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육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11.03 문 대통령과 따로 노는 군국주의 후예들
  2. 2010.10.21 운보 작품 총탄세례 받았다 (12)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현관에 들어서면 맨 처음 마주하게 되는 것이 있다. 운보 김기창 화백(1914~2001)의 대형 그림이다. 가로 2m, 세로 3m 크기의 대작으로 제목은 ‘적영’(敵影·적의 그림자라는 뜻)이다. 베트남 638고지(일명 안케 고개) 전투를 묘사한 작품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 그림은 한국군의 정통성 훼손 논란까지 제기되는 등 10년 넘게 군 안팎에서 구설에 올랐다. 운보의 대표적인 친일 작품으로 분류되는 ‘적진육박’과 너무나 유사한 탓이다. ‘적진육박’은 운보가 일제강점기 당시 남양군도에서 적진을 향하고 있는 일본군을 묘사하면서 일제 군국주의를 찬양한 작품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과거 친일행적에 대한 반성과 고민 없이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을 물리치는 일본군을 묘사한 작품을 한국군의 베트남전 그림으로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것은 작가의 몰역사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광복군 정통성을 이어받았다는 국군의 정체성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 그림은 국방부에서 즉시 철거돼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육방부’로 불리는 국방부는 오불관언이다. 역사의식이 부재한 탓이다.

 

육군 야전부대는 역대 부대장 사진을 부대 현관에 걸어놓는 게 관례다. 단 한 사람만 예외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진은 그가 거쳐간 어떤 부대에서도 볼 수 없다. 그러나 대법원이 반란수괴, 내란 목적 살인 등을 저지른 것으로 판결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진은 그들이 거쳐간 부대에 봉황문양 표지와 함께 걸려 있다. 이들과 함께 쿠데타를 주도했던 멤버들의 사진도 다 걸려 있다. 육군이 역사를 인식하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다.

 

공군은 얼마 전 공군의 뿌리를 광복군에서 찾는 글을 공식 블로그 ‘공감’에 올렸다. 공군은 “대한민국 공군을 창설한 주역들은 광복군의 독립투쟁을 계승했다”며 “대한민국 공군에는 광복군의 숭고한 조국애가 뜨겁게 흐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군은 ‘공군의 아버지’로 제2대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창석 최용덕 장군을 꼽고 있다. 그는 광복군총사령부 총무처장 출신이다. 해군은 초대 참모총장으로 독립운동가의 아들인 손원일 제독을 ‘해군의 아버지’로 여기고 있다.

 

육군은 ‘육군의 아버지’로 추앙할 수 있는 인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 1~16대 육군 참모총장 13명 가운데 최영희 12대 참모총장을 뺀 12명 전원이 일본군(학도병 포함)이나 만주군 출신인 탓이다. 이 중 5명은 정부가 죄질이 가장 나쁘다고 공식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에도 포함됐다.

 

육군 창군 주역들 상당수가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 군국주의와 맥이 닿다 보니, 육군에는 유난히 조작되거나 날조된 육탄용사가 많다. 육탄 10용사와 육탄 5용사가 대표적이다. 북한군 토치카를 폭파한 후 전사했다고 알려진 육탄 10용사의 핵심들이 북한군에 귀순한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육군이 심일 소령과 함께 북한군 자주포를 화염병으로 폭파시켰다고 미화한 육탄 5용사는 조작된 ‘유령용사’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사례다. 육군의 가짜 영웅 대부분은 일본 군국주의를 모방한 과거 친일파 출신 군부의 작품이다. 일본 군국주의 선동의 도구를 빌려와 호국 영웅의 아이콘으로 포장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일본조차 이미 ‘(관동군) 육탄 3용사’와 같은 군국주의 가짜 영웅을 반성하고 있지만, 육군은 군 역사 바로 세우기 얘기가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광복군 역사 찾기나 국군의날 변경에 소극적인 배경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육군은 이제 미군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용사 대신 영웅이란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여기서 나아가 악성사건이 터지면 지휘관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희생자를 미담의 주인공으로 미화했다. 부하들을 사망케 하고 죽은 중대장을, 본인이 생존했으면 징계를 받아야 하지만 살신성인의 표상으로 포장하는가 하면, 지휘관이 규정을 지키지 않아 억울하게 숨진 병사에 대해 충혼비를 세워주며 유족들의 반발을 막은 사례 등이 그것이다. 육군은 이런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육군은 지난 9월 전투중대장 14명에 대해 심일상을 몰래 수여했다. 공개적으로 상을 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파문을 우려해 외부에 일절 알리지 않은 것이다. 앞서 군 당국은 ‘가짜 신화’ 논란을 빚은 심일 소령의 북한군 자주포 파괴 전공을 기정사실화하는 ‘알박기’ 발표를 한 바 있다. 이를 놓고 심일 소령 논란이 가짜 영웅 파문으로 이어지면서 군 역사 바로잡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군 당국이 문재인 정부 출범 전에 ‘알박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1일 국정감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종걸·서영교 의원은 심일 소령의 ‘가짜 영웅’ 논란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를 촉구했다.

 

게다가 육군이 심일 소령의 군인 정신을 기린다며 시상하는 심일상 2종류는 근거가 없는 ‘유령상’이다. 육사 우수 생도 3명에게 주는 심일상은 물론 우수 전투중대장에게 수여하는 심일상 모두 상의 제정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회의조차 한번 열리지 않았다. 상이 만들어진 과정 자체가 불법적이어서 오히려 누가 밀실에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진상조사가 필요한 군의 적폐청산 대상이라는 의미다.

 

이 같은 가짜 영웅 논란의 중심에는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있다. 이 군사편찬연구소가 독립군·광복군 역사를 한국군 역사에 편입시키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 등 독립군 전통도 육군사관학교 교과 과정에 포함하고 광복군을 군 역사에 편입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친일파 출신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이 10년 넘게 자문위원장으로 있는 군사편찬연구소의 과거 행태를 보면 왜곡된 연구결과를 내놓을 개연성이 크다. 게다가 독립군·광복군 역사 연구는 국가보훈처가 더 정통하다. 그런 점에서 독립군·광복군을 한국군 역사에 편입시키는 연구는 보훈처가 하는 게 타당하다. 매일 아침 일본군복 위에 한국군 군복을 덧칠한 듯 보이는 그림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출근하는 ‘육방부’에 군 역사 바로잡기를 기대하는 게 난망해서 하는 말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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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청사 현관에는 운보 김기창 화백(1914~2001)의 대형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이 작품은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1층 입구 앞에 걸려 있습니다. 크기는 가로 2m, 세로 3m로 제목은 ‘적영’(敵影·적의 그림자라는 뜻)입니다. 한국군 전투부대 파병 이후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기록된 베트남 638고지(일명 안케 고개) 전투를 묘사한 작품입니다.

밀림을 뚫고 포복하면서 전진하는 그림속 맹호부대 장병들의 눈은 지금도 번뜩이고 있습니다. 그림 문외한이 봐도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위 ‘안광’이 일품입니다.

운보는 1972년 6월14일부터 7월4일까지 베트남을 방문한 후 월남전쟁기록화전에 이 그림을 출품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국무위원들이 이 그림을 구입해 국방부에 기증해 국방부 현관에 걸리게 된 것입니다. 요즘 싯가로 따지면 무척 고가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게다가 대형 작품이라 값을 매기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때 이 그림은 김화백의 친일전력 시비와 맞물려 친일청산을 주장하는 민간단체에서 철거까지 주장하는 등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논란의 발단은 ‘적영’이란 제목의 이 그림이 운보의 대표적인 친일 작품으로 분류되는 ‘적진육박’이라는 그림과 너무나 유사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운보의 그림이 광복군의 맥을 잇고 있는 한국군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폈습니다.

운보는 일제시대 당시에도 남양군도에서 대검을 소총에 끼운 채 적진의 미군들을 향해 접근하고 있는 일본군의 육박전을 묘사한 ‘적진육박’이라는 작품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적진육박은 일제 군국주의를 찬양하고 소위 ‘황국신민’의 영광을 고취하기 위해 조선총독부의 후원을 받아 경성일보사가 1944년 3월부터 7개월간 서울에서 연 ‘결전’ 미술전람회에 출품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그림은 전람회에서 ‘조선군 보도부장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방부는 운보의 작품을 철거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월남전에 참전한 한국군을 묘사한 그림 가운데 이만큼 탁월한 작품이 없고 군의 사기를 올려 주기 위해 국무위원들이 정성을 모아 군에 기중한 작품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이 작품은 운보의 친일논란과 별개로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한 그림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하나회 출신 예비역 장성의 증언에 따르면 1979년 12·12사태 당시 국방부를 습격한 쿠데타 세력이 쏜 총알이 그림 속 국군 병사의 눈알을 관통해 복원작업을 거쳤다고 합니다.

(참고로 국방부 구관에는 지금도 당시 총알의 흔적이 일부 남아 있다고 합니다. 운보 작품은 구관에 있다가 국방부 청사를 신축하면서 신청사 현관으로 옮겨 왔습니다)

그 말을 듣고 그림 속 병사의 눈을 보니 보수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확히는 모르겠더군요.

이후 사실 여부에 대해 여러 관련자들에게 문의했으나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계시는 분이 없었습니다. 세월이 꽤 흐른 탓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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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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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리킴 2010.10.21 14: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Very interesting!!! 저도 가서 가까히 봐야겠어요. 그 총알을 맞은 군인의 눈을 close up 사진찍어서 포스팅 해주셔도 좋을것 같아요~

  2. 가을하늘 2010.10.21 14: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그림에 많은 사연이 담겨있었군요...

    군복 색깔을 보니 엉뚱하게도 어릴적 보았던

    TV드라마 전우의 주인공 '라시찬'이 떠오르는 군요*^^*.

  3. 배석진 2010.10.21 14: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아침 마주하는 사진인데도 특별한 감흥없이 봤었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
    있다가 자세히 관찰을 해봐야겠습니다 ^^*

    • 장강 2010.10.21 2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술작품은 계속 보면 볼수록 또다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꼭 사연을 따지지 않더라도.

  4. 박승만 2010.10.21 2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 신청사의 그 그림에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은 박부장님 글이점점 잼있습다.좋은글 많이많이 부탁함댜

  5. 윤경숙 2010.10.22 14: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관에 근무할때 누구의 작품인가 하고 보긴 있지만 전 진품이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요즘은 모조품이 많은 세상이라...(부끄러운데요 )) 박기자님 덕분에 담에 진지하게 그림속 군인의 눈빛을 응시해 봐야 겠어요.. ^^
    계속해서 박기자님의 force가 느껴지는 글 기대할게요

    • 장강 2010.10.22 15:53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우! 귀한 걸음 하셨네요. 나중에는 동료분들과 함께 들러 주세요~

  6. 전광운 2010.10.22 17: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림에 많은 사연이 있었군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해설하시는 분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설명을 듣고 작품을 보면 작품에 대해 이해하기가 훨씬 쉽습니다
    항상 좋은 글 도움이 많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