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월 20일)은 다소 엉뚱한 얘기로 글을 시작할까 합니다. 주제는 ‘국방부 출입기자의 결혼과 북한의 이상 동향’입니다.
한 국방부 당국자 왈(曰), “국방부 기자단에 국방부 출입기자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결혼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야 할까보다”라고 농담을 하더군요.
왜냐구요. 묘하게도 최근 3연속 국방부 출입기자의 결혼시기와 맞물려 북한의 도발 내지는 이상동향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모 방송국의 국방부 출입기자가 결혼과 함께 동구라파에서 신혼 여행의 달콤함을 맛보고 있는 사이 김정일이 사망해 국방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작년 11월에는 국방부 출입기자 2명의 결혼식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함께 이뤄졌습니다. 물론 국방부는 초비상사태였죠.
지난해 3월에도 모 방송국의 김모 국방부 출입기자 결혼식 전날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때 김모 기자의 낭패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결혼식 하루 전날 부랴 부랴 주례 선생님을 다시 구해야 했으니까요.
무슨 말이냐고요.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은 총각 기자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그의 주례 선생님으로 예약된 상태였습니다. 김 장관은 천안함이 침몰해 해군 장병 수십명이 희생당한 마당에 세월좋게 주례를 설 수는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김모 기자는 부랴부랴 ‘주례 대타’를 구해야 했습니다. 말이 그렇지 그게 쉬울리 만무했고, 겨우겨우 현직에서 은퇴한 대선배 기자를 주례로 모시고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우스개 소리로 시작했지만 북한에서 일어나는 돌발 상황은 안보부처 출입기자의 사생활로까지 불통이 튀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저 역시 이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의 불똥으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겨울 휴가 첫날, 첫 휴가지에 도착하자 마자 휴가가 전격 취소됐으니 말이죠.
모처럼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내려던 계획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후유증도 만만치 않습니다. 왕복 기름값 뿐만 아니라 예약 취소 페널티까지 등등. 게다가 가족들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닙니다. 통일부 출입하는 YTN의 모 기자 역시 휴가 첫날 출입처로 복귀해야 했습니다.
김정일 사망의 불통은 각 언론사의 신년기획으로까지 튀었다고 합니다. 몇몇 언론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끄는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의 2011년’을 전망하기 위해 세계적인 전문가와 어렵게 인터뷰까지 했는데 모두 ‘헛발질’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국 언론사뿐만이 아닙니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차 북·미회담 취재를 준비했던 일본 언론사들은 금전적 피해까지 입었다고 합니다.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베이징행 비행기 표를 구매했는 데 바로 다음날 회담이 취소됐기 때문입니다. 이들 언론사들은 베이징 현지 호텔도 다 예약하고 숙박료까지 이미 낸 상태였답니다. 그러나 호텔비는 환불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다른 수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상받는 방법밖에 없다는 후문입니다.(저의 금전적 피해는 이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인 셈입니다)
물론 해년마다 돌발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자들은 휴가와 관련한 우스개 소리를 많이 합니다. 개인적으로 2000년도에 겪었던 일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당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였던 본인은 의약분업이 시작된 2000년 7월1일을 잊지 못합니다. 이날부터 대한민국 의사들의 집단파업이 시작되더니 예상을 뛰어 넘고 2개월이 넘게 진행됐죠. 정말 질기게도 오래 하더군요. 그바람에 두어달 동안 밤 12시 이전에 퇴근한 날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사이 저의 여름 휴가는 3차례가 연기됐습니다. 그때 데스크의 멘트는 “박성진씨 미안한데 한번만 더 휴가 연기해 주면 고맙겠다. 대신 상황이 끝나면 며칠 더 붙여서 길게 휴가 보내줄께.” 였습니다.
그후 찬바람이 불면서 사태는 진정기미가 보였고, 저는 당시 데스크에게 휴가 얘기를 꺼냈죠. 그러자 데스크 왈, “박성진씨 아직도 휴가 안갔었나.”라고 하더군요.
내 참! 좀 얘기가 길어졌지만 세상사 하도 변동이 심하다 보니, 기자들이 미리 계획한 날짜에 휴가를 다녀올 수 있는 것도 어찌보면 행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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