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이 벌어진지 벌써 2년이 지났군요.

나는 천안함과 관련해 사건 초기 '국방부가 TOD 영상을 숨겼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도한 이래 합참의장의 수시간 지휘공백, 대잠작전(서풍) 실패, 천안함 화약성분의 비밀 등 많은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했습니다. 마지막 단독기사가 한글로 쓰여진 '1번 어뢰 발견'이었습니다.

 제 기사로 인해 많은 군 간부와 연구소 간부들이 조사를 받았습니다. 어떤 기사는 그 내용을 알고 있는 관계자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기에 발설자가 조사 관계자들 사이에 국방장관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천안함 조사단의 공식 발표 이후에도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여러 에피소드들을 소개할까 하다가도 자칫 불필요한 구설수나 이해관계에 따른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싫어 '천안함 코너'를 따로 만들어놓고도 글을 싣지 않았습니다. 이제 2주기도 지났으니 조금씩 소개할까 합니다.


<2010년 3월 27일 경향신문 1면>



엉터리 어뢰 설계도의 비밀

그 첫번째가 오늘 쓰려고 하는 "엉터리 어뢰 설계도의 비밀'입니다. 천안함 합동조사단은 2010년 5월20일 천안함 사건 관련 중간발표를 하면서 잘못된 어뢰의 실물크기 설계도를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제시한 북한 어뢰(CHT-02D) 설계도가 아니었던것이죠.

합조단이 제시했던 7m크기의 어뢰 설계도는 합조단이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결론내린 CHT-02D 어뢰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실제론 이와 다른 별개의 북한 중어뢰인 PT-97W 어뢰의 설계도였습니다.


<김태영 국방장관>


당시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조사 결과 발표를 준비하던 실무자가 군 인쇄창에 출력을 맡긴 어뢰 설계도를 찾으러 갔다가 착오로 다른 북한 어뢰 어뢰의 설계도를 가져왔다”며 “5월 20일 발표 당시엔 몰랐지만, 기자회견 직후 설계도가 바뀐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잡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CHT-02D와 PT-97W는 둘다 북한산 중어뢰로 군당국이 비밀경로로 입수한 시디 안에 두 어뢰의 설계도가 들어 있었다”며 “20일 공개한 7m 짜리 설계도는 착오였지만 같이 공개한 추진체 설계도는 CHT-02D 것이 맞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추진체 설계도의 실물 공개는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의 아이디어였습니다. 김 전장관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 어뢰의 실물 크기를 보여주면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설계도의 실물 크기 인쇄를 지시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당시 상부의 지시를 받은 실무 책임자는 왜 CHT-02D가 아닌 PT-97W 설계도를 7m 크기로 인쇄해 조사결과 발표장으로 가져갔던 것일까요. 두 어뢰는 기본 구조가 같고 사이즈가 비슷하긴 해도 엄연히 다른 종류였는데 말이죠.



원태재 당시 국방부 대변인은 기자에게 “글쎄말야” 하면서 답답해 했습니다. 실제로 그도 단순 실수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던 같았습니다. 다른 고위 당국자도 실무자가 설계도를 급하게 출력하는 과정에서 두 어뢰를 혼동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실수의 배경과 관련해 중요한 단초는 따로 있었습니다. 조사단은 '1번'이라고 쓰여진 어뢰 추진체를 발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 어뢰를 PT-97W이었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헛다리 짚은 미국

그렇다면 PT-97W 중어뢰는 어디서 나왔던 것일까요. 여기에는 미국이 있습니다. 미 측이 CHT-02D의 추진체가 발견되기 전에 PT-97W를 천안함을 침몰시킨 북한 중어뢰로 지목하고 이와 관련된 정보를 우리 군에 넘겨줬던 것입니다.

미 측이 '헛다리'를 짚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조사단 고위층 입장에서는 “미국이 잘못 알려준 어뢰 종류의 설계도면을 우리가 착각해 인쇄했다”고 말할 수도 없었던 노릇이었죠. 사실대로 얘기하게 되면 정보제공 사실조차 숨기는 미측의 불만을 사게 되는 것은 물론 이와 관련한 구구절절한 해석과 함께 비판 기사가 쏟아질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쌍끌이어선을 이용해 증거를 찾는 건 어찌 보면 단순 무식한 방법입니다. 두 대의 배에 무거운 추가 달린 그물을 매달고 해저를 싹쓸이하듯 훑는 방식인데, 실패하면 되돌이킬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조사단은 폭발 원점으로 추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사방 500m의 해저를 싹 훑었고 그 과정에서 어뢰 추진체 뒷부분은 물론 천안함에서 떨어진 PC, 전자레인지, 망원경 등을 수거했습니다.


 쌍끌이어선

이 쌍끌이 아이디어는 당시 국방부 과학수사단장이 내놓은 것이었습니다. 공군 대령인 그는 전투기가 먼 바다에 추락했을 때 잔해를 건져올리기 위해 쌍끌이 어선을 활용한다는 것을 떠올렸던 것입니다.

탐색 잠수정의 로봇팔까지 부러지는 등 수색 작업에 큰 애로를 겪고 있던 조사단은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쌍끌이를 동원했는 데 대박을 친 것이지죠. 그러나 다른 조사단 간부들은 모두 진급했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던 공군 대령은 진급하지 못했습니다. 재주는 곰이 피우고 돈은 떼놈이 챙긴건가요. 글쎄요.

천안함 2편으로는 (천안함을 침몰시킨 범인으로) ‘중국 어뢰는 왜 등장했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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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경향 박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