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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이야기

월말이면 한·일 상공 넘나드는 ‘불청객’…1석3조 노리는 중 군용기

한국방공식별구역 ‘카디즈’ 무단 진입…사상 처음 울릉도·독도 사이 비행
중국기 뜰 때마다 동해에선 한·일 전투기 맞대응 출격, 공중에서의 긴장 고조
안보패권 과시와 한·미·일 전력 관찰, 신호정보 수집  등 다목적 노림수 분석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무단으로 침범하는 횟수가 급증하고, 진입 구역도 독도·울릉도·강릉 앞바다까지 더 깊숙해지고 있다. 사진은 2015년 중국 국방당국이 공개한 ‘신형 폭격기’. 중국군망 캡처 _ 연합뉴스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무단 진입이 점입가경이다. 횟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범위는 깊어지고 있다.

 

중국 Y-9 정찰기는 지난 23일 카디즈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자디즈)을 넘나들었다. 이번에는 사상 처음으로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가기까지 했다.

 

■ ‘무단 진입’ 2년 만에 2.8배↑

 

울릉도 일대까지 침범하는 중국 군용기의 장거리 비행은 2017년 말부터였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항공기의 무단 진입은 주로 이어도 인근 지역과 서해에 한정됐다. 그러나 이제는 대한해협을 거쳐 강릉 앞바다까지 접근해 한국을 직접 압박하는 장거리 무단 진입 비행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지난해 중국 군용기는 8차례 카디즈를 무단 진입했다. 모두 이번처럼 월말에 들어왔다. 가까운 날짜순으로 보면 작년 12월27일, 11월26일, 10월29일, 8월29일, 7월27일, 4월28일, 2월27일, 1월29일 등이다. 그러다 보니 합참은 월말만 되면 카디즈를 예의주시하다가 중국 군용기가 무단 진입하면 전투기 대응출격을 지시하는 게 월례 행사처럼 돼 버렸다.

 

중국 군용기는 통상 한 번 비행에 카디즈를 2~3회 드나들고 있다. ‘제주도와 이어도 주변~포항과 강릉 동쪽~울릉도 주변 북상’ 후 다시 왔던 경로를 따라 비행한 후 복귀하는 식이다.

 

중국 군용기는 카디즈와 맞닿은 자디즈를 넘나들며 월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동해쪽에서는 맞대응 출격하는 한국 전투기 10여대와 일본 전투기 10여대 등 20여대가 중국 군용기에 근접비행을 하며 경고 통신을 하는 등 공중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 진입은 동·서·남해 전 지역에 걸쳐 확대되고 횟수도 크게 늘고 있다. 합참은 25일 “2016년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 진입 횟수는 50여차례였지만 2017년엔 80차례, 작년엔 140여차례였다”고 밝혔다. 2년 만에 2.8배로 늘어났다.

제주와 이어도 주변은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공역이다. 이에 따라 중국 군용기가 이곳을 진입하더라도 한국 공군은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중국 지난(濟南)군구 방공센터 핫라인 등을 통해 적절한 교신이 이뤄지면 전투기의 대응출격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해지역 카디즈는 한국의 고유 방공식별구역인 만큼 중국 군용기가 무단 진입할 경우 전투기의 즉각 출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 이어도 노리는 중국

 

중국은 2013년 실질적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센카쿠(尖閣) 열도와 이어도를 포함한 주변 배타적경제수역 상공을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으로 선포했다. 더불어 인근 해역에 수시로 함정과 항공기를 보내서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2016년 이후 대폭 늘어난 중국의 서해 및 카디즈 내 군사활동이 그것이다. 해군은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유엔 해양법을 무시하고 이어도 문제를 영토분쟁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 전조가 이제는 정례화된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이라는 것이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영공 외곽 공해 상공에 설정된 구역이다.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한 임의선인 것이다. 항공기 속도가 워낙 빨라 적 항공기가 영공에 들어온 뒤 대응하는 것은 늦기 때문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다.

 

방공식별구역을 운영하는 국가는 28개국 정도로, 국제법상에 명확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는 관할국의 사전 허가를 받는 게 관례다. 무단 진입한 항공기가 안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대응 출격해 정체를 확인하고, 방공식별구역을 벗어날 때까지 퇴거를 유도하고 감시한다는 의미의 ‘요격’도 가능하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처음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한국은 한국전쟁 기간이던 1951년 미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카디즈를 설정했다. 당시에는 중공군 항공작전 능력을 고려해 독도와 울릉도 일대, 마라도 남방까지만 포함했고 이어도는 제외했다.

 

러시아는 2017년 10여차례, 2018년 10여차례, 올해 1차례 무단 진입했다. 러시아는 방공식별구역 개념 자체가 없어 사전 통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국이 카디즈를 이어도까지 확장한 것은 2013년 12월이었다. 1969년 일본이 자디즈를 설정할 때 이어도 주변 수역까지 포함한 데 이어 2013년 11월23일 중국이 이어도를 포함한 중국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데 대응해 이어도 남쪽 236㎞ 상공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후 이어도 상공은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민감한 공역이 됐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과 일본은 2014년 중첩된 방공식별구역을 지날 때 상대국에 제공하는 비행정보 교환방법과 미식별 항공기에 대한 전술조치 절차 등에 합의했다.

 

중국은 방공식별구역 진입 전 사전 통보와 관련한 합의를 하자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계속 카디즈를 침범하면서 한국 공군의 “귀측은 카디즈 통과를 허락받지 않았다. 즉시 벗어나라”는 경고 통신에 대해 “우리는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답변하는 배경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자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 ‘1타 3피’ 노리는 중국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동중국해뿐만이 아니라 태평양까지 진출을 노리는 중국군의 안보 패권전략에 따른 것이다. 중국이 정례적인 카디즈와 자디즈 무력화를 통해 한반도와 동해를 자신들의 영향권으로 굳히려는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 군용기는 중국 군함과 공동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안보 발전 태세 2018 연례 보고서’의 전략폭격기 장거리 훈련 분석 결과를 보면 중국은 태평양 서부의 미군과 동맹국 군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추구하고 있다. 2016년 8월, 2017년 1·8·12월 네 차례 동해에서 진행한 전략폭격기 ‘H(轟·훙)-6K’ 훈련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국은 카디즈와 자디즈 무단 진입 정례화를 통해 한·미·일 3국의 항공, 해상 군사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디즈와 자디즈를 무단 진입하고 있는 중국 군용기는 Y(運·윈)-8 조기경보기와 Y-9 정찰기, H-6 장거리 전략폭격기 등이다. 이 가운데 수송기를 개조한 Y-9 정찰기가 가장 빈번하게 출몰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Y-9 정찰기의 동해상 장거리 비행에 대해 신호정보(SIGINT)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더, 통신, 무기의 각종 전파 신호들을 파악해 분류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중국 정찰기가 정례 비행을 하는 것도 지속적인 정보 업데이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밖에 장거리 비행을 통해 한·미·일 군사 전력과 훈련상황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 카디즈 정례 훈련 필요

 

정부는 중국 측에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한·중 해·공군 간 직통전화 실무회의 개최와 직통망 추가 설치 등을 요청하고 있지만, 중국은 응하지 않고 있다. 예비역 공군중장 ㄱ씨는 “공군력으로 실질적인 대응을 해 중국이 스스로 협상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이어도 지역의 해상 레이더 설치와 공중급유체계와 같은 장시간·장거리 작전능력을 구축해 카디즈 전 공역에서 정례 훈련 강화를 포함한 전술조치가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카디즈와 자디즈를 넘나들며 불편한 한·일관계를 이용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 대응할 경우 중국 군용기가 도발적 행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밖에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물론 외교장관 회담,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짚어 한국 정부의 명확한 의지를 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