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중국의 팽창 전략, 미국의 안보 전략, 일본의 보통국가 기조가 맞물린 역학 구조
ㆍ중, 원자력 항모까지 최소 4척 보유 계획…일본은 헬기 탑재형 2척을 개조키로
ㆍ국방부, 급변하는 정세와 한·미동맹의 업그레이드 위한 전략으로 사업비 편성
지난해 5월13일 중국의 첫 자국산 항모 ‘001A’함이 시운항에 나서는 모습을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동북아시아 바다가 ‘항공모함 러시’를 이룰 날이 머지않았다. 2030년대 중반이 되면 한반도 주변 해상은 중국 항모 4~6척과 이에 맞선 한·미·일 항모 5~7척 등 항모 9~13척이 떠다니는 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이 항모 건조를 서두르는 가운데 국방부도 지난달 29일 공개한 내년 국방예산에서 급히 사업비를 증액 편성해 3만t급 경항공모함(사업명 대형수송함-Ⅱ) 건조를 공식화했다. 당초 경항모 사업은 ‘장기전력소요’였는데, 이를 대폭 앞당겨 2033년쯤 진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장기계획이 한 달 만에 중기계획으로 바뀌어 내년부터 당장 예산을 투입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청와대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국방부가 밝힌 경항모 사업 배경은 ‘전방위 안보 위협’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경항모급 수송함은 군사 정찰위성, 차세대 잠수함(3000~3450t급)과 함께 주도적인 안보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전력으로 꼽히고 있다.
■ 동북아 ‘항모 방정식’
동북아시아는 중국의 팽창전략, 이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안보전략 기조, 일본의 보통국가 논리 등 3대 역학요인이 얽혀 있는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미·중의 동북아 패권경쟁과 이 틈을 타 일본이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고, 틈새에 끼인 한국도 ‘최소 억지력 확보’ 차원에서 항모 경쟁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한국의 경항모 건조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우리 해양 안보의 잠재적 위협요인이 될 수 있는 중국과 일본의 해양전력 증강으로 독도와 이어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등에서의 전략 환경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서다. 해군이 지켜야 할 해양 안보에는 유사시를 대비함은 물론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해상 교통로 역시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는 큰 부담이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 서·남해를 중국 영역으로 집어넣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는 서해상 124도 E선 서쪽을 중국 바다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124도 E선으로 분쟁을 일으키고, 나아가 그 대상을 이어도까지 포함시키는 해양 ‘살라미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해군은 우려하고 있다.
중·일 항모의 한반도 주변 해역 활동은 우리 해군의 작전구역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항모 함재기는 동북아 제공권과도 관계가 있다. 한국도 주변 열강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항모를 ‘고슴도치 전력’의 하나로 선택했다. 정부의 ‘신남방정책’ 지원 차원도 고려됐다.
둘째로,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과 함께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군사력 증강 일환으로 항모를 선택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미국 해군은 국방예산 절감 등으로 전 세계 해양에서 요구되는 작전소요를 다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가 일정 부분 역할을 분담케 하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 추진의 배경이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내세워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경항모 등의 전력화로 동맹 차원에서 미국의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군사력 전개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해군이 기동함대·항공·잠수함 전력으로 이뤄진 제2작전사령부를 만들어 미래의 잠재적·비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신도함(백령도함)
한국 해군 첫 대형수송함 독도함. 3번함을 독도함의 2배 크기경항공모함으로 건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해군은 독도함(1번함)에 이어 작년 5월 진수한 마라도함 등 대형수송함(1만4000t급) 2척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에 개념설계에 착수하는 대형수송함은 3번함에 속하지만, 1·2번함과 구조와 운용방식 등이 완전히 다르고, 배수량도 2배에 달해 ‘경함모’로 분류된다.
국방부는 단거리 이착륙 전투기 탑재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비로 271억원을 편성했다. 수직 이착륙기 하중을 견디는 갑판기술 연구에 255억원, 설계 전 함정 모양과 구조 등의 개념연구에 16억원 등이다.
한국의 경항모급 대형수송함에서 운용할 유력한 기종으로는 F-35B가 유력하다. 수직 이착륙을 하는 F-35B는 바퀴 무게가 F-35A보다 훨씬 무거운 데다 내부 무장도 많다. 함정 갑판도 수직 이착륙기가 뜨고 내릴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딜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야 한다.
군은 애초 F-35A 6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가, 2013년 40대를 먼저 구매한 후 나머지 20대는 안보 환경 변화를 고려한 기종을 선정해 추가 확보하기로 한 바 있다. 정부는 ‘추가 구매’ 분량으로 남겨 놓은 20대를 놓고 모두 F-35B 기종으로 도입하거나, 10대 등 일부만 F-35B로 하고 나머지는 F-35A로 하는 방안을 놓고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F-35B 20대를 도입할 경우 이를 공군에 배치하고, 작전 등 필요할 때만 해군 경항모에 탑재해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F-35A와 F-35B의 운용개념이 달라 조종사를 별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은 공군에 부담이다.
새롭게 건조될 예정인 경항모의 명칭도 관심거리다. 최동단을 상징하는 독도함과 최남단을 나타내는 마라도함에 이어 최서단을 표현하는 섬 이름을 붙인다면 백령도함일 것이라고 했지만, 해군이 당초 생각했던 섬은 평안북도 용천군 신도였기 때문이다. 압록강 하구로부터 약 12㎞ 떨어진 신도는 동경 124도10분47초로 한반도 최서단이다. 백령도는 남한 최서단 섬이다.
■ 중·일 항모
중국은 최근 나온 원자력 추진 항모 건조계획까지 합치면 최소 4척 이상의 항모를 보유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2030년까지 6척의 항모를 확보할 계획이라는 ‘항모굴기’ 얘기도 나온다.
중국은 랴오닝호(5만860t)에 이어 ‘001A함’인 산둥호(6만5000t급)가 내년에는 취역할 것으로 전망된다. 랴오닝호는 젠(J)-15 함재기를 26대 탑재할 수 있으나, 001A함은 32대 탑재할 수 있다.
국영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 소속 ‘현대함선’사는 지난 4월호에 중국 항모와 함재기 중·장기단계 계획에 관한 논문인 중국함재기발전계획을 게재했다. A2/AD(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을 수행하는 항모전투군을 발전시켜 2015년 랴오닝에 이어 2020년에 제1번 국산 항모 1척, 2030년에 제1번 신형 대형항모 1척, 2035년에 미 해군 제럴드 포드급 핵추진 항모와 비슷한 제2번 신형 대형항모(10만t급) 1척 등 모두 4척의 항모를 건조하겠다는 것이다. 함재기 대수는 적 내륙으로 군사적 투사를 하기 위해 최소 40대로 잡았고, 향후 미 해군 항모처럼 최대 70대 탑재를 목표로 했다.
일본은 무라카와 유타카 해상막료장이 올해 1월 신년사에서 ‘게임 체인저’ 개발을 언급했다. 이를 놓고 F-35B 스텔스기를 탑재한 항모와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이즈모. 일본은 이즈모를 2020년 F-35B를 탑재하는 항모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본은 헬기 탑재형 호위함인 ‘이즈모’(길이 248m·만재배수량 2만7000t)와 ‘가가’ 등 2척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2014년 말에 취역한 ‘이즈모’는 2020년에, 2016년 말에 취역한 ‘가가’는 2022년에 각각 F-35B 탑재를 위한 갑판 내열 강화 등 보수를 앞두고 있다. 일본은 내년에 우선적으로 810억엔을 투입해 F-35B 6대를 처음 도입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헬기 탑재 호위함 4척을 모두 경항모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이즈모급 항모 이후 ‘호우쇼우’라는 5만t급 항공모함 건조 계획도 갖고 있다.
이즈모급 호위함이 항모로 개조돼 F-35B를 탑재하면 일본 정부가 그간 지켜왔던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은 사실상 무너진다. 항모에 전투기를 탑재하는 것은 원거리 전투 및 작전에 대비하는 사실상 공격용이기 때문이다. 일본 항모의 역할은 아베 정권이 추구해온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원거리 작전능력 확보를 통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지원이다.
한국 해군의 경항모는 주변국 전단을 상대로 장거리 단독 작전을 펼치기에는 부족하다. 이 경우 미군과의 연합작전을 기본으로 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한·미·일 연합작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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