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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국방장관 암살조는 어디로 잠적했나


북한 암살조의 국내 잠입설을 ‘즐기던’ 김관진 국방장관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김 장관은 18일 국회에서 ‘북 암살조의 국내 잠입설’에 대해 “언론의 추측 보도”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암살 기도설과 관련해 트위터에 “저와 관련된 언론 보도 때문에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많군요. 저는 건재하고 임무수행에 전념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혀 북의 암살 기도설이 사실인 것처럼 반응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국방부는 장관 암살 기도설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면서 김 장관의 트위터 답변처럼 그것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대응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국회에서는 ‘꼬리’를 내린 것이지요.

이와 관련해 국방부 주변에서는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가운데 청와대 질책설이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이 집중적인 국방장관 암살 기도 보도를 하면서 김 장관이 마치 영웅처럼 비춰지는 현상에 대해 청와대가 국방부의 언론 플레이로 간주했다는 것입니다. 국방부가 내놓은 국방개혁안이 제대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매우 불쾌해 했다는 겁니다.

국방부의 한 간부는 "북한의 테러 기도 움직임은 사실"이라며 "김 장관이 자꾸 이와 관련된 사항이 보도되곤 하니까 확산을 피하기 위해 (국회에서) 원천적으로 이를 부정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암살 기도설의 실체가 없다면 국방부가 장관 차량의 유리를 방탄으로 바꾸고, 출퇴근 때마다 출입문을 포함해 차량의 이동로를 자꾸 바꿨겠느냐는 것이죠.
(한마디로 보도가 자꾸 나가면 주변의 불필요한 오해도 확산되기 때문에 이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암살기도 보도가 추측보도인 것처럼 답변을 했다는거죠.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 암살조는 지금도 어딘가에 암약하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체도 없는 상황에서 '괴뢰 국방부 장관 김관진을 비롯한 군사 불한당들은 즉시 처형돼야 한다'고 주장한 북한 노동신문의 협박이나 북한 지도부의 발언 등을 의식해 국방부 뒷문으로 출근했다가 옆문으로 퇴근했다고 한다면 이는 일국의 국방장관이 취할 모양새로는 어울리진 않습니다)
  

청와대는 앞서 한 언론매체가 김 장관이 집무실에 북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과 김격식 4군당장 사진을 걸어놓은 것을 보도했던 것도 좋지 않게 봤다는 말까지 나돌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집무실 사진 보도와 암살 기도설 모두 언론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보도 이후 김 장관에 대한 국민적 인기도가 높아지자 이를 무리하게 언론 플레이와 연관시키려 한 게 아닌가 여겨집니다. 언론 플레이설은 국방부나 청와대가 아닌 국회발로 먼저 시작됐습니다)

김 장관이 북한군 수뇌부의 사진을 걸어 놓은 데 대해서는 국방부 안팎에서도 말이 많았습니다. 과연 이들의 사진을 걸어 놓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것이었지요.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이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적장을 보면서 ‘지금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고 짚어보는 차원에서 붙여놓은 것으로 안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니폼(군복) 입은 장군도 아닌 반 정치인인 국무위원으로서는 사진을 걸어 놓은 것이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꽤 많았지만 일부 시민들은 “과연 김관진 장관”이라면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김 장관은 올해 신년사격인 지휘서신 1호에서 이순신 장군의 어록을 빌려 ‘차수약제 사즉무감’(此讐若除 死則無憾), 즉 ‘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한이 없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김 장관의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식의 결의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냈던 것은 불문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기자실에 내려온 김 장관은 ‘차수약제 사즉무감’이란 단어를 제대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지휘서신을 직접 쓴 게 아니라 참모가 써 준 것을 감수하는 정도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사즉무감’의 한자도 원본은 ‘死則無憾’이 아니라 ‘死卽無憾’입니다. ‘卽’자를 ‘則’자로 잘못 쓴 것이었죠.

     <김관진 국방장관을 노리는 북한 '모란꽃 소대' 암살조가 남파에 앞서 해군 PCC함으로 위장한 북한 공작선 갑판 위에서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상 사진설명은 사실이 아님). 출처/SECRET>

김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표방해온 ‘선(先)조치 후(後)보고’도 지난 10일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해안포를 발사했을 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장관의 체면이 구겨진 셈이지요.

이에 대해 김 장관은 18일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의) 사격훈련으로 보고 어떻게 대응할지 토의한 만큼 1시간이 걸린 건 문제가 없으며, 우리 측 피해가 없는 만큼 ‘선 조치 후 보고’ 제외가 맞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답변은 옹색해 보입니다. 군이 처음에는 북의 사격훈련으로 간주했다가 나중에 도발로 판단을 바꿨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지요.(NLL 선상에 포탄을 떨어뜨리는 것을 사격훈련으로 봤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입니다)

사실 애초부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선 조치, 후 보고’ 지침은 현실을 무시한 막무가내식 지시에 가까웠던 거죠. 그렇기에 군이 우리측 피해가 없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고도 과거 장관이 내렸던 지침 때문에 비판을 받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종의 ‘김관진 부메랑 효과’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