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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해군총장이 합참의장이 된 까닭

 창군 이래 처음으로 해군 출신 합동참모회의 의장이 탄생했습니다. 최윤희 해군참모총장(59·해사31기)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는 정승조 합참의장의 뒤를 잇게 된 것이죠.


 과거 이양호 공군총장이 합참의장에 발탁된 적은 있지만 해군총장이 수직으로 상승한 것은 창군이래 처음이라면서 군 안팎이 술렁거리는 모양입니다.

 

 이번 군 수뇌부 인사의 하이라이트가 된 해군참모총장의 합참의장 임명은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인사청문회의 힘’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간단히 말하면 이번 인사 전에 가장 유력한 조정환 육군참모총장(육사33기)의 경우 청문회 통과가 힘들 것이 예상됐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아마도 군 통수권자는 그 부담을 지기 싫었을 것입니다.

 조정환 장군의 경우 정권 초기 국방장관 후보로 내정됐다 탈락한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의 사단장 시절 참모장이었습니다. 김병관 당시 국방장관 후보자는 2사단장 재직시절 부대경비를 개인통장에 넣어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 ‘통장을 당시 참모장(조정환장군)에게 전달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 청문회가 열리게 되면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을 수 없지요.

 

 조 장군은 김병관 후보자가 사단장 시절 부대경비 통장을 위탁 관리한 것(일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인사권자는 이정도로는 야당의원이나 국민들에게 클리어하게 설명이 되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그는 22사단장이던 2005년 민간인이 부대 탄약고에서 수류탄을 탈취하는 일도 벌어지는 등 그간 크고 작은 군내 사고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또 합참의장 내정설이 나돌면서 부인의 재개발 지역 부동산 구입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이 부분은 상당부분 해명이 됐다고 합니다.

 

 게다가 조 총장은 합참에서 근무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점 역시 약점으로 작용했습니다.(MB정권 시절 청와대가 합참 근무 경험이 전혀 없는 이상의 대장을 합참의장으로 임명했다가 천안함 사건에서 우왕좌왕하면서 숱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조 총장은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특정 보수언론사의 기자들을 초청해 만찬 자리까지 마련하기도 했는데 결국 무위로 끝나고 말았군요.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하는 조정환 육군참모총장 (출처 : 연합뉴스)


 여기에다 이번에는 해군 출신이 합참의장이 돼야 한다는 야당측의 주장이 먹혀들어간 측면이 있습니다. 여기에 군출신 여당 국방위원이 적극 가세해 인사 막판에 해군 합참의장에 힘이 실렸다고 합니다.

 최윤희 합참의장 내정자도 조정환 장군처럼 합참에 근무한 적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평시 합참 작전의 상당부분이 해군이 맡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합니다.

 

 또 청와대 안보라인을 육사출신이 장악하고 있고, 국정원장 역시 육사출신 예비역 대장이 맡어 ‘육사 독식’이라는 세간의 비판도 피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겠지요. 거꾸로 보면 합참의장이 해군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외곽에서 충분히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육사 출신들의 자신감의 표시일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이번 군 수뇌부 인사를 보니 과거 천안함 사건의 후폭풍으로 이뤄졌던 대장급 인사가 생각납니다. 그 당시에도 합참의장의 강력한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황의돈 대장(당시 한미연합사부사령관)의 부동산 문제가 불거지자 인사청문회가 필요없는 육군참모총장으로 보내고, 대신 독립운동가의 손자인 한민구 대장을 합참의장으로 임명하는 편법 인사가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나온 말이 ‘대장 돌려막기’였습니다.

 

 이밖에 해군참모총장에 방사청 근무 경력이 있는 황기철 해군사관학교장(해사32기)이 임명된 것이 눈에 띕니다. 황기철 장군은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을 지냈습니다. 해군은 방사청의 중요성을 일찌기 간파하고, 해군의 전력증강을 위해 우수 인력을 방사청으로 파견보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공군은 방사청으로 가는 것을 방출 개념으로 보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해군과 공군의 차이가 공군의 차기전투기(FX) 사업에서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까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또 육군대장 승진 후보 1순위로 꼽혔던 황인무 육군참모차장(육사35기)의 탈락도 눈에 띕니다.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의 ‘복심’으로 소문난 황 장군은 이번에 1군 사령관으로 나간 후 그 다음에는 육군총장이라는 소문까지 무성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런 소문들이 이번 인사에 오히려 ‘부메랑’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