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년마다 반복되는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를 보면 ‘단골 메뉴’가 있다. 매년 반복되는 국회의원들의 지적에도 군이 마이동풍으로 흘려버리면서 바뀌지 않는 것들이다. 그 대표적인 게 10년 넘게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군이 미동도 하지 않는 육·해·공군 참모총장과 해병대 사령관 서울공관이다.

 

[표] 육·해·공군참모총장과 해병대 사령관 서울공관 현황

 

올해도 육·해·공군 참모총장과 해병대 사령관이 각 본부에 있는 공관과 별도로 서울에 하나씩 대규모 공관을 두고 있지만, 한 해 300일가량 아예 사용하지 않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공관은 육·해·공군 총장의 계룡대 공관 및 해병대 사령관의 발안 공관과는 별도로 서울에서도 집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조적으로 운영하는 공관이다. 육·해·공군 본부가 계룡대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총장 공관이 만들었지만, 각군은 서울공관을 그대로 뒀다. 마찬가지로 해병대도 발안으로 사령부가 이전하면서 서울공관을 계속 유지해 공관이 2곳이 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17일 “각 군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각 군 최고 지휘관 서울공관의 평균 연면적은 828㎡로, 사병 1인당 생활실 면적(6.3㎡)보다 131배 넓다”고 밝혔다.

 

이 중 육군참모총장 서울공관은 연면적 1081㎡로, 사병 1인당 면적의 171배에 달했다. 대지면적은 8393㎡다.

 

해군참모총장 서울공관 연면적은 884㎡, 대지면적은 1만3914㎡이며 해병대 사령관 서울공관 연면적은 612㎡, 대지면적은 9772㎡이다. 공군참모총장 서울공관은 연면적 733㎡, 대지면적 6005㎡ 등이다.

 

지휘관들의 서울공관에는 평균 7.3개의 방과 6개의 욕실·화장실이 있다. 이들의 서울공관 대지를 모두 합친 면적은 서울 광화문광장의 2배가 넘는다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김 의원은 “한 명의 지휘관을 위해 이렇게 많은 방과 화장실이 왜 필요한가”라며 “지난 촛불집회에서 3.3㎡에 최다 20명이 모였다고 할 때 최다 23만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겨우 4명이 독점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각 군 최고 지휘관의 서울공관 사용일은 연평균 67일에 불과했다. 해군참모총장은 28일로, 한 해 동안 한 달도 채 서울공관을 사용하지 않았다. KTX가 생기면서 반나절이면 계룡대 공관까지 왕복도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서울공관을 이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일부 공관은 총장이나 사령관이 아닌 가족 거주용이나 자녀 통학 또는 출퇴근용으로 이용됐다. 수년 전에는 모 총장 아들이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다 공관을 지키는 헌병에게 문을 늦게 열어줬다는 이유로 폭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김 의원은 “국방개혁은 지휘관들의 특권에서 비롯되는 갑질 문화를 없애고, 일선 병사들을 동료로서 존중하는 정책을 제시하는 데서 시작한다”며 “공관병 폐지에 그치지 말고 각 군 최고 지휘관의 서울공관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영등포구 대방동에 나란히 붙어있는 해·공군 총장 공관에 아파트를 지어 관사부족에 시달리는 군인가족들의 주거난 해소에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해·공군 총장이 서울에 머무를 땐 해·공군 호텔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군총장은 국방부 안에도 사무실을 겸한 주거시설을 두고 있다. 그리고 용산구 한남동 육군총장 공관을 육·해·공군의 공동 군사외교시설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김 의원도 “이들 지휘관이 서울에 머무를 땐 각 군의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며 “서울공관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다”고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사족같지만 문제는 해병대 사령관 공관이다. 해병대 사령관 공관은 외교장관, 국방장관, 합참의장, 육군총장 등 외교·안보 수장들 공관이 한꺼번에 모여있는 용산구 한남동 부지에 함께 있다. 해병대 사령관이 3성장군임에도 불구하고 장관급 공직자들과 같은 곳에 공관을 마련해 놓고 있는 것이다.

 

이는 외교·안보 수장들 공관 부지가 당초 해병대 땅이었던 것과 무관치 않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정부는 외교·안보 수장들 공관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해병대 땅을 사실상 강제 수용했다. 이후 정부는 김태영 전 국방장관 시절 해병대 사령관 공관을 통일부 장관 공관으로 전용하려 추진했다가 해병대 예비역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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