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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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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앞마당은 스파이들의 ‘놀이터?’ “답변이 제한된다.”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열리는 정례 브리핑 시간에 매일 듣는 말이다. 이유는 “군사적 사항” “한·미 간 논의가 필요한 사항” “안보에 민감한 사항” “관례적으로 비공개” 등 가지가지다. 내용이 이미 알려진 사안에 대한 질문에도 이처럼 형식적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잦다. 또 있다. 북한군 동향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한·미 연합자산을 통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할 따름이다. 그러고 나서 북한의 도발이 현실화되면 “빛 샐 틈 없는 한·미 동맹을 통해 강력 응징할 것”이라는 답변이 나온다. 예의주시만 했을 뿐, 도발을 막지 못했다는 말로도 들린다. 그나마 답변이 제한된다고 말하기 멋쩍은 경우에는 “검토 후 답변드리겠다”고 한다. 이것도 차후 답변이 ‘함흥차사’인 경우가 대부..
국방부의 ‘사드 페이퍼’를 기대한다 라는 영화를 봤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으로 미국 정부가 30년간 숨겨온 베트남전쟁의 비밀이 담긴 정부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한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의 실화를 다룬 이야기다. 미국 여성 최초로 워싱턴포스트의 발행인을 지냈던 캐서린 그레이엄과 편집국장을 지냈던 벤 브래들리가 등장하면서 기자들의 세계가 나오고, 정부의 취재 방해가 나오고, 특종이 나오는 영화다.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고, 국민이 지는 겁니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등 명대사도 많이 등장한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기자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를 생생하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영화다. 직업이 기자인 데다 흥미를 끄는 요소가 많아 영화를 두 번 봤다. 영화는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71년 ..
“한반도 평화에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과거 한 건강식품 광고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란 광고 문구가 히트를 친 것이다. 이 광고 문구는 건강식품을 광고할 때 식품위생법상 제품 성분 및 효능을 구체적으로 넣을 수 없어서 나온 고육책이었는데 역설적으로 그 어떤 표현보다 더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됐다. 오래전 건강식품 광고를 뜬금없이 내세운 것은 ‘9·19 남북 군사합의서’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에서다. 게다가 6개 항목의 22개 조항으로 돼 있는 남북 군사합의서가 갖는 의미는 벌써 퇴색되는 분위기인 데다 이를 둘러싼 논란만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꿩 대가리 숨기기’ 군사기밀 대한민국 장군 숫자는 436명이다. 이 장군 숫자가 과거에는 군사기밀이었다. 군은 왜 ‘육·해·공군 장성이 몇명인지’를 비밀로 했을까.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에 국군 장성에 대한 정보가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장군 숫자가 노출될 경우 “별이 너무 많다”는 비판이 나올 것을 우려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정부는 비대해진 군 조직의 군살을 빼겠다는 게 국방개혁의 핵심이라며 장군 숫자를 공개했다. 군 관계자들은 언론의 질의나 국민들의 궁금증에 대해 툭하면 ‘군사기밀’이라고 포장해 아예 입을 닫아버린다. 실제로 군사기밀일 수도 있지만 대답하기가 귀찮으면 습관적으로 “비밀입니다”라는 말로 퉁쳐버리는 경우가 많은 듯싶다. 얼마 전에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