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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8 군사고는 세트메뉴? (19)
이런 것도 ‘세트 메뉴’라고 해야 할까요. 

희한하게도 군 사고는 육·해·공군에서 돌아가면서 릴레이하듯 발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에 발생한 군 사고 3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선과 충돌한 해군 고속정의 침몰사고가 일어난 것은 지난 11월 10일이었습니다. 해군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이틀후 F-4 전투기를 개조한 공군의 RF-4C 정찰기가 추락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도하훈련을 하던 육군의 고무보트가 전복되면서 3명의 장병이 귀중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벌어졌습니다. 해군→공군→육군 순으로 사고가 발생한거죠. 



<남한강에서 군부대가 도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공군의 F5 전투기 추락사고→육군의 500MD 헬기 추락사고→해군의 천안함 침몰사고 순으로 육·해·공군의 사고가 한꺼번에 몰리듯 일어난거죠.

오죽하면 한 육군 간부는 ‘사고 돌려막기’란 자조적인 표현까지 썼을까요. 심지어 한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른 사고가 발생해 그전에 일어난 사고를 희석시키는 것이 군 사고의 특징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육·해·공군 공보장교들은 타군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긴장모드에 들어갑니다. 타군의 사고가 마치 전염이라도 되듯 자군의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같은 육·해·공군의 ‘릴레이 사고’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수년전에도 그랬고, 10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툭하면 나오는 ‘군 총체적 위기’라는 언론보도도 단골 메뉴이지요.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이 18일 빈소가 차려진 국군수도병원 합동분향소를 찾아 
순직 장병들의 명복을 빌며 분향하고 있다>

 

수습과정도 비슷합니다. 군 수뇌부는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합니다.
그리고는 ‘조자룡 헌칼 쓰듯’ 하는 군 골프 금지령이 내려집니다.
(군 골프장을 이용하는 예비역과 일반인들은 군내 사고로 내려진 군 골프 금지령이 되도록이면 오래가길 바랍니다. 부킹이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말입니다. 가만히 보면 군 사고는 비슷한 유형의 반복일 때가 많습니다.

이번 육군의 단정 고무보트 전복 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정이 뒤집힌 지점은 4대강 사업 3공구 현장인 이포보 공사장 인근 하류입니다. 이곳 여주 이포대교 남한강 사고지점은 4대강 공사의 여파로, 물살이 빠르고 와류현상이 심한 지점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도 이 지역 일대에서는 K-21 장갑차가 남한강 도하 훈련 중 침수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장갑차 도하 훈련 전 실시하는 수상 정찰을 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수상 정찰을 통해 장갑차 이동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사고 위험이 높은 물 구덩이를 피해야 하는 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당시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포대교 근처는 골재채취 등으로 물 웅덩이가 많았지만 자주 훈련했던 지역이라 방심했다고 합니다.
 (지역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남한강은 애초 물이 얕고 자연스럽게 흘러 도하훈련을 자주해 왔지만, 최근에는 강 바닥에 인위적 시설물이 많은 데다 강물 양쪽을 막아 마치 댐 수문을 열어 놓은 듯 물살이 거센 상태라고 합니다. 이때문에 군의 도하훈련 때도 과거에 부교를 설치했던 지점에 다시 부교를 설치하기 힘들어 마땅한 도하지점을 새로 찾느라 훈련시간을 꽤 잡아먹었다고 하는군요)

과거 사고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 사고가 난 것 역시 방심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즉 공사 여파로 물살이 쎄졌다면 그에 따른 새로운 대처법을 찾는 것이 훈련의 목적일텐데, 시간이 촉박하다는 등의 이유로 경고나 규정을 무시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 예비역 중장의 자성적인 발언이 생각납니다. 훈련을 할 때 우리 군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주어진 목표 시한를 맞추기 위해 지휘관이 “이 문제는 해결됐다고 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고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반면 미군은 상황에 맞는 매트릭스를 철저하게 적용,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훈련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는군요)

 
하지만 육·해·공군의 ‘패키지 사고’는 우연의 일치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자주 발생합니다. 미스터리같기도 하고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다고 사고 발생을 육·해·공군의 합동성 발휘 차원으로 해석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이번 사고로 순국한 이들의 명복을 빌면서 제발 그 ‘사고 릴레이’의 고리가 하루빨리 끊어지기만을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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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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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추추트레인 2010.11.19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할 말 없습니다.
    대신에
    방문자 5만 명 돌파를 위해 노력할 따름입니다.

  2. 이성준 2010.11.19 12: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타깝습니다.
    이젠 조용하게 ....

  3. 가을하늘 2010.11.19 1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든 아픔 훌훌 털고 빨리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주세요...

  4. 웃는돌 2010.11.19 16: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물레방아 돌듯 사고가 돌아가면서 나는 현상은 우리 군 조직이 유기체적인 연결망을 갖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서로 존중하고 아끼면서 사는 측면에서 유기체적인 연결이 되어야하는데 이런 사고까지 돌아가면서 나니까 할말이 없네요. 늘 시의적절한 칼럼 잘 보고 있습니다.

    • 장강 2010.11.19 16:13  댓글주소  수정/삭제

      군 간부 한분은 육해공군의 훈련과 동원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하네요. 예를 들어 G20 회의로 인해 공군의 정찰비행이 평소보다 증가했고, 해군도 출동횟수가 늘어났다는거죠.

  5. 송미선 2010.11.19 17: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천 꾸욱!
    '_'

  6. 나리킴 2010.11.19 17: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든... 뭐니 뭐니해도 죽은 사람들만 불쌍해요...ㅠㅠ 이렇게 훈련중에 몇명이 죽었다라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 죽은 이들은 사고 순간에 얼마나 끔찍했을까 생각해보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데... 그 G20의 무리한 경비태세가 군사고에 영향을 줬을 것 같기도 하네요.
    다시는 이런 사고 안일어나길!!!

  7. 아리랑 2010.11.19 1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고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마음은 아슬아슬하기만 하군요.요즘 나는 사고들이 워낙에 원시적이고 조금만 준비하면 막을수 있는 것들이라.국방부직원들은 자식들 군대도 안보내나/자기 아들이 죽었으면 난리를 쳤을텐데, 아니 죽지않게 조심을 했겠죠.더 큰 사고나기전에 철저하게 관리하세요.기자분 책임은 아니지만 언론들도 뒷북만 때리지말고 잘 살펴서 그런일 안생기게 조력해주세요.이상.

    • 장강 2010.11.19 1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게 저도 안타깝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사고 대부분이 원시적인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국방부를 출입하다 보면 군조직이 거대 공룡이란 생각을 많이 합니다. 꼬리에 창을 찔러도 머리가 아픈 꼬리 부분을 돌아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거죠. 그래도 기자는 공룡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으면 끊임없이 창을 찔러대고 있습니다. 비록 피드백이 늦더라도 말이죠.

  8. 아리랑 2010.11.19 18: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방부가 아니고 육해공군 간부들이 맞겠군요. 정정.

    • 장강 2010.11.19 18:25  댓글주소  수정/삭제

      국방부 구성원들이 공무원과 군무원이 있다 하더라도 육해공군 군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겠네요.

  9. 아리랑 2010.11.20 1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열심히 창으로 찌르고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상대가 공룡이면 무기를 바꿔야지, 창으로 계속 찌르고 있으니, 편하게 놀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긍하지 못합니다.아프게 느끼시고, 분발하시길.

  10. 이성준 2010.11.23 18: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픕니다. 부디 살살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