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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1.09 ‘꿩 대가리 숨기기’ 군사기밀

대한민국 장군 숫자는 436명이다. 이 장군 숫자가 과거에는 군사기밀이었다. 군은 왜 ‘육·해·공군 장성이 몇명인지’를 비밀로 했을까.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에 국군 장성에 대한 정보가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장군 숫자가 노출될 경우 “별이 너무 많다”는 비판이 나올 것을 우려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정부는 비대해진 군 조직의 군살을 빼겠다는 게 국방개혁의 핵심이라며 장군 숫자를 공개했다.

 

군 관계자들은 언론의 질의나 국민들의 궁금증에 대해 툭하면 ‘군사기밀’이라고 포장해 아예 입을 닫아버린다. 실제로 군사기밀일 수도 있지만 대답하기가 귀찮으면 습관적으로 “비밀입니다”라는 말로 퉁쳐버리는 경우가 많은 듯싶다. 얼마 전에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 관계자가 북한 인민무력성 부상(차관급) 숫자는 군사기밀이라고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민무력성 부상들에 대한 소개는 통일부 홈페이지에 실린 북한인명록에도 올라가 있는데 말이다.

 

 

지금은 창고로 들어간 대북확성기도 마찬가지다. 군은 합참 정보본부 심리전단이 관리했던 대북확성기의 위치도 비밀에 부쳤다. 그러나 전방지역 안보전망대를 가본 관광객들은 다 안다. 전망대 옆의 북한군 초소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에 대북확성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처럼 북한군도 뻔히 알고, 관광객들도 훤히 알고 있는 대북확성기 위치를 군 당국은 ‘군사기밀’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알고 있더라도 군이 밝히는 것 자체가 북한군에게 확인시켜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비밀로 한다는 핑계를 댔다.

 

군의 군사기밀 분류는 자의적이고 이중적이기까지 하다. 정치적 목적이나 군의 책임 회피를 위해서는 군사기밀의 봉인이 너무도 쉽게 풀린다. 2015년 8월 경기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 추진철책 통문에서 북한군이 설치한 목함지뢰 폭발사고(사진)가 대표적이다. 군 당국은 1953년 정전 이후 최초로 사건 현장인 DMZ 추진철책까지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관련 사진도 제공했다. 합참은 목함지뢰 2차 폭발 당시 상황을 담은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까지 공개했다. 군 감시장비 자산으로 찍은 영상은 북한군이 감시장비의 해상도를 알 수 있다는 이유로 모두 대외비로 해왔던 자료였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안보 무능’ 정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군사상황을 과잉 노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군 당국은 그러면서 서부전선 포격사건과 관련한 동영상 제공 요청은 묵살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당시 유엔사는 한국군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던 터였다.

 

주요 군사기지의 위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군 전략부대인 미사일사령부의 위치가 국감 일정 공개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이전까지 미사일사령부의 위치는 군 당국이 대외비로 해 왔다. 2년 전에는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설명한다는 이유로 비밀이었던 수도권 패트리어트 레이더 기지와 조기경보 레이더 ‘그린파인’ 기지의 위치를 공개했다. 당시 군 당국은 사드 자체의 정확한 요격 범위나 효용성, 환경영향성 등에 대해서는 ‘군사보안’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면서 우호적 여론 형성을 위해 비밀 군사시설은 공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군 당국이 언제는 군사기밀이라고 했다가, 느닷없이 언론에 공개하는 사례의 뒷배경에는 책임회피나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었다.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 섬인 장재도에 설치한 2개의 가짜 해안포를 봐도 군의 입장이 얼마나 조변석개인지를 알 수 있다. 군은 북이 2개 해안포의 포문을 닫지 않은 것은 가짜 포문이기 때문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과거 같으면 군의 정보능력이 노출된다는 이유로 일절 언급하지 않았을 사안이었다. 북한이 남북 군사합의를 성실히 지키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 벌어진 일이었다.

 

최근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DMZ 남북유해발굴 현장 방문을 소개한 홍보 동영상에 감시초소(GP) 통문번호가 노출됐다는 이유로 공식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GP 통문번호가 과연 군사기밀로 분류할 만큼 비밀이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국방부는 ‘군사기밀에 속하는 사안은 아니나, 군사훈련을 위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한다.

 

남북은 10여 개의 최전방 GP를 시범 철수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를 위해서는 군 당국이 아군 GP 현황을 북한군에 전달하고, 북한군 GP 현황에 대한 정보를 받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은 최전방의 남북한군 GP 현황은 물론 그 숫자조차도 군사기밀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 언론보도마다 GP 숫자가 들쭉날쭉이다. 북한군도 뻔히 알고 있는 GP 숫자를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해 군 당국은 ‘조자룡 헌칼 쓰듯’하는 이유를 댄다. 북한군이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 군이 이를 밝히면 공식적인 확인이 되기 때문에 공개가 어렵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잘 이해되는 이유일지 모르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변명이다.

 

군은 책임회피나 원하는 여론조성을 위해서라면 군사기밀 봉인을 쉽게 떼고, 불리하면 ‘군사기밀’ 명패 뒤에 숨어버리는 게 습관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군사기밀 가운데 실제로 철저한 보안이 필요한 것들이 과연 몇프로나 되는지 궁금해진다. 애초부터 비밀로 분류하지 않아도 될 사안들에 대해서도 일단 군사기밀에 넣고 보자는 식의 군내 관행을 반증하는 사례들이 숱하기 때문이다. ‘꿩 대가리 숨기기’라는 말이 있다. 꿩이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할 때, 머리만 수풀에 처박고 몸통은 훤히 드러나게 두는 우스운 꼴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군 당국이 군사기밀이라고 하는 것들의 상당수가 이 ‘꿩 대가리 숨기기’를 연상시킨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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