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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코멘터리

‘뒷북’에서 ‘미 일꾼’ 될까 우려되는 靑 안보실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청사 이전을 위한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실무협의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오른쪽)와 합동참모본부 건물(왼쪽), 인근 부지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빛 샐 틈 없다’던 한·미동맹에서 미군이 한국군의 연합훈련 요청을 거절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에 대한 맞대응 실사격 훈련을 미측이 거부한 것이다. 게다가 북이 쏜 ICBM의 실질적 위협 대상은 미 본토이지, 남한 영토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당황스러운 일이다. 주한미군이 연합훈련에 한국군과 함께 나서지 않은 배경이 북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놓기 위해서였거나, 아니면 이미 핵보유국이 된 북한을 상대로 에이태킴스와 같은 단거리전술유탄 발사와 같은 대응이 무의미하다고 여겼을 것이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미측은 이에 대한 입장을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군 입장에서는 남측에 위협이 되는 북한의 단거리 또는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맞대응 사격을 하는 게 오히려 격이 맞다. 그러나 북의 단·중거리 미사일 발사에는 침묵하다가 미국을 겨냥한 ICBM 발사에 당사자보다 더 호들갑을 떨었다. 이번 맞대응 사격에 항행경보 구역 발령이 어렵다는 이유로 정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사거리 20~30㎞에 불과한 공대지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동원한 것도 웃기는 일이다. F-15K에서 표적을 향해 발사한 JDAM의 비행거리는 북방한계선(NLL)도 넘지 못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5년 전 맞대응 사격에서 사거리 80㎞인 스파이스-2000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견줘도 후퇴했다.

미국 빠진 연합훈련 안 하는 게 맞고

한국군은 미측의 거부로 F-35A를 동원한 실무장 장착훈련인 ‘엘리펀트 워크’도 홀로 실시했다. 북 ICBM이 겨냥하고 있는 미국도 동참하지 않는 ‘맞대응 실사격 훈련’과 ‘홀로 코끼리 걸음’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맞다. 이는 무능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뒷북 안보’ 홍보로밖에 볼 수 없다.

북의 ICBM 발사 이후 군당국은 뒤늦게 군 전력을 자랑하는 보도자료를 ‘대량 방출’하고 있다. 친절하게 백브리핑까지 곁들여서다. 사전 예고도 없이 “미사일 주권 회복에 따른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첫 시험발사 성공으로 국방력 강화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를 찍었다”고 전격 공개한 게 대표적 사례다. 이전까지는 북을 자극할 수 있다며 군의 훈련 보도자료를 내는 것까지 참견했던 곳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다.

이제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다음달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중용하는 외교안보 분야 인사들이 이끌게 된다. 이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른바 ‘이명박(MB) 라인’이다. MB 정권은 2016년 10월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정부 내부 논의 과정인 차관회의도 거치지 않은 채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처리하려다 비난 여론에 막혀 서명식 50분을 남겨놓고 포기했던 전력이 있다. 지소미아를 단순히 북한의 도발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으로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다. 오히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동북아 전략 차원에서 추진됐다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지소미아가 사실상 한·미·일 3각 군사동맹으로 가는 출발점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중국은 사드 추가배치, 한·미·일 안보협력의 군사동맹화, 미국주도 MD 불가입 등 소위 ‘3불정책’에 대한 윤 당선인 측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거 보수정권을 보면 국민의 알권리나 정치적 합의보다도 안보, 특히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러나 미국 요구에 고분고분 따르는 게 한·미동맹 강화와 관계개선이 아니다. 오히려 냉전시대에는 지역적 집단안보기구 성격으로 한·미·일 3각동맹이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 지금은 아니다. 경제 면에서 중국과 연간 교역액이 3000억달러가 넘는 한국으로서는 대중 견제와 대응 수위 측면에서 미국, 일본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정책 결정자들이 한·미동맹을 앞세운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순응하다보면 ‘국민의 일꾼’이 아닌 ‘미국의 일꾼’이 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요구 순종이 동맹 강화 아니다

동맹 강화는 동맹국 간 이익이 균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상황은 오히려 동맹의 약화를 의미한다. 미국의 맹방이라는 이스라엘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따르지 않는 이유다. 게다가 ICBM 발사에 대한 맞대응 사격도 자신들의 셈법에 맞지 않는다며 거절한 미국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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