌는 것은
    골프, 앉아서 하는 최고의 놀음은 마작이라고 합디다. (골프 하면 박세리의 부친이 생각나는데
    요즘 이 분은 뭘 하고 계시나요? 이제는 바짓바람을 일으킬 기력도 떨어졌겠고, 딸도 아버지의
    코치를 받을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 장강 2010.11.05 2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친구분 얘기도 그야말로 흘러간 전설이 됐을겁니다. 인터넷 시대인 요즘은 상상도 못할 일이죠. 아뭏든 모처럼 글 남기셨네요. 나중에 번역 한번 부탁할까요. 번역료+한턱 크게 낼께요. ㅋㅋㅋ

  7. 이석종 2010.11.08 11: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함상골프....그거이 참....언젠가 한번 해보리라 마음먹었건만...아쉽습니다...
    그건 그렇고 국방부 1층로비 아니면 입구에 대형시계나 시계탑 하나 놓는 건 어떠세요...

  8. 모독자 2010.12.16 06: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혹시 그'선풍기 장군' X산 지역 장군 아니었나요?
    인근 사단에서 제가 있던 상급부대로 전출오신 영감이었는데 성미가 참 대단한 다혈질인 분이었죠. 너무나 비슷한 상황을 제가 경험했습니다. 그렇다고 PC방에 간 그 병사가 전 아닙니다만 제 동료일 경우도 있어보입니다. 선풍기 대신 신문지, 폐 매트리스, '토치'를 사용해 본 적이 있거든요.
    비가 그치자마자 5분내로 보좌관 전화에 비 날씨 예보 땐 코트 1면을 방수포와 블럭,폐타이어를 이용해 덮게 해서 코트 1면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사실 겨울에는 땅이 얼기 때문에 공의 바운드가 죽는 이유로 테한기입니다. ) 항상 어떠한 날씨도발에도 1번 코트는 사수했습니다. 그 장군은 추운 겨울 날씨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목 뒷덜미에 고드름 달고 테니스하던 '고드름 장군'이었습니다. 배장군님 사모님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십시오.

    • 장강 2010.12.17 1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분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말씀을 듣고 보니 유사한 행동을 한 분이 꽤 있었나 보네요. 하긴 선물하려고 했던 죽방 멸치 보관 잘못했다고 병사를 패 '멸치 장군'으로 불린 장군도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