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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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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새마을 노래 197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애국가보다 더 많이 들었던 노래가 있다. 바로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로 시작하는 ‘새마을 노래’다. 어릴 적 동네 쓰레기차가 이동할 때마다 이 새마을 노래를 줄기차게 틀었다. 게다가 아침마다 등굣길에 지나야 하는 동사무소 스피커에서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마을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러다 보니 어린아이에게 새마을 노래는 좋든 싫든 들어야 하는 곡이 되었고, 일종의 ‘브레인 워싱’, 즉 세뇌곡이었다. 나이 50이 훌쩍 넘은 지금도 새마을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줄 아는 몇 안되는 곡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이제 버스로 출퇴근하는 나에게 ‘제2의 새마을 노래’가 생겼다. 버스를 탈 때마다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음성광고’가 바로 그것이다. 이 버스 음성..
박원순 시장과 로스토프 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서로 대조되는 성격을 가진 두 남녀가 한정된 공간에서 티격태격하다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 영화다. 제목에 등장하는 ‘동물원’이라는 단어 자체가 낭만적이다. 현실의 동물원 역시 놀이문화가 없던 과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문화공간이었다. 마땅히 갈 곳 없던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 첫손에 꼽혔다. 학교 교사들에게는 쉽게 학생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좋은 체험학습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동물원은 논란이 대상이 되고 있다. 인간만을 위한 동물원이 아닌 인간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동물원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토착민까지 전시했던 유럽의 초기 동물원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다. 서울대공원에서는 최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2011년 선물한 시베리아..
서울 관광청이 시급한 이유 얼마 전 문학기행 ‘횡보와 함께 걷는 하루’에 참가했다. 경향신문과 한국작가회의 한국문학유산사업추진단이 공동 주최한 ‘2013 염상섭 문학제’의 마지막 행사였다. 원로 문학평론가 임헌영씨, 아동문학가 김이구씨 등을 비롯해 30여명의 문인·시민·학생들을 경복궁역 6번 출구에서 만나 잠깐 걷다보니 어느새 염상섭의 생가터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의 작가다. 갑작스럽게 1950년대 신사 차림의 남자가 나타났다. 갈색 양복에 중절모와 뿔테 안경을 쓴 사람이었다. 생전의 염상섭으로 분장한 배우 이대연씨였다. 그는 천연덕스럽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지금 여러분이 서 계신 자리가 어딘지 아세요? 체부동 106의 1번지입니다. 제가 태어난 곳이죠. 예전에는 이곳 체부동·필운동·내자동·적선동 일대를 통틀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