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군사당국이 제70주년 국군의날인 1일 휴전 이후 가보지 않았던 전인미답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공동경비구역(JSA) 주변과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 고지 일대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개시한 것이다. 이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체결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의 주요 내용 실천을 위한 첫 삽이다. 이 군사합의안을 두고 사실상 남북 간 종전선언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부가 미국과 충분한 협의나 합의 없이 무리한 양보를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최전방 감시초소(GP) 문제를 우선적으로 분석했다.

 

■ 왜곡 시비 ‘덫’에 걸린 GP 철수

 

남북은 DMZ 평화지대화 방안의 하나로 DMZ 내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상호 1㎞ 이내 근접해 있는 GP 11개소를 올해 내로 각각 시범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DMZ 내 모든 GP도 철수키로 했다. 휴전협정 이후 남북 GP 간 우발적 무력충돌은 80여차례 발생했다. 남북한군 사이가 가장 가까운 강원 고성 지역 GP의 거리는 580m에 불과하다. 자칫 오발 사고 하나로도 무력충돌 가능성이 상존해 온 것이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에는 비무장지대 내 상호 1㎞ 이내에 근접 설치된 감시초소 11개를 12월 말까지 철수하는 등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들이 담겨 있다. 사진은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남북한 초소가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다. 김창길 기자

 

이를 놓고 보수 야당을 대변하는 한 예비역 장성은 “DMZ 내 우리 군 주둔지를 철수하는 것은 통일이 임박했을 때나 나올 수 있는 계획”이라며 “전시상황에 북한이 1시간 내에 우리 측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본래 GP와 일반전초(GOP)의 임무는 적 공격 여부를 확인하고 적군 주력이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특히 GP는 전투 참가보다 적 공격을 경고하고 철수해 생존을 보장해줘야 한다. 전쟁 상황이라면 GP는 적이 알 수 없는 위치에 설치한다. 상대방이 알 수 없는 곳에서 적의 동태를 확인해야 피해를 입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남측 GP는 정규전에 대비한 군사적 측면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그동안 남측은 북한이 계속해서 무장공비를 침투시켰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기 용이한 지역에 GP를 설치했다. 북한군 최전방 부대가 무장공비나 간첩 침투보다 탈북자 방지에 더 신경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의 155마일 휴전선 일대 DMZ 작전은 무장공비나 남파간첩 침투 방지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DMZ 일대에 대규모 병력을 집중했고, 이제는 취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북한군은 남측 GP의 정확한 위치를 다 파악하고 있다.

 

야전군사령관 출신인 예비역 대장 ㄱ씨는 “사실 DMZ GP는 과거 북 무장공비와 같은 비정규군의 기습이나 침투를 대비하는 차원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단장인 ㄴ소장은 “첨단 정찰자산 등으로 북한군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GP를 전면전 대비용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적이 이미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DMZ 내 GP와 GOP는 전면전 발발 시 오히려 작전 부담이 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군 GP와 GOP 병력이 북한 포병 사정거리 내에 있는 것은 문제”라며 “전쟁이 발발하면 초기에 막대한 인명 피해가 불가피한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북한은 전방 GP를 주축으로 경계작전 개념을 수립한 데 반해 남측은 GP 후방의 GOP를 경계작전 주축으로 설정해 놨기 때문에 전방 GP를 철수해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GP 후방에 다른 경계작전 시설물이 없는 북한군 입장에서는 GP 철수가 매우 불리한 합의라는 것이다. 군은 GP 후방에 155마일 GOP 철책선을 따라 3중 철조망과 무인 폐쇄회로(CC)TV 등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김 의원은 “북한군은 DMZ 내 생활이 일상화돼 있어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도 하다보니 GP 숫자가 군사적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도 계속 증가했다”며 북한군 GP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DMZ 내 GP 철수의 경우 어느 쪽이 더 손해인지는 자명하다”며 “전방 GP 철수 아이디어도 2005년 한나라당 의원한테서 먼저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 DMZ와 유엔사의 이중적 태도

 

DMZ 관할권은 주한 유엔군사령부에 있다. 남북 군사 분야 합의도 유엔군사령관 허가 없이는 DMZ에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도 겸하게 되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지난달 26일 미국 연방의회 상원 청문회에서 DMZ와 관련한 남북한 군사 분야 합의는 유엔사 소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무장지대 GP 감축 합의에 대해서도 “유엔군사령부에 의해 중개·판단·관찰·이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미국이 남북 군사 합의에 불만을 갖고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남북한 교류 과정에서 미국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유엔군사령관 이름으로 견제구를 날렸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 ‘모자’를 또 하나 쓰고 하는 행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미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유엔사가 기능을 강화해 한반도 평화유지군으로 거듭나 활동하기 위해서는 제3국 대장이 유엔군사령관직을 맡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전쟁을 준비하는 역할을 하고, 유엔군사령관은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이중적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군 대장 한 명이 유사시 한반도 전쟁을 준비하면서 남북한군 사이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셈이다. 운동경기에서 선수가 심판을 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연합사 출신인 한 예비역 육군 준장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군사와 관련한 많은 문제들은 전혀 역할이 다른 유엔군과 연합군 사령관이 동일 인물이라는 점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GP는 유엔사 관할인가

 

GP가 유엔사 관할인지도 논란거리다. 군에서는 GP를 얼마나 많은 숫자로,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는가 하는 문제는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 영역이라는 입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1994년 연합사로부터 평시작전권을 인수하기 이전부터 DMZ에서 북한 무장공비나 남파간첩에 대한 작전을 단독 수행해왔다. 한국군 합참의장이 대간첩작전본부장을 겸하고 있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 GP 운영에 관한 것은 평시작전권 행사와 관련한 내용으로 유엔사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상당수 현역·예비역 장성들의 목소리다.

 

한 예비역 장군도 “합참은 응당 GP 운영에 관한 것은 평시작전권 행사에 관한 내용이므로 유엔사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군이 해야 할 것은 GP 철수로 발생할 수 있는 경계작전의 공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GP 철수를 계기로 작전적 측면에서의 GOP, GP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사시 불필요한 병력 소모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면전을 대비한 DMZ 일대 작전의 변화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DMZ 내 군사시설물인 GP는 정전협정 위반사항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전협정상 DMZ에는 무장 시설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유엔사는 정전협정 관리 차원에서라도 남북한군 무장 GP의 철수를 오히려 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 야당과 이를 대변하는 일부 예비역 장군들은 “JSA 비무장화와 DMZ 내 GP 철수는 현재의 유엔군사령부를 ‘핫바지’로 만든 것”이라며 “이는 또 유엔사 해체를 남북이 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역할을 분담하는 연합방위체계에도 심각한 손상이 초래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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