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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2.13 JSA 북한군 ‘만취 탈북’ 미스터리…DMZ에선 무슨 일이

2012년 9월 만취 상태의 20대 탈북자가 인천 강화군 교동면 대룡리의 한 구멍가게 건물 옥상에서 속옷 차림으로 술을 마시고 있다가 주인 할머니에게 발각돼 경찰에 인계됐다. 당시 그는 북한 주민이라고 주장했지만, 파출소 근무자들은 노숙인이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걸로 알고 수시간 방치했다가 군 당국에 인계했다. 그는 교동도 전방 해상에서 부유물을 붙잡고 남측으로 건너온 후 며칠을 구멍가게에서 훔친 과자와 소주로 배를 채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군 탈북은 2000년 이후 14차례 있었다. 탈북한 북한군이 우리 초소에 다가와 “국군 장병”을 부른 노크 귀순도 있었다. ‘물 샐 틈 없는 경계망’을 유지하고 있다는 군이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지뢰가 매설된 데다, 총구를 겨누고 있는 남과 북 사이는 심정적으로는 멀지만 지리적으로는 코앞이다.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남북한 초소(왼쪽 사진). 지난달 13일 북한군 오청성씨가 넘어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권도현 기자·사진공동취재단

 

■ 만취 탈북한 귀순 북한군

 

탈북자와 술에 얽힌 사연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북한군 탈북자도 마찬가지다. 한 예비역 대장은 “초급 간부 때부터 사단장과 군단장, 군사령관까지 휴전선을 관할하는 지휘관으로 수십년을 근무하다 보면 별의별 탈북자를 다 본다”며 “심지어 술에 취해 대낮에 지뢰밭에서 뛰어 내려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탈북한 북한군 하전사 오청성씨(25)도 만취 논란에 휩싸였다. 정보당국 조사에서 오씨는 북한군 총참모부 작전국 상좌의 운전병으로, 북한 판문점 대표부의 상급기관인 총참모부 직속 경무대 소속 운전병으로 밝혀졌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오씨의 탈북이 우발적이었다고 보고했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국정원 보고 후 브리핑에서 “오씨가 북한에서 운전병으로 일하다 우발적으로 (남측에) 내려온 것으로 진술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오씨는 평소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노래를 들으면서 남쪽 문화를 동경하다가 판문점 인근 부대에서 동료 병사와 낮술을 마신 뒤 만취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탈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오씨가 탈출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여러 발의 총상을 입는 등 상당한 충격을 받은 후유증 영향도 있겠지만, 만취 상태여서 기억을 못했을 개연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판문점까지 운전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만취하지 않았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당시 정보위 업무보고 후 “본인 진술이 맞는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보당국이 오씨가 북한에서 범죄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조사했다는 후문이 나왔다. 나아가 오씨가 북한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상부 호출이 있자 처벌받을 게 두려운 나머지 충동적으로 탈북했다는 설도 떠돌았다.

 

전방 사정에 밝은 예비역 군 간부들은 “오씨가 스스로 북한에서 사고를 저질렀다고 진술하지 않았다면 정보당국이 북한군 통신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 사실을 추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군 판문점 일대 부대가 오씨의 탈북 이후 어떤 식으로든지 상부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나온 것이다. 이 경우 북한군이 실제 사실을 보고했을 수도 있지만, 일선 부대의 과오를 숨기기 위해 허위사실을 보고했을 가능성과 남측 정보당국에 혼선을 주기 위해 가짜 교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오씨가 북한에서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지금까지 정부 합동신문 결과로는 오씨가 ‘북한에서 어떤 범죄도 저지른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다른 귀순자가 그런 내용의 진술을 한 것도 없었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오씨는 지난달 18일부터 국군수도병원에서 군과 국가정보원의 합동신문을 받았다. 그는 북한 군사정보 수집과 전쟁포로 조사 등을 하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중앙신문단이나 통일부 소속 경기 시흥시 소재 북한이탈주민지원센터에서 다시 조사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북한군 탈북은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14차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최근 3년간 탈북한 북한군은 7명이다. 2015년 2명, 2016년 1명이었으나 지난해의 경우 오씨를 비롯해 4명으로 급증했다. 최근에는 일부 북한군 탈북자가 ‘사선’을 뚫고 탈북한 군인이 민간 탈북자와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민원을 제기해 군 당국이 이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 ‘물 샐 틈 없는 경계망’의 허구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군이 탈북하는 사건이 생길 때마다 오씨 못지않게 뒷얘기를 많이 낳았다. 2008년 4월27일 경기 파주의 1사단 최전방 경계초소(GP)에 북한군 15사단 보위사령부 중위 이철호씨가 등장했다. 그는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측 초소에 다가가 속옷을 벗어 흔들며 권총 7발을 쐈지만 반응이 없자 GP까지 가서 “국군 장병”을 부르며 문을 두드렸다. 소위 원조 ‘노크 귀순’ 사건이다. 이씨 역시 귀순 당시 긴장으로 제정신은 아니었던 듯싶다. 그는 귀순 이후 국회방송에 출연해 “북한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탈북하기 위해 휴전선 철조망을 넘어 달려간 곳이 다시 북측 초소였다”며 “깜짝 놀라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당시 GP 근무자들은 상부에 허위보고해 표창까지 받기로 돼 있었지만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자들이 중징계를 받았다.

노크 귀순은 4년 후인 2012년에도 발생했다. 22사단 지역의 철책을 넘어온 북한군 병사가 GOP 생활관 문을 직접 두드려 귀순 사실을 알린 것으로 드러나 사단장과 연대장, 대대장 등이 줄줄이 보직해임을 당하고,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군 당국은 노크 귀순과 같은 경우에는 근무기강 해이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다른 경우는 과도한 비판이라는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6월 중동부전선에서 북한군 10대 병사 1명이 MDL을 넘어 남쪽으로 500m 떨어진 언덕에서 잠을 잔 뒤, 다음날 아침 남측 GP에 귀순 의사를 밝힌 경우다. 이를 놓고 ‘숙박 귀순’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는 GP 근무 실태를 잘 모르는 일방적인 비판이라는 것이다.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짙은 안개로 인해 열상감시장비(TOD)와 CCTV조차 무용지물인 상황이어서 GP에서 수백m 떨어진 숲속을 관측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과하다고 반박했다.

 

이를 놓고 군 장성들은 ‘물 샐 틈 없는 경계태세’의 족쇄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군은 수년 전부터 비무장지대(DMZ) 작전의 효율성과 안정성 등을 고려해 GP 수를 대폭 줄여 60여개만 운영하고 있다. 200여개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군은 작전적 효율성에 기반을 둔 경계태세를 지향하는 데 반해 국민들의 눈높이는 소위 ‘물 샐 틈 없는’에 방점을 두고 있어 애로사항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중부전선에서 북한군이 GP와 GP를 연결하는 추진철책 통문 아래를 뚫고 남쪽으로 넘어온 사건에 대한 비판에도 합참은 “추진철책은 GP 경계작전을 보강하기 위해 설치된 ‘보조 시설물’로, 적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GOP 철책과는 다르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그래도 보조 시설물의 통문이라 하더라도 DMZ 내 시설물이 쉽게 부서진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8월에는 경기 파주 남측 DMZ GP 통문 입구에서 북한군이 몰래 매설한 목함지뢰 2개가 폭발하면서 육군 부사관 2명의 다리와 발목이 각각 절단됐다. 당시 통문 입구에 자란 무릎 높이의 관목만 제거했어도 일어나기 힘든 사고였다. 북한군이 관목 아래를 포복으로 접근해 목함지뢰를 매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 당국은 관련 지휘관에 대한 문책 없이 피해 부사관 2명을 DMZ 목함 지뢰도발 사건 ‘영웅’으로 표창했다.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은 DMZ 내에서의 공세작전(격멸작전)을 시사했다. 합참 고위 관계자는 DMZ ‘화공(火攻)작전’을 일부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론에 흘렸다. 그러나 이는 애초부터 유엔사 허락 없이는 불가능했고, 그 실효성도 없는 사안이었다.

 

군은 과거 북한군 3명이 MDL을 넘어와 GP 인근 지역까지 침투해 ‘귀순 유도벨’을 뜯어 도주한 사건도 국회 국방위에서 거론되기 전까지는 숨겼다. 군 당국은 2007년 JSA를 통해 북한군이 탈북한 사건의 경우 아예 발생 사실조차 숨겼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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