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 2020'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0.01.10 국방개혁과 병사 한 명의 가치
  2. 2017.07.10 심일 소령과 국방개혁 2.0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바야흐로 ‘버전 업’ 시대다. 운동화까지 ‘2.0’이니 ‘3.0’이니 하면서 버전 업이 됐음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있다. 국방개혁도 ‘버전 업’을 했다. 참여정부 ‘국방개혁 2020’은 군 구조·전력체계 및 3군 균형발전, 병영문화 발전, 문민화 등을 목표로 한 청사진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을 선언했다. 국방개혁 2020을 기반으로 진화 발전시킨 ‘국방개혁 2.0’을 국민에게 내놓은 것이다.  


이는 군 지휘구조 및 개편, 방산비리 척결, 상비병력 감축, 병사 복무기간 단축, 무기체계 개편,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이 국방개혁 2020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개혁이라고 공언했다. 현 정부 임기 내 완결을 목표로 하는 진화적 개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상비병력을 줄이면서 병사 복무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은 전체 전력지수 강화 측면에서 보면 모순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경제활동 인구 증가 등 국가 경쟁력 강화의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병력 자원 문제는 국방력 강화를 위한 국방개혁 2.0의 핵심으로 다뤄야 한다.


미국 남북전쟁 중이던 1862년 9월17일에 시작된 북부연방과 남부동맹의 앤티텀 전투는 양쪽 모두 약 2만3000명의 전사상자 및 행방불명자가 발생해 미국 역사상 단일 전투로는 가장 많은 피를 흘렸다. 이는 남군이 나폴레옹이 구사했던 결정적 순간에 적을 여러 방향에서 타격을 하는 ‘분진합격(分進合擊)’ 기동에 집착한 결과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기병대가 독일 기갑부대와 맞서다 전멸하는 모습은 시대가 바뀌었음을 알려주는 비극적인 장면이었다. 윙드 후사르(Winged Hussar)로 알려진 폴란드 기병부대는 최고 정예부대였다. 그들은 우연히 조우한 독일 기갑부대와 격전을 벌여 순식간에 100여명이 전사했다. 독일군 전차들에 포위당한 폴란드 기병대가 항복 대신 돌격을 선택한 결과였다. 현장에 있었던 이탈리아 기자는 ‘바보 같은 폴란드 기병들의 돌격’이라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6·25 전쟁은 ‘고지전’이었다. 고지 점령을 위해 이동하는 수단도 대부분 걸어서였다. 이제는 보병이 10시간 정도 걸어서 가야 하는 산악 목표도 헬기로 이동하는 공중강습 병력은 불과 10분이면 갈 수 있다. 작전지역에서는 소형전술차량이나 신형 바퀴식 장갑차로 이동하는 시대가 됐다. 한정된 인적자원으로 전술적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기동력이 필수이기에 나온 결과다.


군사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초연결 지상전투 체계가 접목된 미래 전장 환경에서는 전투 현장에 인간 병사가 나설 필요가 없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지금도 정찰 정보 획득은 육안이나 쌍안경 수준에서 무인정찰 차량, 드론과 무인기, 중·고고도정찰기 등 각종 정찰자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 참모는 적군의 규모와 위험가중치, 아군의 현재 상황 등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최적의 전투방안을 지휘관에게 보고하는 시대가 예견되고 있다. 정보 수집과 분석, 판단, 결정 등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과거 수십시간에서 이제는 수분이면 끝나게 된다. 거의 실시간 상황 파악과 대응이 이뤄지게 된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과거처럼 전쟁을 하면 병사들의 피로 대가를 치른다. 현대전에서도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과거 전사를 답습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장군들이 새로운 전장 환경에 적응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병사들의 몫이다.


이제 군에서 가장 비싸고 소중한 자원은 사람이다. 오늘날 군대는 인해전술처럼 ‘사람을 가장 싼 자원’으로 투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미군의 예를 보면 20대 병사가 부상할 경우 국가가 부담하는 평생 치료비가 680만달러라고 한다. 해마다 들어가는 13만6000달러의 치료비를 50년 동안 더한 결과다. 여기에 다치지 않고 정상적으로 사회에 진출해서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기회비용까지 ‘+α’로 더하면 병사 한 명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부상 병사 개인이 느끼는 상실감과 주변의 아픔은 측량하기 힘든 부분이다. 결국 병사들의 생존성을 높이는 개인 방호 장비와 견마로봇, 드론 등이 비싼 것처럼 보이지만 전장에서의 인명 손실에 따른 손익계산과 견주어 보면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군이나 한국군이나 병사의 ‘몸값’은 갈수록 뛰고 있다. 사상자 발생은 국가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되는 시대다. 게다가 한국군은 병력자원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장병 1인이 지켜야 할 국민의 수도 올해 106명에서 2022년이면 134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자녀 가정도 ‘1차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드는 2년 후면 전체 가구의 6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누군가의 아들딸들이 군에서 다치거나 사망하면 그 후유증은 과거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국방개혁 2.0’이 인력동원 중심 군대에서 기계화·기동화, 나아가서 첨단지능형으로 나아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중국군도 400만명에서 최근 상비병력 200만명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병력 줄이기가 대세다. 그러나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안보환경을 보면 아직까지는 인구 대비 대규모 병력 유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올해 국방예산이 50조원을 넘어서는 등 세계 10위권의 국방 예산이라고 하더라도 병력 전부를 첨단 전력으로 유지하는 건 불가능한 탓이다. 게다가 첨단 전력 무장 또한 약점이 있다.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첨단전력을 만나면 손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방개혁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사람이 비싼 자원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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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국방개혁도 ‘버전 업’ 시대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 ‘국방개혁 2020’을 기반으로 발전시킨 ‘국방개혁 2.0’을 선언했다. 국방개혁 2020을 ‘국방개혁 1.0’으로 간주하고, 이를 기반으로 진화 발전시킨 ‘국방개혁 2.0’ 버전을 국민들에게 내놓은 것이다.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2020이 실패한 것에 대해 흔히들 정권이 바뀌면서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을 주된 이유로 든다. 그러나 속을 내밀히 들여다보면 국방개혁이 왜 필요한지 군 구성원들 스스로 공감하는 데 실패한 탓이 컸다. 보수적인 군 수뇌부가 진보 정권이 시키니까 마지못해 한다는 식이었다. 군 구조의 하드웨어적인 개혁을 하면서 군인 정신의 소프트웨어 파워가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다. 국방개혁 2020의 좌절은 시스템과 정신 변화가 함께 어우러져야 국방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국방개혁 2020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군은 지극히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적 집단이다. 그만큼 잘못된 과거를 고치는 데 인색하다. 한국 군부가 창군 당시 친일세력과 군사 쿠데타·독재 시절의 유산을 지금도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군 원로들이 국군의날(10월1일)을 광복군 창설일(9월17일)로 바꾸자는 얘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하나의 사례다.

 

국방부는 지난 4월25일 ‘가짜 신화’ 논란을 빚은 심일 소령(1923~1951년)의 북한군 자주포 파괴 전공을 기정사실화하는 발표를 했다. 이를 놓고 심일 소령 논란이 군 역사 바로잡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국방부가 새 정부 출범 전에 ‘알박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최호근 고려대 사학과 교수는 “심일 소령 신화는 지금까지 나온 증거만으로도 사실이라고 결론내는 것은 무리”라며 “심일 소령의 공적 진위 문제는 군의 울타리를 넘어버렸다”고 말했다. 군 정훈교육이 아니라 국민교육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전면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당초 심일 소령 논란은 조선일보가 지난해 이대용 전 베트남공사(예비역 육군 준장)의 발언을 인용해 “심일 소령이 6·25전쟁 개전 당시 실제로는 대전차포 1문을 적에게 넘겨주고 도망갔다”고 보도했고, 군 안팎에서 ‘가짜 영웅’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국방부는 ‘심일 소령의 전과가 사실’이라는 산하기관인 군사편찬연구소 보고서를 발표할 것을 육군에 지시했다. 심일 소령이 육군임을 감안한 조치였다. 그러나 지시를 받은 한설 육군 군사연구소장(육군 준장)은 즉각 이를 거부하고 40일 동안 자체적으로 확인 조사를 실시한 후 심일 소령의 공적이 허위라고 국방부에 보고했다. 역사학 박사인 한 소장은 “역사학자로서 양심을 거스르면서까지 국방부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기관과 육군 기관이 맞서는 형국이 되자 당황한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심일 소령 공적확인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이 위원회는 편파적 행태로 계속 구설에 올랐다. 지난 1월에는 일방적인 발표회 형식의 ‘무늬’만 공청회를 열어 군 안팎의 비난을 자초했다.

 

심일 소령의 공적 논란은 1981년에도 있었다. 당시 박경석 육군본부 인사참모차장(준장)은 진상조사 책임자로 조사를 벌여 사실이 아님을 밝혀낸 후 심일 소령의 태극무공훈장 삭탈을 건의했지만 전두환 군사정권 출범으로 후속 조치는 흐지부지됐다. 이와 관련해 공적확인위원회는 관련 서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경석 장군을 면담조차 하지 않았다.

 

그나마 공적확인위원회는 6·25전쟁 당시 심일 소령과 함께 맨주먹으로 적 전차를 물리쳤다는 전쟁 영웅들인 김기만 중사 등 ‘육탄 5용사’는 “사실을 과장·미화한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사실이 아님을 마지못해 인정했다. 이전부터 육탄 5용사는 1970년대 이후 박정희 정권이 미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군 안팎에서는 1949년 개성 송악산 전투의 ‘육탄 10용사’와 베트남전 앙케패스 전투의 태극무공훈장 조작 의혹 등 ‘가짜 영웅’ 논란이 수십년 지난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군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보수 정권과 군 고위층이 책임 회피를 위한 ‘군 영웅’ 만들기를 남발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육군은 최근 국방부의 강행 지시에도 불구하고 심일상 수여 재개 논의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새 정부 출범 후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진상조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심일 소령의 군인 정신을 기린다며 ‘심일상’을 제정한 뒤 육사 우수 생도 3명과 탁월한 통솔력을 발휘한 전방 근무 중대장 14명에게 이 상을 수여했다. 하지만 육사 심일상의 경우 제정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회의가 한번도 열리지 않는 등 밀실에서 이뤄진 사실이 확인돼 누가 일방적으로 만들었는지도 진상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다.

 

육군은 앞서 부사관 영웅실에서 ‘육탄 10용사’를 제외했다. 육군은 영웅실에 6·25전쟁 이후 부사관들만 포함시켰다는 이유를 대지만, 육탄 10용사의 핵심들이 전사한 게 아니라 북한군에 귀순한 사실이 드러나 가짜 논란에 휘말려 있음을 의식한 조치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군의 가짜 영웅 대부분은 일본 군국주의를 모방한 과거 친일 군부의 작품이다. 일본 군국주의 선동의 도구가 한국군으로 건너와서 호국 영웅의 아이콘으로 포장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일본조차 이미 ‘(관동군) 육탄 3용사’와 같은 군국주의 가짜 영웅 지정을 반성하고 있지만, 한국군 고위층 대부분은 “사실 (가짜 영웅의) 공적을 인정하면 편하고, 뒤집기는 어렵다”는 말로 논란을 피하려 하고 있다.

 

최 교수는 “귤상자에서 귤 하나가 썩으면 전부의 상품성이 바닥난다”고 지적했다. 가짜 영웅이 진짜 전쟁 영웅의 가치까지 훼손시킨다는 의미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은 군 역사 바로 세우기를 가미한 ‘2.5’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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